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이 뭣인데? 예상치도 못했어 ]
내 인생은 내가 예상한대로 흐르지 않는다. 내 예상 밖의 것들이 내 인생에 불쑥 찾아 든다. 그리고 그 찾아들어 온 것이 내 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간과하기 힘들게.
입행을 하고 ‘세일즈’의 영역에 있었다. 이는 내가 예상했던 것이었다. 2년 후, 본점으로 발령이 났고 기획팀에 배정되었다. ‘기획’의 영역은 내 예상 밖의 것이었다. 이 영역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고 막내로서 윗사람이 시키는 일, 주는 일만을 해나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음악의 화성학을 모르고 악보를 보지 못해도 누구나 흥얼거리고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일했던 것 같다. 2개월 즈음 지나고 정신을 차렸다. 그래도 내가 하고 있는 게 뭔지는 알고 일해야지라며.
[ 술술 넘어가는 기획에 대한 길잡이 책! ]
그래서 종종 기획 업무 관련 도움 될 만한 책을 찾아보고 읽곤 하는데 지난 주 서점에 가서 베스트셀러 자리에 위치한 이 책을 발견했다. 우선 두껍지 않아 좋았고, 훑어봤을 때 글이 빽빽하지 않아 선택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소설책이 아닌, ‘기획’에 대해 알려주는 ‘정보전달’ 책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고 쉽게 쓰여진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기획이라는 것이 우리 생활과 동떨어져있는 것이 아니며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아, 뭐야. 기획은 어려울 거 같아.’란 느낌은 전혀 주지 않는 책. 기획에 대해 쉽고 재밌게 배우고 싶고, 알고 싶은 분께 추천한다.
[ 기획을 할 때 꼭 알아야 할 전제조건 : ‘나’ 아닌 ‘상대방’ ]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위해 밤낮 애쓰는 기획담당자들. 그리고 새내기 기획인들. 기획이라는 일을 하면서도 이게 정말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저자 박신영은 기획을 간단히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기획은 그분의 입장에서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기획 배경을 정의한 후, 해결책을 끌리는 한마디로 제시하고, 그림이 그려지도록 세부적인 실행 방안을 제안하며, 그분이 이해할 수 있도록 그것을 기획서로 쓰는 것, 그리고 그분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발표하는 것이다.」
위의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기획은 ‘나’ 아닌 ‘상대방’이 중심이다. 기획을 할 때 꼭 알아야 할 것이 바로 이것이다. 내가 무엇을 말했는지 보다 내가 말하는 것이 상대방의 머릿속에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가 중요하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의 저자이자 펜실베니아 대학교 와튼스쿨의 교수인 스튜어트 다이아몬드도 ‘협상에서 덜 중요한 사람은 언제나 당신임을 기억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상대방이다.’라고 했다.
[ 학습의 4단계(4MAT)를 기획에 적용하기 ]
기획서는 타인에게 전달된다. 타인이 이해하기 쉽게, 학습하기 쉽게 기획서는 쓰여져야 하고 기획되어야 한다. 세계적인 교육학자 버니스 매카시 박사는 우리의 뇌가 학습할 때 [ why ⟶ what ⟶ how ⟶ if ]의 4단계 프로세스(학습의 4단계 : 4MAT)를 거친다고 했다. 뇌가 잘 학습하게 하려면 자신이 그것을 왜 해야 하는지(why), 그래서 자신이 알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what), 그것의 근본원리와 세부 내용은 어떤지(how), 만약 그것을 한다면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if) 설명해주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4단계 중에 하나가 빠지면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이해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우리는 기획을 할 때 이 4단계 모두를 종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한 줄의 카피를 쓸 때, 슬로건을 만들 때, 아이데이션을 할 때, 인터뷰를 하거나 면접을 볼 때도 무턱대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인 what부터 꺼내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입장에서 4단계를 적용하여 말해야 한다. 이 개념을 익히고 훈련한 다음 실전에서는 사람 스타일에 따라 순서를 바꿔가며 활용할 수도 있다.
[ ❶ Real why를 찾기 위해 5why로 물어보기 ]
우리의 기획은 그분에게 ‘what’을 하라고 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what만 무턱대고 소리친다. 사람들은 시끄럽다고 귀를 막는다. ‘왜 나랑 상관없는 얘기를 내 앞에서 하고 난리야.’ 그들에게는 소음일 뿐이다. 하지만 기획을 잘하는 사람은 ‘왜’ 필요한지를 말한다. 궁극적인 목적은 what을 하라고 하는 것이지만 그것을 그분이 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분이 귀를 막지 않도록, ‘why’에서 ‘what’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대충 why를 말하기만 한다고 그분이 오는 것은 아니다. why를 말하되 그분을 움직이게 만들 real why를 찾아야 한다. real why를 찾기 위해서는 why를 대충 한 번만 묻지 않고 명백한 이유가 나올 때까지 물어보아야 한다. 이 과정이 5why이다. 이것은 토요타의 사장이었던 오노 다이이치가 문제에 부딪혔을 때 왜를 다섯 번 반복하면, 진짜 원인을 알 수 있고 진짜 대책을 세울 수 있다면서 근본적 원인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늘 사용한 질문법이다. 다섯 번의 ‘왜’를 계속 묻다보면, 피상적인 현상에서 진정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 딱 5번만 물으라는 게 아니다.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그분의 입장에서 물어볼 수 있는 why들을 몇 번이고 물어보라는 의미이다.
[ ❷ 문제 해결 도식화를 통해 what 찾기 ]
해결책 what을 찾기 위해서는 문제를 선명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 문제를 선명하게 파악하는 작업이 ‘문제 해결 도식화 Problem Solving Diagram’이다. 이는 뭔지 모르겠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살을 발라내어 기본 골격의 형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바로 해답을 찾아내는 문제 해결의 기술』의 저자이자 세계 최초로 문제 구조화 이론을 창안한 사토 인이치는 문제란 최선의 상태와 현실 간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문제의 해결책 what을 찾기 위해서는 최선의 상태와 현재의 상태를 우선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그 차이가 일어나게 된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중에는 내가 대처할 수 있는 원인이 있고, 대처하기가 불가능해서 논의 자체가 시간 낭비인 원인도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도로 사정이나 과속, 운전 미숙은 해결해야 할 원인이다. 하지만 비가 내리는 것은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이것은 대처 불가능한 것이고, 따라서 사고의 원인이 아니다.
이렇게 목적(why)과 문제(최선의 상태와 현실 간의 차이)를 정리하다보면 대처할 수 있는 원인들을 바탕으로, 원하는 최선의 상태를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목표’로 재정의 된다. 목적, 문제, 원인, 목표를 쪼개서 정리하다보면 해결하고 기획해야 할 일의 골격이 나온다.
[ ❸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실행 방안(how), 효과적으로 제시하기 ]
일상생활에서 나와 그 분 사이에 늘 일어나는 일이 있다. 자신의 입장에서 실행 방안을 설명하는 것. 서로의 배경지식, 중심가치, 라이프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 실행 방안을 설명하는데 그러면 상대방은 이해를 못할 뿐만 아니라 그것은 ‘좋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항상 how를 설명할 때는 이 점을 의식해야 한다. 즉 실행 방안을 자신의 스타일대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머릿속에 기획자의 제안이 그림 그려지도록 해야 한다. 다음의 2가지만 신경 쓰면 훨씬 더 훌륭하게 실행 방안을 작성할 수 있다.
첫째, why니까 what을 실행한다고 설명하는 습관. 사람들은 그분에게 실행 방안(how)을 설명할 때 대부분 “저는 이것, 저것, 그것을 실행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즉 what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러면 그분 입장에서는 ‘why?’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how인 실행 방안을 설명할 때도 “why니까 what을 실행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둘째, 시뮬레이션 습관. 실행 방안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상황이 허락하는 한, 상대방과 내 머릿속의 그림을 맞추기 위해 실제로 구현될 모습을 미리 가상으로 보여주며 제안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실컷 10시간 동안 회의한 후 협의해놓고, 실제로 제작물을 가져가면 “우리가 하기로 한 게 이거 맞나? 그때 얘기랑 다른 것 같은데”라고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말로만 설명하지 말고, 간략한 영상이나 PPT로 구현 예시 이미지를 담아 보여주자. 그러면 서로 간에 그리는 그림이 같아지고, 커뮤니케이션에서 발생되는 오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 ❹ 상대방의 머릿속에 그림이 잘 그려지게 기대효과(if) 작성하기 ]
실행 방안을 설명했는데, 그분이 여전히 ‘그런데 이거 정말 꼭 해야 하나?’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그분이 명쾌하게 if를 기대할 수 있도록 기획서를 작성하는 방법은 정량화된 기대효과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때, 그분은 좀 더 명확한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의사결정을 하기가 쉬워진다.
그리고 진행 후에 얻게 될 객관적인 결과를 언급하자. 단순하고 짧게 “이러이러하게 진행하겠습니다.”라고 what과 how로 끝내지 말고, if에서 정량화된 객관적 수치를 보여주자. 그리고 그것의 결과로, 예상 신문 기사를 보여주거나 사람들의 예상 반응을 알려주자. 이렇게 하면 머릿속에 그림이 더욱 잘 그려지게 되므로 그분은 이해하기 쉽고, 우리는 그분을 훨씬 수월하게 설득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