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는 주된 생각에 대한 진술을 먼저 읽고 필자가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질문하게 된다
글을 작성할 때는 우선 독자가 이해하기 쉽고, 독자로 하여금 글에서 흥미를 잃지 않는 구성으로 글을 작성해야 한다. 문체상의 약점은 그 다음 문제이다. 이 두 가지 포인트만 성공적으로 지킬 수 있다면 누구나 훌륭한 글을 작성할 수 있다.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바로 독자가 어떤 방식으로 글을 읽고 이해하는지 그 메커니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주제와 소재를 잡고 글쓰기에 돌입한 필자는 해당 내용에 대해 수없이 많이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독자는 해당 내용에 생소할 수도 있는데 이를 망각하고 당연히 이해하겠거니 생각하고 글을 전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우 십중팔구 독자로 하여금 이해하기 난해하거나 재미없는 글로 전락할 위험이 높다.
독자가 글을 읽을 때 사용하는 메커니즘은 정말 단순하다. 독자는 주된 생각에 대한 진술을 먼저 읽고 필자가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질문하는 질의응답 형식의 대화를 스스로 이어간다. 이는 언어의 종류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필자는 서두에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밝히고 정리하는 구조, 즉 피라미드 구조에 따라 글을 작성하면 명쾌하고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쓸 수 있다.
사고하고, 기억하고, 문제해결을 하는 등의 모든 지적 프로세스는 그루핑과 요약의 사고 프로세스를 수반한다
머릿속에 있는 정보는 관련성을 가진 여러 개의 피라미드로 구성된 거대한 복합체라 할 수 있다. 글쓰기는 이러한 필자 두뇌의 복합체를 타인에게 전달하는 행위이며, 결국 상대방의 두뇌 피라미드 구조에 맞게 잘 정리해야 한다.
당신은 상대방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여러 대상이 어떻게 그루핑되었는지 잘 알고 있다. 이것을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상대방도 당신과 동일하게 그루핑하여 받아들여야 한다. 이 때 전체적인 그림을 모르는 상대방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이 어떻게 그루핑되었는지 전체적인 구조를 알려준 후에 각각의 대상을 전달해야 하며 이것이 바로 피라미드 방식인 것이다. 간단한 예를 살펴보자.
당신이 신문을 사기 위해 거실을 나서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아내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신문을 사러 갈 건데, 당신은 뭐 필요한거 없어?” 아내가 말한다. “TV에서 포도 광고를 보니 갑자기 포도가 먹고 싶은데 사다주겠어요?” 코트를 입으려고 옷장으로 걸어가는데 아내가 계속해서 말한다. “그리고 우유도 좀 사와요.” 옷장에서 코트를 꺼내는 순간 아내가 부엌으로 걸어가면서 말한다. “아, 찬장에 감자가 있는지 볼게요. 참, 계란도 다 떨어졌네요. 저런, 감자도 없네요.” 코트를 입고 현관으로 걸어간다. “당근하고 오렌지도 사와요.” 문을 연다. “버터도요!” 계란을 내려가는 순간 “사과도요.” 차를 타는 순간 “그리고 샤워크림도요.” 당신이 말한다. “그게 다야?” 아내는 그제서야 “네, 여보. 고마워요”라 답한다.
자, 당신은 부인이 부탁했던 아홉 가지 물건 중 몇 가지나 기억해낼 수 있겠는가? 이를 효과적으로 기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아홉 개의 물건을 논리적으로 분류(그루핑)해야 한다.
1그룹 : 유제품 - 우유, 계란, 버터, 샤워크림
2그룹 : 과일 - 포도, 오렌지, 사과
3그룹 : 야채 - 감자, 당근
즉, 정확하고 효율적인 전달을 위해서는 효과적으로 기억하는 방법과 마찬가지의 메커니즘으로 먼저 그것이 어떻게 그루핑되었는지 전체적인 구조를 알려준 후에 각각의 대상을 전달해야 하는 것이다.
당신이 무엇에 대해 말할 것인지 미리 힌트를 주지 않으면, 독자는 당신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당신이 작성한 글의 문장 속에 표현되지 않은 부분을 스스로 노력해서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독자는 그렇게 인내심이 많지 않다. 딱 봐서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해보이면 전달력이 좋은 글이 아닌 것이다.
생각은 아래에서 위로, 배열은 위에서 아래로
그런데, 앞선 예처럼 통상 무언가를 떠올릴 때를 보면 우유, 포도, 감자 등 개별 소재 단위에서 시작한다. 생각이 아니라 작문 과정이라면, 여러 개의 문장을 작성하고, 이 문장들을 그루핑하여 단락을 만들고, 단락을 그루핑하여 장을 만들고, 장을 묶어서 문서를 완성한다.
작문의 과정은 이렇게 아래에서 위로 가는 것이지만, 배열은 위에서 아래로 하는 것이며 각각 그루핑이 될 때마다 그 그룹을 포괄하여 설명하는 핵심포인트 요약문을 맨 앞에 배열하는 것이 바로 피라미드 구조의 글쓰기인 것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정확하게 피라미드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지 확인해보면 글이 적절하게 구성되어 있는지 알 수 있는데 이를 위해 본격적인 글을 쓰기에 앞서 다음의 세 가지 규칙을 점검해야 한다.
1. 어떤 계층에 있는 메시지이든 하위그룹의 메시지를 요약해야 한다.
2. 그룹 내의 메시지는 항상 동일한 종류여야 한다.
3. 그룹 내의 메시지는 항상 논리적 순서로 배열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논리적 순서란 기분적으로 네 가지 방법이 있다.
1. 연역적 순서(대전제, 소전제, 결론)
2. 시간적 순서(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3. 구조적 순서(보스턴, 뉴욕, 워싱턴 등)
4. 비교적 순서(첫번째 중요한 점, 두번째 중요한 점 등)
피라미드 구조에서는 질의응답 형식으로 대화가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또 이해하기 위해 글을 읽지는 않는다. 따라서 어떤 글이든 글을 쓰는 주된 목적은 독자가 모르는 무언가를 말해주고자 하는데 있다. 독자가 모르는 무언가를 설명하면 독자의 머릿속에는 자동적으로 “왜?” 혹은 “어떻게?” 혹은 “무슨 말이지?” 등의 논리적 의문이 생긴다. 이 경우 필자는 피라미드의 한 단계 하위계층으로 내려가서 수평적 범위에서 질문에 답변해야 한다. 그러나 독자는 그 답변을 읽어도 여전히 모르는 내용이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독자는 한층 더 의문을 가지게 되고, 필자는 보다 하위계층으로 내려가서 질문에 답변해야 한다.
독자의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독자가 질문하기 전에 미리 답변을 제시하는 것을 피해야 하며, 독자의 머릿속에 의문을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영국의 소설가이자 평론가 키스 체스터턴의 글을 한번 보자. 체스터턴은 먼저 “돼지는 애완동물로 키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를 묻자 그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돼지가 아름답기 때문이고, 둘째는 돼지가 다양하게 번식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돼지가 왜 아름답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의문에 그는 “놀랄 만큼 퉁퉁하고, 너무나 영국적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퉁퉁한 것이 왜 아름다운지에 대해 그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사랑스러운 곡선을 보여주고, 기르는 사람에게 겸손한 마음씨를 갖게 해주기 때문이다”고 말했으며, 영국적인 것이 어째서 아름다운지에 대해서는 “돼지는 대지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관련성은 힘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이러한 관련성은 너무나 영국적이며 아름답기 때문에, 돼지는 영국의 상징이 될 자격이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물론 번식의 다양성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체스터턴의 의견에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그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이는 특정한 포인트에서 제기된 질문에 대해 하위계층에서 충실하게 답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정리했는지 여부에 따라 피라미드 구조를 만드는 과정도 다르다
실제로 글을 쓸 때 “무엇에 대해 쓰고 싶은지 대략적으로 알고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또는 어떤 방식으로 전달해야 하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피라미드 구조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에 종종 직면한다. 피라미드 구조를 만들 때는 위에서 아래로 혹은 아래에서 위로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주제와 독자가 가질 질문을 명확히 파악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그 방식이 결정된다.
쓰고자 하는 글의 주제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결정되거나 질문이 명확한 경우와 같이 자신의 생각이 비교적 제대로 정리 된 경우에는 위에서 아래로 피라미드 구조를 만들어 간다. 즉, 「주제를 파악한다→질문을 결정한다→답변을 기술한다→상황과 전개에 의해 질문이 유도되는지 점검한다→앞서 생각한 답변이 유도된 질문에 부합하는지 점검한다→핵심단계를 채운다」와 같은 단계를 거친다. 여기에서 “상황”과 “전개”는 도입부의 내용이다. 도입부에서는 독자가 쉽게 납득할 수 있고 논란의 여지가 없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 독자가 “그래요, 저도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요?”라고 물을 수 있도록 글을 “전개”해야 한다. 대부분의 문서의 “상황”-“전개”-“질문”은 다음 네가지 유형 중 하나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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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황 (주제에 대해 확인된 사실) |
전 개 (그 다음에 일어나서 질문을 유도한 사항) |
질 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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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일이 있다 |
그 일을 방해하는 무언가가 일어난다 |
어떻게 해야 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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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있다 |
해결책을 알고 있다 |
해결책을 실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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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있다 |
해결책이 제시되었다 |
올바른 해결책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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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을 취했다 |
그 행동이 효과가 없었다 |
왜 효과가 없는가? |
한편 상기와 달리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첫 단계에서 피라미드 정상을 완성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접근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이때에는 먼저 핵심단계로 내려가서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다. 즉,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를 모두 적는다→포인트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파악한다→이를 통해 결론을 도출한다→도입부를 도출해내기 위해 사건의 배경을 파악한다」와 같은 단계를 거쳐 피라미드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는 당연히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접근법보다는 까다롭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