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으로 체화된 어른의 이야기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접했던 한 인터뷰에서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바로 효암학원 채현국 이사장님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짧은 인터뷰였지만 당시 미래에 대한 막막함에 방황하던 시기를 이겨낼 수 있게 도와주었으며, 평소 상상했던 ‘노인’의 모습과 다른 호탕하고 솔직한 모습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며칠 전 별세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사장님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점점 반복되는 삶에 대해 지쳐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쯤 <쓴 맛이 사는 맛>이라는 책을 접한 것은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한 번쯤은 지칠 수 있으며 지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처럼 누구나 할 수 있는 말로 위로해주는 것이 아닌, 삶으로 체화된 어른의 이야기로 그럴 수 있다며 다독여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삶이 때로 공허하고 저주스러운 것은 그만큼 사랑할 가치가 있다는 반증이 된다.’
어쩌면 스스로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처럼 느껴진다. 매일 똑같게만 느껴지는 삶에서 탈출하고 싶고, 꿈만 꾸는 일탈로 인해 무기력한 삶을 이어가고 있을 때 용기를 북돋아주는 한 마디가 아닐까 싶었다. 직접 꾸려나가야 하는 앞으로의 삶들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현재에 공허하거나 무료하고, 무서운 것은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두려움이 스스로의 삶을 얼마큼 사랑하고 있는지 또는 잘 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물어보고, 반문해보며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과정인 것 같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하는 편이 낫다.’
‘도전하지 못할 것이 없고 하기 나름으로 이루지 못할 것도 없다. 희망은 무한대로 열려 있고 눈앞의 길은 그 끝을 알 수 없다.’
도전하고 싶지만 무언가 걸림돌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하는 생각은 ‘현재 나이에서 할 수 없는 것은 키즈 모델밖에 없다’라는 이야기다. 최근 가장 큰 고민거리는 휴학하는 내년 1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하는 것이다. 고민하기에 아직은 이른 것 같기도 하지만 2년 전부터 꿈꿔왔던 일이 있었고, 그 일 하나만을 바라보며 휴학을 결정했으며 부모님께 허락도 받았다. 그러나 주위 친구들이나 어른들께 이러한 계획을 이야기하면 진짜 그렇게 결심한 것이냐고 반문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굳이 휴학까지 할 필요가 있냐며 반대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키즈 모델도 아닌데 못 할 게 어디 있겠냐는 반항과, 다시 생각해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현실이 부딪히지만 결국은 도전하는 방향으로 결정하게 된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하고 후회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실패한 경험도 언젠가 훌륭한 자산이 될 것이며 도전조차 하지 않는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도전하기 전까지 아무도 알 수 없으니 직접 경험해보고 이야기해주겠다는 오기 또한 생기는 것이 당연했다.

뉴스타파 <목격자들 4회 "건달 할배, 채현국"> 중
영웅처럼 묘사하거나 높이 칭송하지도 않고, 담담히 선생의 이야기를 푼 것밖에 없었지만 그 잔잔함에서 오는 삶의 가치를 다른 누군가를 통해서는 느끼지 못할 것 같았다. ‘힐링’이나 ‘상담’이 아닌 스스로 겪은 투박하지만 진솔한 인생 훈수 덕분인지 그저 주위에 있을 만한 멋진 할아버지처럼 느껴지기도 하였다. 누구보다 솔직하고, 일관성 있으며, 소탈하고 건강하셨던 모습을 언제까지나 마음 속에서 기억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