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독서법 책들은 ‘나는 이렇게 독서를 해서 효과를 보았다. 역사적 위인과 여타 유명한 사람도 이렇게 독서를 하더라. 그러니 당신들도 이렇게 하면 좋을 것이다’라는 식의 내용이 많았다. 그런데 여기에는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 있다. 저자 자신(혹은 유명인)에게 효과가 있었던 방법이 책을 읽는 독자 대부분에게도 좋다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어느 베스트셀러는 ‘인문 고전을 열심히 읽으면 세상을 바꿀 인물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세상을 바꾸었던 위대한 인물들은 모두 인문 고전을 읽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밥을 하루에 세 끼씩 먹으면 세상을 바꿀 인물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세상을 바꿨던 위대한 인물들은 모두 밥을 하루에 세 끼씩 먹었기 때문이다’라는 주장과 뭐가 다르다는 말인가? 그 책에는 인문 고전을 열심히 읽고도 세상을 바꾸지 못했던 수많은 사람들과, 인문 고전을 열심히 읽지 않고도 세상을 바꾸었던 인물에 대한 제대로 된 언급도 없다. 무엇보다 인문 고전이 평범한 사람을 ‘어떻게’세상을 바꿀 리더로 탈바꿈시키는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 이는 인문 고전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또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만 책이 된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하지만 ‘나에게도 좋은 것이 너에게도 좋다’라는 ‘보편성’을 다루려면, 최소한의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저자의 주장대로 실천했을 때, 저자가 보았다는 효과를 독자들도 맛볼 가능성이 높을 테니까 말이다. 저자는 이러한 강력한 동기를 갖고 본인이 독서법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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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아(讀我) : 나를 읽다 |
우리는 성인이 되면 뇌는 변하지 않거나 퇴화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눈에 보이는 모든 신체기관이 서서히 노화되는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피부는 늘어지고, 머리카락은 희어지며, 근력은 떨어진다. 기억력도 감퇴하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최신 뇌과학의 발달로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뇌의 무한한 변화 가능성은 우리의 삶의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 모든 사람들이 아인슈타인처럼 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 스스로의 선택과 행동에 의해 예상할 수 없을 정도의 성장이 나타날 수 있다. 우리는 고정되지 않고, 언제나 성장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이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인생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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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多讀) : 많이 읽다 |
독서를 잘하는 뇌란 없다. 이는 우리 대부분이 왜 그렇게 독서를 힘들어 하는지, 반대로 독서를 잘하는 사람이 왜 이렇게 드문지를 알려준다. 하지만 뇌는 독서를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음에도 문자를 창조하고 자신이 창조한 문자를 통해 스스로를 변화시켰고, 더 고차원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되었으며, 결국 스스로의 생존 확률을 높였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숙련된 독서가의 뇌를 가질 수 있을까? 문제 속에 답이 있다. 독서에 숙련되면 된다. 그리고 우리가 성인이고 초보 독서가라면 숙련의 첫 시작은 단연 ‘다독’이다. 다독의 마지노선은 1년에 50권, 일주일에 한 권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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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독(濫讀) : 다양하게 읽다 |
특정 주제나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하게 책을 읽는 것을 남독이라 한다. 그리고 남독은 우리에게 세 가지 변화를 준다. 남독을 하게 되면 당신을 까칠해지고(비판적 사고), 엉뚱해지며(창의적 인간), 겸손해질(세계의 확장) 것이다. 다양한 책을 읽으며 인식의 우주를 확장할수록 자신의 무지를 깨닫게 되며,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보잘것없었는지를 확인한다. 무지의 인식, 곧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알 때 우리는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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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독(慢讀) : 느리게 읽다 |
만독은 책을 ‘씹어 먹는’과정이다. 다독을 어느 정도 했다면 만독을 경험해야 한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어떤 책은 맛보고, 어떤 책을 삼키고, 어떤 책은 씹어서 소화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책을 선정하고 챕터별로 정리를 하되, 그냥 요약하지 말고 관련 주제를 담은 책이나 인터넷에서 자료를 토대로 자신의 견해를 덧붙여 완성된 글로 만든다. 처음에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고 결과물도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글은 쓰면 늘게 되어 있다. 글의 완성도에 너무 민감해 하지 말고 다만 글은 무조건 완성시키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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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독(觀讀) : 관점을 갖고 읽다 |
독서법으로서의 관독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관점을 취하는 독서이다. 저자의 관점이 무엇인지를 살피며, 그것이 타당했을 때에는 설사 그 관점이 내 관점을 무너뜨리는 것이더라도 과감히 받아들이고, 더 나아가 내 안에서 발전시켜 보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특정 관점을 갖고 책을 읽는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우리의 정신을 어느 한 가지에 집중할 때, 즉 특정한 하나의 관점을 가지고 대상을 바라보게 될 때, 그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더 잘 보이게 된다. “명백히 달라 보이는 두 개의 사물이 중요한 특질과 기능을 공유하고 있음을 깨닫는 일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학문과 예술작품, 불후의 과학이론, 공학적 발명을 이루어내는 일의 중심에 놓여 있는 것이다.” 관독이 바로 그 일들을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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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再讀) : 다시 읽다 |
“오늘 예전에 읽었던 책을 들추어 보게 되는 것은 그것들이 사라져 버린 날에 대해 우리가 간직하고 있는 유일한 기록이기 때문이며,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거처와 연못의 그림자가 그 책장 위에 비치는 것이 보고 싶기 때문이다.” 프루스트의 ‘독서에 관하여’나오는 내용이다. 우리가 재독을 하는 이유는 지나간 내 과거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다시 읽기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사람이 변하기 때문이다. 책에게 독자는 언제나 낯선 타인이다. 하지만 그 낯선 타인은 책을 통해 과거의 자신을 보며, 변해 버린 지금의 자신을 보게 된다. 그래서 재독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 있는 여행, 이른바 ‘자아의 시간여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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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筆讀) : 쓰면서 읽다 |
필독은 책을 읽을 때 밑줄을 긋고, 별표를 그리며, 메모를 하며, 궁극적으로 글쓰기까지 이어지는 독서법을 말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필독을 제대로 하면 최소한 망각의 강에 휩쓸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 조언하고 있다. 필사를 하게 되면 크게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책에 밑줄 그은 내용을 읽는 것보다 발췌독이 극대화된다. 컴퓨터에 저장해 놓았다면 클라우드에 올려놓고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볼 수도 있어서 매우 효율적이다. 둘째, 글쓰기의 기초를 제공한다. 옮겨 적는 글들은 좋은 문장일 가능성이 크므로, 문장구조와 표현 등을 필사를 통해 체화할 수 있다. 많은 글쓰기 책에서 교과서, 칼럼 등을 필사하라고 조언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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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朗讀) : 소리 내어 읽다 |
낭독은 사라져 가고 있는 독서법이다. 하지만 옛날에는 사정이 정반대였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곧 낭독을 의미했다. 서구에서 묵독은 10세기가 지나서야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고대부터 오랜 기간 낭독이 독서법의 대세로 자리 잡았던 이유는 첫째, 고대는 기록문화가 아니라 구전문화였기 때문이다. 둘째는 예전에는 ‘띄어쓰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낭독은 글을 제대로 검열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눈으로 읽었을 때 보이지 않았던 결점들이 소리를 내어 읽었을 때 여지없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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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독(難讀) : 어렵게 읽다 |
난독은 독서법이 아니고 독서를 어렵게 하는 요소와 환경을 말한다. PC, 태블릿, 스마트폰이 독서만 망치는 것이 아니라 교육 자체를 망하게 하고 있다. 뇌는 가소성이 있다. 책을 많이 읽으면 책 읽는 뇌가 되고, 인터넷을 많이 하면 인터넷을 하는 뇌가 된다. 책 읽는 뇌가 언어의 바다 곳곳을 깊숙이 헤엄치며 신비를 경험한다면, 인터넷을 하는 뇌는 바다의 겉만 훑으며 시원한 바람만 즐기고 있을 뿐이다. 인터넷상의 글은 쓸데없는 선택으로 신경을 분산시키고 주의를 산만하게 함으로써 글에 집중을 못하게 한다. 결국 긴 글을 자제력을 갖고 읽기 힘들어지고, 책은 아무리 얇아도 100쪽이 넘으니 난독에 빠지고, 결국 책 읽기가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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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독(奄讀) : 책을 덮으며 읽다 |
엄독이란 책을 덮는 것이다. 그리고 책을 덮는다는 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하나는 ‘읽는 행위를 초월’하는 것이다. 이는 ‘독서의 자기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책을 덮고 난 후 생각을 하고 글을 쓰고 다른 사람에게 전하며 책과 세상을 연결하는 것 등을 말한다. 다른 하나는 ‘읽는 행위에서 떠남’을 의미한다. 이는 ‘지속 가능한 독서’를 추구하는 것으로, 책을 덮고 여유를 갖고 휴식을 취하며 산책을 하고 잠을 자며 꿈을 꾸는 것이다. 책을 그저 반복적으로 읽고 문제 해결을 쉽게 했던 뇌는 기억이 제대로 보존되지 못하지만, 책을 덮고 아웃풋 식으로 학습하며 문제를 어렵게 해결한 뇌는 기억을 오랫동안 보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