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쁜 90년대생들을 위한 세줄 요약 ▪
90년대생은 간단함과, 솔직함과, 병맛을 선호한다.
직장에서는 자아실현을, 진솔함을, 자주성을 추구한다.
소비자로서 고객만족보단 편리함, 번거롭지 않음을 우선시한다.
90년생들의 분석을 통해 기성세대들이 어떻게 대응해야할지를 제시한 책이라고 하지만 9X년생인 본인에게도 상당히 의미 있는 책이었다. 우리에게도 90년대 생은 취업 후 직장동료 혹은 주 고객이 될 것이고, 일반화된 우리의 모습을 바탕으로 기성세대가 반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읽다보면 레알 반박불가라 웃어넘기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나조차 몰랐던 우리의 심리적 기저를 분석한 부분을 보고 무릎을 탁! 친다. 내 사고방식과 불안함이 세대 간 공유되는 정서로 일반화되면서 위안을 받고, 이를 바라보는 이전 세대들의 시선과 고민을 이해하면서 세대 간 조화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볼 수 있었다. 왜 X세대 끝자락에 계신 분께서 이 책을 추천해주셨는지 알 것 같다.
책은 총 세 개의 부분으로 나뉘는데, 1부는 90년대생들의 간단, 병맛, 솔직함에 대한 추구를 다루며 ㅇㅈ?ㅇㅇㅈ하고 공감하며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2부부터는 HR관점에서 90년대 생들이 입사했을 때 회사의 대응책을 다룬다. 곧 서른을 앞둔 90년대의 큰형, 누나들은 심지어 90년대 이전 세대의 시선에 공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3부는 소비자로서 90년대생의 모습을 다루고 있으며 기존 마케팅 상식을 벗어난 새로운 접근을 보여준다.
1. 별다줄
90년대생의 첫 번째 특징은 간단함에 대한 추구다. 이는 줄임말에서 잘 나타난다. 정말 별걸 다 줄인다. 그리고 기존의 준말들과는 달리 일상의 전범위로 확산된다. 작년 편의점에 빵 사러 갔다가 이름을 읽지 못한 적이 있다. ‘ㅇㄱㄹㅇ ㅂㅂㅂㄱ’, ‘ㅇㅈ?ㅇㅇㅈ’ 까지는 괜찮았다. 문제는 ‘ㄷㅇ?ㅇㅂㄱ’이다. ‘동의? 어보감’이다. 이 단어를 아는 세대들은 병맛같은 이름에 즐거워했을 것이고 모르는 세대들은 두뇌 풀가동으로 고민하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을 것이다. 90년대생의 특징을 잘 활용한 마케팅 사례로 수십 가지가 넘는 편의점 케이크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였다.
문제는 신종 줄임말이 너무 빨리 나타났다 사라진다. 심지어 같은 세대들끼리도 모르는 단어가 많다. 인턴들 사이에서 건주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새로 배운 ‘소취하 당취평’이라는 말을 했다가 절반이 몰라 당황했던 적이 있다. 위에 나온 빵도 해당 줄임말이 사라지듯이 금방 선반 위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다.
90년대생들의 간단함을 추구하는 이유는 1:多 다중접속 환경 때문이다. 이전에는 1:1 문자나 채팅이 주된 의사소통 방식이었지만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단톡방에서 빠른 의사소통과 정보전달이 많아졌다. 다중 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내가 정성들여 쓴 글은 바로 묻힌다. 그러다보니 진지하게 글을 ‘서술’하기보단 단어를 초성단위까지 줄여 보내거나 적절한 이모티콘, 스티커, 짤방을 사용한다. 기업들이 신제품을 출시할 때 이모티콘 무료 증정을 하는 것도 이를 활용한 좋은 마케팅 사례다.
2. 병맛과 드립력
괜히 진지한 얘기해서 진지충 취급받을 때가 있던가? 나를 진지충으로 생각하는 걸 조금 안타깝다고 느껴버리면 나도 어느새 ‘꼰망주(꼰대유망주)’다. 슬프게도 내 이야기다. 이전까지만 해도 유머는 뛰어난 언변과 재치 있는 아이디어가 뒷받침되었어야 했다. 물론 지금도 수준 높은 유머는 이런 조건들이 있어야하지만 요즘 친구들은 유머에 매우 관대하다. 병맛에 취해있기 때문이다.
어떤 광고회사의 채용광고는 제목부터가 “병신모집”이다. 병맛의 신을 모집한다는 것이다. 핵심역량은 전공, 학력, 성별, 얼굴, 체중 무관에 오직 ‘병맛’만 본다. 이력서와 병맛을 증명할 영상물만 제출하면 끝이다. 광고회사에 관심 없는 사람도 한번쯤 재미삼아 지원해보고 싶을 것이다.
한번쯤 본인이 취업하고 싶거나 취업한 회사에 걸맞은 병맛 마케팅을 생각해보면 좋겠다. 전혀 병맛이랑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회사에 병맛을 씌우니 너무 웃겼다. 혼자보기 아까워서 간단한 구상을 아이디어 노트에 만들어뒀다. 언젠가 써먹을 날을 기다리며.
3. 솔직함
90년대생은 솔직함을 추구한다. 정확히 말해 솔직함의 시스템화다. 그저 ‘신뢰를 주는’, ‘정직한’ 등의 미사여구에서 끝나는 솔직함을 원하지 않는다.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매뉴얼에 명시가 되어있고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을 바란다. 즉 시스템화되어 정직함이 항구적으로 유지될 수 있어야한다. 공정한 채용방식을 추구하고 취준생들이 웹사이트를 통해 기업을 평가하고 공유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또 90년대생이 추구하는 정직함은 거짓이 없음을 넘어 신의성실의 원칙을 요구하기도 한다. 즉, ‘뒤끝ㄴㄴ’다. 소통의 자리에서 자유롭게 얘기하도록 하면 끝까지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프로 불편러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혜택이나 서비스도 조심스럽게 설계되어야할 것이다.
4. 사내 학습조직, 자발적 소모임의 중요성
Impatient Capital 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장기적인 경영실적보다 단기적 성과를 원하는 조급한 자본은 기업이 청년의 성장과 같은 미래의 이익보단 현재의 이익만을 고려하게 만든다. 대개 회사의 충성심보다는 자기의 가치성장과 미래를 중시하는 90년생들에게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사내 CoP라고 불리는 학습조직, 혹은 자발적 소모임은 이런 회사의 특성과 청년들의 가치성장을 조화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사내 CoP를 통해 주 52시간 근로제에서 비롯된 HRD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사내 교육도 근로시간에 포함되기 때문에 일괄적인 프로그램 참여보단 회사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발적 조직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사내 CoP 문화가 잘 정착된다면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CoP 내에서의 자기 성장을 위해 투자할 수 있다. 또 이 성장을 본인의 직무에 어떻게 연관시킬 수 있는지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90년대생들은 본인이 일부 의사결정권을 갖기 원한다고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직원 스스로 스타트업을 운영하듯 많은 결정권을 갖고 일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대안은 사내 CoP다. CoP에서는 학습과정이나 프로젝트 진행에 따라 역할이 새롭게 재편된다. 상황에 따라 신입직원도 많은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다. 이 경험은 개인의 주체성을 일깨울 뿐만 아니라 업무 혁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뉴스에서는 자발적 학습조직에서 나온 사내벤처 아이템들이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성취감이다. 업무에서 미처 달성하지 못한 성취감을 사내 CoP를 통해 달성할 수도 있다. 90년대생들이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기의 성장과 미래 > 팀과 프로젝트 > 회사가 날 버리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라고 한다. 사내 CoP가 자기성장과 회사의 성장을 이어주는 징검다리라고 할 때, 조직 내에서의 성취는 팀과 프로젝트의 성취와 연결된다.
5. 귀찮 _ 핵 쿨한 소비자, 90년대생
(부족한 서평을 여기까지 읽어준 90년대생들, 고맙습니다.)
소비자로서 90년대생에겐 ‘번거로움의 제거’가 고객만족, 고객감동보다 중요하다. 이들은 만족과 감독을 위한 부가 서비스에 로열티를 쉽게 내주지 않는다. 이보다 제품의 핵심편익, 그 중에서도 편리함에 가장 높은 가중치를 둔다. 예를 들어, 간편식 브랜드 휘슬링쿡의 경우 음식 맛이 가장 좋은 상태가 됐을 때 소리로 알려주는 포장기술을 사용했다. 여기서 90년대생들에게 중요한 건 ‘가장 맛있는 제품 온도를 찾을 수 있음’이 아니라 ‘전자레인지로 조리할 때 시간을 별도로 확인하고 맞출 필요가 없음’이다.
서두에 나온 세줄 요약도, 글의 제목도 90년대생들의 간결함에 대한 극단적인 선호를 고려한 것이다. 짧은 비디오 클립조차 관심 없으면 클릭하지 않고 댓글만 보고 넘어가는 것이 90년대생이다. 핵심편익을 고려하지 않은 서비스는 외면당한다. 어떤 은행이 완전한 점포 디지털화를 구축했지만 이를 위해 생체인식 데이터를 등록하고, 수많은 항목 중 내가 원하는 서비스를 직접 찾아내야하고, 긴 로딩시간을 기다려야한다면, 겉모습만 디지털로 바뀐 것이지 편리함이 결여된 것이다. 결국, 어떤 편리함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90년대생 소비자들은 심지어 불만도 직접 표출하지 않는 쿨함을 보여준다. 이전 세대에는 서비스 이용에 불편함을 느끼면 Q&A 게시판이나 고객 ARS 센터를 이용했다. 기업들은 여기서 모인 데이터로 제품과 서비스의 근원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었다. 그런데 쿨내나는 90년대생들은 SNS나 커뮤니티에 불만을 올리고 말지 귀찮게 고객센터를 이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의 피드백은 귀하다. 이 책에선 대안으로 ‘관찰조사’ 방식을 추천한다. 이들과 함께 생활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이들이 주로 활동하는 서식처(Habitat)에 직접 참여해보는 방법이다.
우리는 신비롭고 멸종위기에 처한 90년대생이다. 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