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사람, 읽고 생각하는 사람, 읽고 생각하고 펼치는 사람
25살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던 시절, 나는 무조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의 힘은 나에겐 신앙이었으며, 내가 부여잡을 수 있는 단 하나의 동아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17년이 지났다. 신입사원 시절 1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적게는 52권 많게는 130권을 읽고 리뷰를 남기고 있다. 책을 통해 얻은 것들은 지식을 넘어 성장에너지와 변화에 대한 욕구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들이었다. 내가 너무나 갖고 싶었던 아니 가져야 할지 몰랐지만 반드시 필요했던 것들이었다.
입사후 7년차 인사부 근무 이후의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하던 시절, 난 망설임없이 전략기획부를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입사시절부터 사람과 기획력이란 두가지가 가장 중요한 역량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네이버 브랜드 경험기획 담당자이다. 광고, 콘텐츠, 서비스마케팅 등 다양한 직무를 경험했지만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만드는 기획자로 불리는 것이 제일 편하고 좋다고 강조한다.
“산티아고를 걷는 게 특별했다기보단, 이제 어떤 길을 걸어도 산티아고를 걷는 마음가짐으로 걸을 수 있게 된 것 같아
“브랜딩 일을 한다고 하면 감성의 끝을 달릴 것 같은 이미지인가봅니다. 위아래 검은색 의상에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쓰고 매 순간 크리에이티브를 외치는 모습을 상상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오히려 논리와 근거를 바탕으로 끝장을 보려는 싸움꾼들이죠. 늘 ‘왜?’라는 질문을 반복하며, 단어하나 이미지 한 장만 가지고도 밤샘 토론을 이어갈 수 있는 사람들의 집합입니다.”
나는 공대생이며, 순환보직 근무자이다. 고등학교 동창이자 인공지능 대학원 교수인 동기가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pre-A 투자로 56억원을 유치했다고 알려왔다. 나의 커리어는 무엇일까. 그래서인지 기획자에 대한 저자의 생각 하나하나가 머릿속에 맴돌게 된다. “몰입해야 하지만 헤어나지 못하면 안 되고, 날카로워야 하지만 개인의 취향으로 흘러선 안 됩니다.”
“사는 게 그런 건가? 좋았던 시간의 기억 약간을 가지고, 힘들 수밖에 없는 대부분의 시간을 버티는 것 – 드라마 멜로가 체질 대사 중에서
이 책에는 저자가 선배 또는 친구들로부터 들은 좋은 멘트들이 가득하다. 그 부분이 가장 맘에 든다. 기획에 대해 고민하는 그가 선배로부터 들은 말은 여러번 되새기게 된다. “기획하는 일은 인풋과 아웃풋의 밸런스가 좋아야 해. 어떤 형태로든 나에게 투입되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하고, 그게 아웃풋으로 잘 연결되면 더욱 좋은 거지. 기획자는 모든 영역에서 인풋을 얻지만, 역시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에 제일 많이 기대게 되더라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는 성장이다. 사람 그리고 연결이다.
“기획의 내용이 부실할 때 여지없이 들려오는 말, 바로 딥 다이브죠. 무엇인가를 기획하는 일은 물속 깊은 곳에 들어가 바닥에 떨어진 동전을 줍는 다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브랜딩은 인식을 만들고 경험을 디자인하는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의 작은 개념들에 대해서도 딥 다이브를 해야 한다. 늘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것에도 질문을 던져야 하는 이유라고 저자가 강조하는 이유다. 네델란드 철학자 스피노자는 깊이 파기 위해서 넓게 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더 많이, 더 넓게, 더 깊게, 더욱더 머릿속에 무언가 채우고 공간에 향기가 가득하다.
당신에게 있어 독서는 ‘취미’일까, 아니면 ‘특기’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