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셔닝이란 무엇인가?
포지셔닝은 잠재 고객의 마인드에 해당 상품의 위치를 잡아주는 것이다. 수많은 광고 및 정보가 쏟아져나오는 커뮤니케이션 과잉 사회에서 효과적인 광고의 유일한 희망은 대상을 세분화하여 목표를 선별한 후 단순화 시킨 뒤 거기에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당신에게 선거 운동을 맡긴 정치가와 만나고 있다고 가정하자. 만난지 5분도 지나지 않아 당신은 일반 유권자들이 다음 5년 동안 그 정치가에 대해 알게 될 내용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아무리 그 후보에 대해 얘기한다고 해도 사실 유권자의 마인드에 남는 내용은 거의 없다. 당신이 할 일은 선별이다. 그 후보에 관한 내용 중 유권자의 마인드에 가장 쉽게 인식될 수 있는 최선의 소재를 선별하고 그것에 집중해야 한다.
왜냐하면, 메시지 가운데 극히 일부만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한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발신자보다 수신자 측면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수신자가 듣고 싶고 예상되는 말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방대한 커뮤니케이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정보 공급 과잉에 대한 방어수단으로서, 주어진 정보량의 상당 부분을 정화시켜 이전의 지식이나 경험에 부합되는 정보만을 수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잠재 고객의 마인드를 바꾸려는 광고는 보통 불행으로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즉, 고객의 마인드를 바꾸기 보다 고객의 마인드에 교묘하게 진입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객의 마인드에 쉽게 진입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첫번째’가 되는 것이다. 결혼이란 가장 좋은 사람과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좋은 맨 처음 사람과 하는 것이라고 봐야 옳다. 이는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장 좋은 대상과 거래를 하는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좋은 첫 번째 대상과 거래를 트는 것이다. 연애든 비즈니스든, 성공을 하려면 상대방의 마인드에 최초로 들어가야 한다.
따라서, 광고를 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업계에서 최초의 상품을 선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첫 번째가 되는 것, 즉 첫 번째로 인식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멜리아 이어하트는 대서양 단독 비행에 성공한 세 번째 인물이지만, 여성으로서 첫 번째로 성공했기 때문에 유명해진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즉, 어떤 범주에서 첫 번째가 될 수 없다면 당신이 첫 번째로 인식될 수 있는 새로운 범주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이 커뮤니케이션 과잉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기업은 잠재 고객의 마인드에 하나의 포지션, 즉 그 기업의 강점과 약점은 물론, 경쟁 회사의 강점과 약점까지 염두에 둔 포지션을 창조해야 한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잠재 고객의 마인드에 가장 먼저 들어가야 한다. 다음의 예를 한번 살펴보자.
- 신대륙 발견자로서 포지셔닝에 성공한 아메리고 베스푸치(Amerigo Vespucci)
아메리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이지만, 그는 황금을 독차지 하려는 욕심에 눈이 멀어 입을 굳게 다무는 실수를 하였다. 이에 반해, 아메리고 베스푸치는 콜럼버스보다 5년이나 뒤늦게 아메리카를 발견했지만 두 가지 일을 제대로 했다. 첫째, 그는 신세계를 아시아와는 확연히 다른 별개의 대륙으로 포지셔닝하였다. 둘째, 그는 자신이 발견한 것과 자신의 이론에 대한 글을 널리 알렸다. 그는 스페인의 요직에 등용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유럽 사람들은 아메리고 베스푸치를 아메리카의 발견자로 믿게 되었고, 신대륙에 그의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이다. 한편 콜럼버스는 감옥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와 비슷한 것이 IBM이다. 컴퓨터는 사실 스페리랜드(Sperry-Rand)라는 기업이 발명했으나, IBM은 잠재 고객의 마인드에 컴퓨터 포지션을 확립한 첫 번째 기업이 되어 컴퓨터를 발명한 첫번째 회사로 각인되어 온 것이다.
새로운 상품 도입으로 포지셔닝 전략을 세울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
광고주는 반드시 새로운 상품 영역을 기존의 상품 영역과 대응하여 포지셔닝 시켜야 한다. 즉, 신상품의 어떠어떠하다는 점을 말하기보다는 그 상품이 어떠어떠하지 않다는 점을 호소하는게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예를 들어, 최초의 자동차는 ‘말(馬)이 없는 마차’라는 컨셉을 제시하여 기존의 수송 형태에 대항하는 포지셔닝 전략을 써서 먹혀들었다. ‘장외’ 베팅이나 ‘무연’ 가솔린, ‘무가당’ 소다와 같은 컨셉들은 기존 컨셉에 대항해 최상으로 포지셔닝시킨 좋은 예라 하겠다.
그리고 막강한 포지셔닝을 구축한 업계 리더가 있는 경우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무모하게 덤벼서는 안된다. 특히, 규모가 있는 업계 후발주자들이 이러한 우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 1970년대 메인프레임 컴퓨터 분야에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던 IBM에 정면도전했다 처참히 무너진 커뮤니케이션업계 리더 RCA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력한 업계 리더에 대항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잠재 고객의 마인드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자신들의 포지션을 최대한 살려 이를 새로 진출하는 분야의 포지션과 연결시켜야 한다. 즉, RCA는 IBM에 정면도전하는 포지셔닝보다 RCA의 기존 커뮤니케이션 사업과 관련지어 컴퓨터 사업을 포지셔닝 했어야 한다. "맨 앞에서 썰매를 끄는 개만이 경치의 변화를 즐길 수 있다“는 에스키모인의 속담처럼, 후발주자의 포지셔닝은 항상 어려운 것이다.
이는 한 분야의 리더로 자리 매김한 기업이 새로운 분야에 진출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코카콜라는 닥터페퍼에 비하면 명실상부한 거대 기업이다. 그러나 코카콜라가 닥터페퍼의 경쟁 상품인 미스터 피브를 출시했을 때, 코카콜라의 막대한 인적, 물적 자원을 쏟아 붓고도 닥터페퍼의 매출에 별다른 흠집을 내지 못했다. 복사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제록스보다 훨씬 거대한 기업인 IBM이 복사기 사업에 진출했지만 결과는 비참했다.
특정 기업이 해당 포지션을 점유하고 있을 때, “우리가 1위입니다”와 같은 광고는 의미가 없다. 그보다는 잠재 고객의 마인드에 해당 상품 영역을 강화시켜 해당 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편이 낫다. 그리고, 빈틈을 찾아 공략해야 한다. “작게 생각하라”는 폭스바겐의 포지셔닝, 고가의 빈틈을 노려 성공한 미켈롭 맥주, 담배 시장에서 남성적인 포지션을 구축하여 최초로 성공한 말보로 등은 좋은 예라 하겠다.
그리고, “우리는 기술 혁신을 통해 최초로 이 제품을 만들었습니다”와 같은 기술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된다. 1971년 브라운포먼 디스틸러스는 업계 최초로 “화이트 위스키”를 출시했고, 최초의 화이트 위스키라는 점을 통해 매출 확대를 꾀하려 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왜냐하면 화이트 위스키가 병에 담긴 것으로는 처음이었는지 몰라도 소비자의 마인드에서는 최초가 아니었고(진, 보드카, 럼, 테킬라 등 하얀색 리쿼(Liquor)들이 이미 존재), 소비자의 마인드에 위스키라는 것은 이미 브라운, 즉 갈색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어떻게 하얀 위스키를 마시지?” 이것이 소비자가 갖는 생각이었다. 이는 최초의 하얀 맥주 “밀러 클리어”, 하얀 콜라 “크리스탈 펩시”와 같은 전철을 밟았다.(즉, 이들도 맥주는 옅은 갈색이고, 콜라는 진한 홍갈색이라는 소비자의 인식을 바꿀 수 없었던 것이다.)
소비자와 의미론적 논쟁은 필요 없다. 광고는 논쟁하는 것이 아니라 유혹하는 것이고, 이것이 먹히지 않으면 그 자체로 그 광고는 실패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리하면 기업의 효과적인 광고를 위해서는 고객의 마인드에 최초라는 이미지로 포지셔닝해야 한다. 그리고 이때 몇 가지 주의 사항이 있는데, 먼저 명백하고 단순해야 한다. 그리고 잠재 고객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또한 이미 업계 리더가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라면 정면도전을 피하고 빈틈을 노려야 한다. 그리고, 이 때 한정된 매니아 층이 아닌 주류시장에 존재하는 빈틈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교묘함이 필요하다.(정치에서는 누구든 극우나 극좌 포지션을 쉽게 확립할 수 있다. 그런 자리는 보통 비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포지션으로 선거에 임해서 승리할 확률은 낮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