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서의 원제는 “People Analytics: How Social Tech. will Transform Business and What it tells us about the Future of Work”이다. 풀어서 해석하자면 ‘소셜 테크놀러지를 통해 사람들의 행동을 분석해서 미래 비즈니스를 바꾸고 일하는 방식을 변화는 방법을 소개’ 하겠다는 책이다.
구글이야기가 한 챕터에 소개되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책의 일부분일 뿐이다. 구글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싶다는 호기심에 집어든 책이지만, 결과론적으로는 소셜 네트워크가 기업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이를 실증적으로 연구하고 사업화해서 현실에서 증명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이야기를 볼 수 있어서 유익하지 않았나 싶다. 본 요약에서도 구글 이야기는 빼도록 하겠다. 기업의 조직도에는 없고 어쩌면 우리가 사용하는 메신저나 점심모임 등 소셜 네트워크에서 존재하는 관계가 기업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를 활용하여 기업 성과를 올린 BoA(뱅크오브어메리카)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에디슨과 다빈치는 외로운 천재가 아닌, 네트워크형 인재였다
에디슨이 발명한 그 유명한 전구는 무에서 유를 만든 것이 아닌 그 당시 기술을 실용적으로 개량해서 만든 것이다. 에디슨은 산업혁명의 호황기에 과학계와 산업계에 깊이 관여하면서 많은 발명을 할 수 있었다. 다빈치 역시 르네상스가 한창이던 시절 이탈리아를 두루 여행하면서 당대의 뛰어난 지식인들과 교류하고 함께 작업하기도 했다. 물론, 개인의 역량이 없었다면 그처럼 뛰어난 업적을 남길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인적 네트워크가 없었다면, 이 역시 그들의 혁신은 없었을 것이다.
대화와 접촉의 장으로서의 정수기
모두가 아는 것처럼 정수기는 물을 마시는 곳이다. 그리고, 거의 모든 사무실에 하나씩은 있다. 정수기가 중요한 이유는 단지 마실 수 있는 물을 제공해서가 아니다. 정수기는 바로 사교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 그 동안 대화가 뜸했던 동료를 우연히 만나 어제 뭐 했는지, 다가오는 주말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 등 짧지만 약간은 개인적인 대화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수기는 사내에서 중요한 사교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회사가 정수기를 찬밥 취급한다. 회사는 정수기를 교류가 많은 곳에서 설치하기보다는 그냥 자투리 공간에 설치한다.
회사는 일하는 곳이지 노는 공간이 아니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본서에서는 직원간 대화와 접촉 없이 협력이 이루어지기 힘들고 협력이 없이는 개인 대비 회사가 갖는 장점을 살릴 수 없다는 점에서 직원 간 대화와 접촉을 강조하고 있다.
조직은 사람들이 모여 서로 협력하는 한 방식인 것이라는 점에서 직원간 대화와 접촉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조직도에는 없는 네트워크를 찾고 분석해라
회사가 커지면 조직도도 거창해지고 복잡해진다. 사실 조직도는 조직원들이 모여 서로 협력하는 방식을 회사가 공식적으로 정의한 체계라 할 수 있다. 물론 조직도 이외에 많은 사교 모임이나 개인적인 네트워크도 있다. 이것이 회사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동안 측정 불가하다는 한계로 인해 등한시 해온 것도 사실이다. 경영학에서 기껏 제시하는 방법론이라곤 CoP와 같은 공식적인 모임을 조직하여 직원간 소통을 강화하는 지식경영이 전부이다. 이것도 場만 만들어 주는 것이지 이를 통해 조직원간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고 이것이 회사 성과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회사는 조직도에 더 몰입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간의 한계가 센서 기술의 발전으로 어느 정도 측정이 가능해졌다. 바로 소시오메트릭 배지가 그것이다. 회사 신분증만한 크기로 이를 소지한 사람의 동선, 대화 등을 기록할 수 있다. 즉, 누가 누구를 만나고 어떠한 이야기를 하는지 분석하여 개인의 소셜 네트워크 상황과 행동 패턴, 그리고 향후 영향을 분석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대화의 내용이 아닌, 사회적 신호만을 참고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정보 침해는 최소화할 수 있으며, 피실험자에게 이 부분을 충분히 설명하고 사전 동의를 받아 빅브라더의 우려를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그렇다면, 소시오메트릭 배지로 확보한 회사 조직원들의 생생한 데이터를 활용한 기업 사례를 살펴보자. 마침 본서에서 제시하는 사례 중에 은행도 하나 있다. 소시오메트릭 배지로 얻는 데이터로 HR 관련 문제를 해결한 BoA(Bank of America)를 한번 살펴보자.
추가 비용 없이 콜센터 직원만족도를 높이고 이직율을 낮춘 BoA
나도 이전 부서에서 전화를 정말 많이 받아봐서 알지만, 전화 업무는 상당히 스트레스가 심하다. 특히, 생면부지의 외부인이 전화하여 민원성 불만을 터뜨리기 일쑤인 콜센터 업무는 오죽하랴. 저자는 BoA의 요청으로 자사 콜센터 상담원들의 번아웃 신드롬*과 콜센터 생산성 간의 관계를 분석했다.
*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
저자는 상담원의 생산성을 올리는 요소를 파악하기 위해 상담원들의 행동과 그들간의 상호작용 방식을 측정하는 것으로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배지 데이터, 성과 측정지표, 인구 통계학적 정보(근속 연수, 성별, 나이 등), 설문조사 데이터(스트레스 수치, 상사와 동료 상담원의 의사소통 문제 등), 이메일 자료 등을 수집했다. 특히 스트레스 수치는 상담원의 이직율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 설문조사 데이터를 활용해서 스트레스 수치를 경감하는 행동 패턴을 찾아보려 했다.
또한 상담원들의 휴식 시간과 점심 시간을 파악했는데, 이 때 실제로 상담원들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상담원들은 휴식 시간에 누구와 대화를 하고 또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배지를 통해 수집한 수천시간의 데이터로 이러한 행동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데이터를 수집한 후 데이터 종류별로 하나하나 분석을 시작했다. 이메일 데이터는 정확하게 조직도를 베껴 놓은 모양새였다. 즉, 고객과 주로 통화하는 상담원들끼리의 이메일 소통은 전무했다. 이메일은 그저 위아래의 소통 채널 역할만 한 것이다.(우리 실상을 보라. 그리 놀랍지 않은 결과이다.) 즉, 동료 상담원들과의 의사소통은 이메일로는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배지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로 저자는 상담원은 평균 3명의 동료와 대화를 나누었고, 이 동료들은 거의 대부분 다른 팀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러한 동료간의 상호작용 데이터와 각각의 스트레스 지수 데이터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는데, 상담원들 간의 응집력이 생산성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데 긍정적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콜센터에서 10퍼센트 더 끈끈한 인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이 직장에서 30년 더 근무하는 것과 맞먹는다는 계량적 효과 분석 결과를 도출하였다.
그리고, 소시오매트릭 배지의 사회적 신호를 통해 그 응집력의 근원을 밝혀내었다. 그것은 놀랍게도 사무실에서 나누는 잡담이나 회의 시간의 토론이 아니라, 사무실 밖에서 그것도 같은 팀 동료와 점심 시간을 교대하는 그 잠깐 사이에 이루어진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콜센터 운영을 두고 B0A가 오랫동안 고집해온 “끊임없이 효율성은 높이고, 상담원들 간의 상호작용은 줄이며, 업무 시간은 촘촘하게 배치해라”와 정반대의 결과였던 것이다.
저자는 BoA에 하루 15분씩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휴식시간을 따로따로 주지 말고 가능한 많은 동료들이 함께 보낼 수 있도록 조정할 것을 권유하였다. 전체 휴식 시간이 늘어나지 않고 단지 휴식 시간을 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비용이 들지 않았고 BoA로서는 손해볼 것이 없었다.
그리고 3개월 동안 지켜본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실험 팀 전체 인원의 3퍼센트만이 회사를 떠났다. 연간 이직율로 환산하면 12퍼센트로 업계 평균(40페선트)보다 상당히 낮은 수치였다. 상담원들 간의 응집력은 18퍼센트나 상승했는데, 이러한 결과를 전사에 적용한 결과 적어도 연간 1,500만 달러에 해당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휴식 시간을 더 늘린 것도 아니다. 그저 하루 15분 휴식 시간을 활용하는 방식의 변화가 1,500만 달러나 되는 가치를 창출한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감으로 부터가 아닌, 소시오메트릭 배지를 통해 수집한 빅데이터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창출해 낸 가치인 것이다.
본서를 통해 회사 내의 소셜 네트워크가 개인은 물론 회사 전체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고, HR 관점에서 빅데이터의 활용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었던 점에서 유익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