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의 일을 발견한 사람은 행복합니다.
다른 행복을 찾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요.”
- 토머스 칼라일, 영국 역사가-
여는 글
취업에 성공했는데도 나는 왜 불행할까
평생을 책임질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가 ‘직장인’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은 그동안 살아온 시간보다 훨씬 더 길다. 내 소개 앞에 위치하는 것이 ‘내 일’이며 인생의 행복과 불행에 중심에 ‘일’이 놓여있기도 하다.
우리는 취업이라는 큰 산을 넘었다. 20대 때에는 산을 어떻게 넘는지만 고민했고, 산을 넘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고민해보지 못했다. 요즘 회사원들에게 회사생활은 버티고 견디는 것이다. 그리고 회사는 돈은 벌어야겠기에 다니는 곳이다.
알랭 드 보통은 일이란 생존을 위한 지겨움과 소명의식의 중간 어딘가의 지점이라고 정의내린 바 있다. 완벽한 만족감은 불가능하지만 최소한 싫은 일은 피해볼 필요는 있다.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고 얻은 안정성이라고 해봐야 정년은 60세 언저리다. 눈 감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현재가 행복해야 한다.
[첫 번째 질문_책임]
평생 그 일만 할 자신이 있는가.
기자가 되겠다는 오랜 꿈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되기 어려운 직업이 좋은 것이라는 이상한 논리에 빠져 있어 기자 대신 EBS PD가 되었다. 취재다큐 PD로 일하며 언론의 자유와 인권침해의 경계에서 내적으로 갈등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취재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었다.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 적성을 찾기 보단 안정성을 찾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힘들 때마다 나는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처럼 침묵했다. ‘괜찮아, 어차피 자기 일에 만족하는 사람은 극소수니까!’
자기 최면이 풀리고 찾아온 열패감의 원인을 찾기 위해 책을 쓰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내린 결론은 능동적으로 일을 선택한 사람들이 행복하다는 사실이다. ‘평생의 업’이 중요해진 시대에 우리는 스스로를 책임지는 업을 선택해야 하며 자존감은 그 선택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
[두 번째 질문_기준]
언제까지 남의 기준에 맞춰 살 것인가
그리스의 사상가 헤라클레이토스는 말했다.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 우리는 지금 변하는 속도마저도 변화한다는 복잡다단한 현상의 세계에 살고 있다. 예전에 ‘좋았던 것’은 더 이상 좋은 것이 아니다. 은행은 더 이상 안정적인 직장이 아니다. 58세 정년은 우수 직원에 한정된 이야기이며 그들은 능력이 있고 조건이 좋을 때 나가기 위해 명예퇴직을 선호한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남은 무능한 직원들에게 가혹한 실적을 강요한다.
직장이 우선이냐 직업이 우선이냐는 비슷한 질문 같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다. 직장이 우선인 사람은 취업의 순간 꿈을 잃어버린다. 직업이 우선인 사람은 취업이 꿈의 시작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의 짜릿함을 맛보게 된다. 우리의 최종목표는 취직이 아니라 취직한 이후 삶에서의 행복이다.
[세 번째 질문_자존감]
내 안에는 어떤 ‘자아’가 숨 쉬고 있는가.
자존감은 일생의 일을 구할 때 올바른 방향키가 되어준다. ‘회사의 자존감’이란 곧 조직 문화이며 CEO의 마인드이다. 좋은 직장을 구하기에 앞서 살펴봐야 할 것 중 하나이다. 미국의 화장품 회사 메리케이의 창업주인 고 메리 케이 애시는 직원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스스로의 자존감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직원들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일깨워라.’라는 리더십은 메리케이를 세계 3대 화장품 회사로 만들었다.
자존감과 자존심은 다르다. 자존심의 키워드는 남과의 비교이다. 한편, 자존감은 자기 자신의 고유한 가치를 중요시한다. 자존감의 두 축은 ‘자신은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과 ‘자기효능감’이다. 이에 자존감은 동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 스스로 만든 학습목표는 그것을 이루고자 하는 동력을 얻게 된다.
자존감을 높이려면 남의 평가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과의 비교는 줄 세우기가 목적이며 의미 없는 스펙 쌓기의 원인이 된다. 그보다는 선천적 요인인 적성을 탐구하여 내가 잘할 수 있는, 따라서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
[네 번째 질문_적성]
내가 정말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그동안 스펙과 취직이라는 두 프레임으로 일을 바라보았다. 이는 경쟁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경쟁에서 이겨서 얻은 성공이 꼭 행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국에서 성공한 CEO를 대상으로 성공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성공해서 행복했다’고 대답한 사람이 37%, ‘행복해서 성공했다’고 대답한 사람이 63%였다. 적성에 맞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돈이라는 보상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적성은 어떻게 찾아야 하는가. 내가 몰입했던 순간이 언제인가를 생각해보는 것은 적성을 찾는 실마리가 된다. 몰입이론의 창시자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뇌는 몰입했을 때의 좋은 기분을 잊지 않고 오랫동안 저장한다”고 말한다. 적성찾기와 관련한 또 하나의 아이디어는 역으로 싫어하는 것을 떠올려보는 것이다. 최소한 내가 싫어하는 일은 피할 수 있게 된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적성을 찾으려는 노력이다.
내가 가진 능력, 좋아하는 분야, 사소한 재능들이 지극히 평범하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적성은 성장하는 것이다. 박지성이 평발이라는 사실은 이미 유명하다. 그는 축구를 좋아해서, 잘하고 싶어서 경기를 보는 분석력, 판단력을 키웠고 이로써 그는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었다.
[다섯 번째 질문_준비]
지금 사회에 뛰어들 몸과 마음, 머리의 준비가 됐는가.
그것이 진짜 인생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면, 너무 늦은 시작은 없다. 나이가 늦다는 것은 적성만큼이나 상대적이다. 우리는 그동안 남이 기대하는 삶을 살아왔다. 이대로 향후 50년을 보내기에는 막막해 지는 이유이다.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과도하고 의미 없는 스펙 쌓기를 포기하고 적성 개발에 노력을 쏟아야 한다. 스펙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하고 싶은 일이 보일 것이다.
적성을 파악하고 끌리는 직장을 찾았다면 돈, 명예 등 그 외의 조건은 딱 두 가지만 생각하자. 너무 많은 조건을 따지다 보면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조차 잊게 된다. 내 입맛에 100% 맞는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인문학은 사회를 보는 안목을 길러준다. 생존 문제가 절박한 기업에게 필요한 인재는 이미 과거가 된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현 시대를 보는 눈을 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뉴스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자꾸 질문해야 한다. 새로운 지식을 꾸준히 탐구해야 한다. 그 힘은 인생의 결정적 순간에 발휘될 것이며 우리는 그것을 ‘통찰’이라고 부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