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원하던 대학 진학에 실패하고 좌절했던 경험,
나에게 가장 큰 기둥이었던 할머니의 갑작스러움 죽음,
끝이 좋지 않았던 몇 번의 연애 경험,
대학 같은 과 학우 간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실패한 학생 대표라는 생각까지.
연이은 실패와 좌절의 경험과 생각으로 괴로워 상담을 받으러 갔다. 내 말을 경청하던 상담사는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책을 추천해 주었다. 마치 사전처럼 이 책을 끼고 다니며, 힘들 때마다 찾아보라는 것이었다. 상담사의 추천에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대한 궁금증이 생겨 이 책을 정독하게 되었다.
이 책은 총 8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휴식의 장
1장에는 휴식에 대한 혜민 스님의 고찰이 담겨있다. 혜민 스님은 세상이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 따라 세상이 보인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마음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세상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 마음의 렌즈의 방향과 렌즈의 상태에 따라 우리는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다고 말하며 마음의 휴식을 취하고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2장 관계의 장
혜민 스님은 정말 사이가 좋은 도반 스님과 떠난 여행에서도 일주일이 넘어가며 서로 힘들어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한 고찰을 전하고 있다. 관계는 난로와 같다는 말을 하는데, 난로에 너무 가까이 가면 화상을 입고 너무 멀면 쌀쌀하고 추운 것처럼, 관계에는 서로 간의 심리적 공간을 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요즘 사람들이 외적 조건을 가꾸듯이 인간관계를 가꾸는 노력할 것을 부탁하고 있다.
3장 미래의 장
혜민 스님은 고등학교 시절, 자신의 상상과 너무 달랐던 고등학교의 공부 방식에 회의를 느낀다. 공부 공장과 다름없다고 느낀 한국 학교를 벗어나 미국으로 간 본인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 삶의 방향타를 잡고 가려는 용기를 강조한다. 상대방의 물음에 아무거나 라고 답하며 인생의 결정권을 남에게 주지 말고 삶의 주인이 되라고 말하고 있다.
4장 인생의 장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스님인 혜민에게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에 물어보는 반면에,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절 소속인지를 물어본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서는 소속과 직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 승려를 하며 느낀 점을 비교하며, 그룹 속에 갇히지 말고,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생각하기를 바라고 있다.
5장 사랑의 장
사랑하면 배려를 해야 한다. 남에게 하지 않아야 할 것을 참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하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집착하지 말고, 그대로의 존재를 사랑하라고 혜민 스님은 전하고 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계속 붙어 있으면 힘이 들 수 있다. 그렇기에 같은 지붕을 떠받치는, 하지만 간격이 있는 기둥처럼 사랑하라는 말이 특히 인상 깊었다.
6장 수행의 장
마음을 다스리기보다는 마음과 친해지기를 실천하라고 전하고 있다. 진흙탕에서 진흙을 빨리 가라앉게 하려고 손으로 아래를 누르면 오히려 진흙이 어지럽게 흩어지듯이,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리려고 하면 마음만 헤집어 놓을 수 있다고 비유한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짜증, 화, 불안, 미움 같은 감정을 잠시 머물렀다 가는 손님처럼 생각하며 조용히 지켜보라고 전하고 있다.
7장 열정의 장
혜민 스님이 대학교수를 하던 시절, 강의에 대한 열정으로 오히려 학생들이 힘들어한 경험을 통해 내가 열심히 하는 맛에만 빠져들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남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열정을 다스리길 강조하고 있다. 열정을 다스릴 수 있을 때, 타인과 조화롭고 평화롭게 일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그 열정을 전이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8장 종교의 장
자신의 종교가 소중하듯, 다른 사람의 종교가 중요함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프랑스의 작은 마을 ‘떼제’에서 수사님들과의 교류를 통해 종교, 문화 그리고 언어가 달라도 표현과 실천 방식에 차이만 있을 뿐, 그 마음은 똑같다고 말하고 있다.
Schema = 마음의 렌즈
상담사에게 심리학에서의 ‘schema’ 개념을 설명 들었다. 심리학에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틀을 ‘schema(도식)’라고 한다. schema란,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접하는 사물, 사람 및 사건들에 관련된 우리의 기억 속에 저장된 조직화된 지식 구조다. 우리가 어떤 일을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판단의 기준인 것이다.
나와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삶을 돌아본 상담사가 말하길, 나는 본인에 대한 기대가 높아서 어떤 일이든 본인이 능력이 부족해서 실패의 결과가 나왔다고 치부하기에 괴롭다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어릴 적부터 무엇이든지 잘해야 한다는 본인에 대한 기대가 높아서, 결과에만 집착하는 schema가 생겨버렸다고 한다.
그렇기에, 나는 인생의 사건들을 재해석하는 연습이 필요했다. ‘schema’를 바꿔 재해석을 해보니, 결과보다 열정적이었던 과정이 보이고, 실패와 좌절이라는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내 마음의 렌즈가 바뀌면서 내 마음도 평온해져 가는 것이었다.
상담 후 책을 읽어보니, 놀랍게도 상담 내용이 혜민 스님의 가르침과 유사했다. 전에는 잘못된 마음의 렌즈로 나를 좌절시켰고, 그에 따른 화, 짜증, 우울감이 나를 덮쳐왔다. 억지로 그 감정을 억누르려고 노력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세상은 어떻게 나한테만 고난을 주는가 싶었다. 근데 마음의 렌즈를 바꾸고 다시 돌아보면서, 그런 감정들이 사라졌다.
생각보다 실패와 좌절만 있는 게 아니었다. 나는 그 과정에서 열정적으로 노력했고 그 모습도 아름다웠다. 다만 운이 조금 없어서 바라던 대로 되지 못했을 뿐, 나는 빠르게 차선책을 찾고 그를 향해 열심히 나아갔던 것이었다. 그렇게 새롭게 세상을 보면서 화, 짜증, 우울감을 언젠가 없어질 감정처럼 가만히 지켜보니, 서서히 내 마음에서 사라져가는 것을 느꼈다.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화가 날 순 있다. 하지만 잠시 지켜보면, 다른 즐거운 일 때문에, 그 감정이 잊히기도 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잠시 머물렀던 손님처럼 없어지는 것이다. 사납게 파도치던 내 마음이 비로소 잔잔하게 바뀌며 평온을 찾았다.
혜민 스님은 말했다.
내 마음의 이미지로 세상을 바라보니 좋은 것, 나쁜 것이 생기는 것이다. 진흙탕에서 진흙을 빨리 가라앉게 하려고 손으로 아래를 누르면 오히려 진흙이 어지럽게 흩어지듯이,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리려고 하면 마음만 헤집어 놓을 수 있다.
갑자기 자신의 모든 면이 싫어진 적이 있는가?
남들의 위로와 상관없이 끝없는 우울감에 빠져본 적이 있는가?
상대와 가까워지고 싶어 노력하는데, 오히려 갈등만 일어나고 멀어지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는가?
내 감정이 조절 안돼서 속상한 적이 있는가?
이런 경험이 있고, 지금 삶에 있어서 사소한 것들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책으로 상담의 효과를 얻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한다. 혜민 스님의 가르침과 함께 내 삶을 돌아보면 다른 관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와닿는 참신한 비유와 현실적이며 사소한 예시들과 함께 혜민 스님의 가르침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중간마다 나오는 우창헌 작가의 그림이 읽는 이들의 마음을 한결 편하게 해주면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