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은 장사이다 ]
‘장사의 시대’라는 제목을 보고 영업기술에 대한 흔한 비즈니스 책일 것이라고 단정했다. 경영학이나 마케팅 수업에서 들었던 사례들을 다루지 않을까. 그러나 예상과 달랐다.
책의 저자가 가진 기본 생각은 본서를 흔하지 않은 비즈니스 책으로 만든다. 그는 우리 삶을 세일즈로 보며 접근한다. “삶은 장사이고 우리는 사들인다(빌리 메이스, 인포머셜의 대가)”
세일즈가 비즈니스의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가장 치열한 전투임에 틀림없다. 매출과 이익을 직접적으로 좌우하는 수단이다. 그러나 꼭 사업과만 연결되는 것이 아니다. 일상 속에서 남을 설득하거나 일자리를 구할 때, 이성을 유혹하고 심지어 아이들에게 당근 한 조각을 먹일 때도 장사의 기술이 필요하다.
그 필요에 비해 가르침이나 훈련을 받을 기회가 얼마나 있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현대사회에서 구차하거나 사람을 귀찮게 하는 어떤 것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세일즈. 하지만 비즈니스 뿐 아니라 삶 전반에서 장사의 기술이 필요함을 이 책을 통해 인식하고 더 나은 기술 또한 배울 수 있다.
[ 장사꾼이라면 품이 넉넉해야/거절에 대한 면역력 ]
모로코 상인 마지드는 지극히 금욕적인 자세로 장사에 접근하는 방법을 개발해왔다. “장사꾼이라면 모름지기 품이 넉넉해야 합니다. 절대 화를 내서는 안됩니다.”
마지드의 넉넉한 품이란 일종의 회복탄력성을 의미한다. 장사를 할 때 꼭 필요하고 인생에서 성공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덕목이다. 한마디로 험한 일을 당해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능력이다. 러디어드 키플링은 <만약에>라는 시에서 ‘성공과 실패를 만날 때/둘을 똑같이 생각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훌륭한 장사꾼들에게 흔히 발견되는 특질인데, 이들은 거절과 실패를 최후의 성공에 필요한 근육을 단련시키는 과정쯤으로 여긴다. 거절을 피하지 않고 장사하면서 어쩔 수 없이 만나는 타격에 대한 면역력을 길러주는 백신으로 간주한다.
[ 장사란 좋은 이야기꾼이 되는 일 ]
성공한 흥행사에게는 대중을 만족시키는 결정적인 감각, 남다른 직관력, 재치, 인간의 본성을 통달한 지식, 사근사근한 태도, ‘아첨’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 P. T. 바넘
독학으로 장사를 공부한 토니 설리번은 인포머셜(정보와 광고의 합성어. 상품이나 점포에 관한 정보를 자세히 제공해서 소비자의 이해를 돕는 광고 수법)의 세계에서 탁월한 장사꾼이다. 그는 홍보의 목적이 사람들을 ‘홀리는’ 데 있다고 말한다. 홍보란 거부하기 힘든 매력적인 이야기를 전하는 일이다.
장사는 호감을 사는 일이자, 농담을 주고받는 일이자, 좋은 이야기꾼이 되는 일이다. 휴가를 근사하게 보내고 와서 친구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것과 같다. ‘너 베일에 꼭 가봐라. 거기 가면 러셀스하고 테라 비스트로에 꼭 가봐. 바텐더가 아주 잘해줄 거야.’ 이런 대화와 다르지 않다.
[ 거절을 많이 받은 세일즈맨이 실적은 더 좋았다 ]
프랑스인 심리학자 클로테르 라파이유는 성공적인 세일즈맨은 ‘행복하게 지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이들은 거절을 개인적인 변형을 위한 단계로 삼으려 한다. ‘아니요’라는 말을 들을 때 두 갈래 길로 갈라진다. 어떤 사람은 겁을 내면서 같은 행동을 피한다. 그러나 장차 세일즈맨이 될 사람은 ‘예’라는 대답을 받아낼 방법을 강구한다.
라파이유는 함께 일한 몇몇 기업에서 매주 세일즈맨들과 만나서 한 주 동안 ‘아니요’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물었다. 많이 들은 사람일수록 실적이 좋았다. ‘아니요’라는 대답은 시도와 창조성을 나타내는 지표였다. 거절을 많이 당한 세일즈맨은 전화도 더 많이 걸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고 실수도 많이 저질렀다는 뜻이다. 많이 거절 당한 만큼 회복탄력성이 좋다는 뜻이기도 하고 ‘예’라는 대답을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업에서 세일즈맨을 고용할 때는 판매 실적을 높이는 데 급급한 사람보다는 기꺼이 실패할 자세를 갖춘 사람을 찾으라고 라파이유는 권한다. 면접 시 “살면서 얼마나 많은 일을 시도했다가 실패했습니까?”라고 물어야 한다. 항상 성공만 했다는 대답이 나온다면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았고 조만간 불가피한 모욕의 순간이 오면 단번에 무너질 거라는 뜻이다. 라파이유는 장사의 짜릿함을 흥미진진한 여우사냥에 비유한다. 수많은 사냥꾼이 여우를 쫓기 시작하지만 대개는 넘어지고 다치고 여우를 놓친다. 하지만 사냥꾼들은 여우를 쫓는 동안 짜릿한 흥분을 경험한다.
[ 공감해야 팔 수 있다 ]
영국의 어느 은행 수석 투자자였던 사람은 그가 직원을 고용할 때 갑자기 십만 파운드가 생기면 어떻게 할지를 물어본다고 했다. 어떤 사람은 빚을 일부 갚거나 주택 마련에 쓰고 나머지는 저축이나 퇴직계좌에 넣겠다고 대답한다. 극소수의 사람들은 당장 나가서 아주 비싼 자동차를 사겠다고 대답했다. 그 투자자는 주로 비싼 차를 사겠다는 지원자를 고용한다고 하며 이유를 덧붙였다. “저는 사고 싶은 게 많아서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사람을 원해요. 이 바닥에서 아껴 쓰고 저축하는 사람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사치품 판매에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세일즈맨은 고객의 삶을 갈망하고 물건 파는 일을 통해 고객의 삶을 대신 산다고 한다. 고객이 나와 전혀 다른 부류라는 사실을 깨닫지만 물건을 팔려면 고객의 욕구를 알아야 한다. “고객이 사려는 2만불짜리 구두와 같은 구두를 소유하고 싶어해야 합니다. 돈 많은 손님이 매장에 들어서면 성공을 과시하기 위해 아내를 보석으로 꾸며주고 싶은 심리를 이해해야 합니다. 또한 여자들이 보석을 사는 이유는 다른 여자들에게 자랑하기 위해서이고 다이아몬드를 사는 이유는 밤에 빛나기 위해서이지 투자용도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단 하나의 능력 ]
세일즈 강사 마틴 섄커를 만났을 때 그는 내게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던졌다. 자식들에게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나는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는 질문을 조금 바꾸었다. 당신이 내일 당장 죽는다면 자식들이 꼭 갖추기를 바라는 능력은 무엇입니까? 그가 들려준 정답은, 자식들이 스스로 욕구를 충족시키는 능력이었다. 자녀 양육에 필요한 모든 노력의 핵심이었다.
섄커가 보기에 세일즈는 스스로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다. 우리는 물건을 팔기 위해 세일즈를 할 뿐 아니라 삶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세일즈를 한다.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자 로버트 콜스는 <아이들의 도덕 생활>이라는 책에서 도덕성은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해 발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1960년대 미국 남부 학교통합투쟁의 파도에 휩쓸려 학교에 거의 다니지 못한 아이들에게서 높은 수준의 정교한 도덕성을 발견했다. 아이들은 경험을 통해 공감을 배우고 삶의 복잡다단한 모습을 이해했다. 꼭 혹독한 경험을 해봐야 도덕관념이 길러진다는 말이 아니라, 학교에서 아이들의 머릿속에 기만적이고 대책 없이 긍정적인 미사여구만 주입하기보다는 약간의 산 경험이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세일즈에는 다양한 모순과 위선, 도덕적 난관이 포함되기 때문에 도덕관념을 가르치기 위한 좋은 출발점이다.
[ 세일즈맨의 머릿 속에서 일어나는 심리전 ]
섄커는 유능한 세일즈맨이란 고객의 심리적 욕구를 찾아내서 만족시켜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팔아야 하는 요구와 호감을 사야 하는 요구 사이에서 벌어진 전투다. 따라서 내가 ‘강요’라고 느끼는 행동을 내게 필요한 것을 알아내려는 시도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나한테 물건을 팔려고 애쓰지 않는 태도는 예의 바른 행동이 아니라 나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판매원은 나를 놓아주면서 호감을 잃지 않았다고 자위할지 몰라도 사실은 나를 그 매장으로 이끌어간 마음의 가려운 부위를 긁어주지 못한 것을 후회해야 한다.
구매와 판매는 인간 존재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고객과 대화를 나누며 우리에게 있는 상품이 손님에게 필요한 물건이라고 설득할 방법을 찾는 데 두려움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 거절당했다면 적어도 고객의 부탁을 들어주려고 노력했다는 뜻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세일즈의 심리적 부담을 감당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