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물의 의미를 각인하는 시기는 7세까지라고 한다. 미국의 어린이는 미국이라는 환경에서, 한국의 어린이는 한국이라는 환경에서 가장 활발한 학습 기간을 보낸다. 이 학습 기간에 형성된 구조가 잠재의식을 지배하게 된다. 때문에, 문화가 다르면 생각도 다르다. 생각이 다르면 동일한 사물에도 다르게 반응한다. 감정은 학습의 결과인 셈이다. 우리는 이렇게 문화마다 상이한 감정을 해석하기 위해 다양한 기법으로 문화를 분석한다. 하지만 분석의 중심에는 ‘문화 코드’가 있다.
이 책에 말하는 ‘문화 코드’란 인간이 속한 문화를 통해 일정한 대상에 부여하는 무의식적인 의미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콩나물 국은 꽤나 깊게 자리잡은 문화 코드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끓여주던 콩나물 국에서부터 대학시절 술을 진탕 마신 후 다음날 아침에 먹는 콩나물 국까지 ‘콩나물 국’이 던지는 따뜻한 메시지가 있다. 반대로, 미국인들에게 땅콩버터가 그런 특별한 존재다. 프랑스로 넘어가면, 치즈가 프랑스인들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미국에서 콩나물 국은 그저 식품이고 프랑스에서 땅콩 버터 또한 그저 또 하나의 식품일 뿐이다.
이렇듯, 우리는 각기 다른 문화 속에서 성장했고 그 문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에 태생적으로 서로를 완벽히 이해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한국에서 나고 자란 우리가 이문화를 이해하려면 문화 분석 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문화 코드를 ‘구조’로 읽는 것이다. 책에서는 인간의 행동의 배후에 있는 참된 의미를 찾아내는 열쇠는 구조를 이해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이 하는 말의 ‘내용’보다는 ‘구조’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개별심층 면접법 방식으로 문화 코드를 분석한다. 인상 깊었던 점은, 돌아오는 답변의 내용을 분석하지 않는 것이 ‘문화 코드’를 이해하는 관건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진실을 답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자신이 왜 그런 답변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칫 거짓으로 점철될 수 있는 피상적인 답변의 내용보다 ‘구조’에 집중하라고 주장한다.
사람은 자기 성찰을 할 때도 대개 잠재의식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행동의 대부분을 지배하는 강력한 힘과 상호 작용하는 일이 거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질문을 받으면 논리적으로 보임직한, 혹은 질문자가 기대할만한 답변을 하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점이 바로 여론조사와 시장조사가 무용지물이 되는 이유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진실을 인식하게 하려면 마치 외계에서 온 사람처럼 ‘직업적인 이방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어떠한 문화 코드를 분석할 때 “나는 완전히 문외한이어서 어떠한 사물이나 상황이 당신에게 불러일으키는 감정 등을 이해하려면 당신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라는 점을 꼭 짚고 넘어가야한다.
이 책은 미국 문화를 읽는 코드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비만에 숨어있는 코드는 <회피>다. ‘왜 미국에 그토록 비만인 사람이 많을까?’라는 질문에 저자는 비만은 문제가 아니라 해결책이라고 지적한다. 비만을 불러일으키는 과식은 학대를 받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반적인 방어기제라는 것이다. 치열한 미국의 생존 경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고 싶은 마음이 선택한 수단이 바로 비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다른 국가에서 비만은 또 다른 코드를 내재할 수 있다.
저자는 근본적인 문화 코드 분석 방법을 제시하기에 연구 대상 지역을 타 국가로 할 경우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예상한다. 문화 코드의 정의부터 분석 방법과 예시까지 담아낸 책이다. 또한, 저자가 마케팅 전문가기 때문에 문화 코드 분석 결과를 비즈니스와 결합하는 방식까지 서술한다. 책을 읽으며 아주 다양한 미국의 문화 코드 해석 사례를 읽고, 미국의 청년기적 문화 특징처럼 다른 문화 특징부터 짚고 특정 주제로 좁혀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문화의 '무의식' 탐구를 위한 책이기에 이문화 분석에 관심 있는 자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