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국내 카드사들 중 이만큼 브랜드 색이 뚜렷한 회사가 있을까?
'금융회사인데 브랜딩을 잘 하는 특이한 곳.'
현대카드가 이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는 누구든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런 이미지에는 현대카드의 혁신적인 문화마케팅 활동들이 큰 역할을 했다. 마룬파이브, 폴 매카트니, 켄드릭 라마 등 전설적인 아티스트의 한국 공연을 이루어낸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그리고 네 가지 취향(디자인, 미식, 음악, 여행)의 바다를 헤엄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이런 현대카드의 활동들 덕분에 요즘 20대들에게 현대카드가 갖는 이미지는 독보적이다.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현대카드가 큐레이션 한 LP를 직접 만지고 들어볼 수 있는 뮤직 라이브러리
< 외부인의 현대카드 내부 관찰기>
‘인사이드 현대카드’. 이 책은 한 패션지 편집장이 현대카드를 1년동안 취재한 바를 기록한 책이다. 작가가 책을 쓰게 된 스토리가 꽤 흥미롭다. 그가 잡지의 여는 글에서 현대카드에 대한 글을 썼는데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이 그 글을 보고 직접 연락을 해서 책을 써 달라 했다는 것.
“아무런 제약을 두지 않는 특별 출입증을 드리겠습니다. 수익을 포함한 모든 대외비 자료까지 다 들여다보십시오. 1년 후 세상에 공개될 극비 프로젝트 관련 회의도 참관이 가능합니다. 단, 제게 내용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 발동할 수 있는 출판 거부권만 주십시오. 저희를 칭찬하든 비판하든 당신이 느낀 대로 솔직하게 서술하시면 됩니다.”
이 책은 이런 매력적인 제안을 받아들인 작가가 쓴 현대카드에 대한 진짜 관찰기다. 겉으로 보이는 현대카드의 이미지는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그렇다고 해서 멋있고 창의적인 스토리, 혁신적인 브랜딩 방법론 같은 내용만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실제 회사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 그리고 회사 구성원들이 하는 고민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리고 그 내용들 사이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화두를 던져준다.
책 내에서 배울 점, 생각거리가 있었던 대목 중 일부를 공유한다.
생각할 공간을 남기기 위해 내 감상은 덧붙이지 않는다.
- 회사에 대한 내용
회사가 성장하고 조직이 커지면서 토론이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는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막상 취재를 해보니 외부에 전해진 것만큼 임원들이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10년전 쯤에도 과연 이랬을까? …… 일부에서 이제 현대카드도 여느 대기업들과 비슷해지고 있다고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04p)
현대카드에 주목하는 이유는, 기업의 운영원리, 마케팅 기법, 디자인을 중심으로 한 아이덴티티 표현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철저히 모던함을 구축한 조직체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현대카드의 지난 10년의 성과를 모방해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우는 기업들은 최근 한국에도 많이 늘어났다 ….. 하지만 그들은 결코 현대카드의 모던함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현대카드는 …… 바우하우스의 핵심 개념을 정확히 꿰뚫어 기업 운영에 적용한 일관된 논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38p)
"솔직히 현대카드가 구글이나 애플처럼 창의적인 인재를 뽑고 성장시키는 회사냐고 묻는다면 아직 '노'라고밖에 대답하지 못할 겁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사업이 그들과 다르다는게 가장 큰 이유겠죠. 그리고 우리는 구글이나 애플처럼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우리에게 맞는 최고의 인재 확보와 성장이 목표입니다. ...... 가장 두려운 건 그냥 한국 대기업 같은 조직이 되는것이고요 ...... 어찌되었든 현대카드는 스스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려고 하는 시스템은 분명 갖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255p : 이석호 HR 팀장)
- 정태영 부회장의 인사이트
정태영 사장과 대화하고 교류하는 동안 깨달은 것은, 디자인의 본질을 정확히 알고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그의 핵심 능력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디자인은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예술이나 환상의 측면이라기보다는 논리에 더 가까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숫자에 깊이 매혹되었던 그에게 금융과 디자인은 사실상 같은 영역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84p)
“우리가 왜 디테일에 신경을 쓰냐고? 경영학에는 진실의 순간이라는 말이 있다. 소비자는 사소한 판촉물과 전단지로 그 회사를 만나고 직원들은 사장의 현란한 철학보다 사무실, 식당, 화장실, 처우를 통해 회사를 평가한다. 이게 본질적이고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이다 …… 회사를 경영할 때는 이렇게 큰 비전과 디테일을 다 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매일 비전만 이야기하는 사장들이 얼마나 많나? 사장이 계속 떠들어도 회사는 변하지 않는다. 디테일이 받쳐줘야 전략이나 비전도 실행된다.” (232p : 정태영 부회장)
“브랜드의 정체성은 담이라고 볼 수 있어요. 하기에 따라 자신을 지켜주는 건지 가두는 건지가 정해지는 거죠. 그 틀을 인정한 상태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303p : 정태영 부회장)
“고수는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물건의 정신, 스토리를 파는것이죠 …… 현대카드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카드를 파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와 정신을 파는 것이다, 라고요.”(314p : 정태영 부회장)
<기업문화에 대한 고민거리를 주는 책>
책을 모두 읽고 살짝 아쉬웠던 점은 ‘정태영 부회장의 특출남’을 보여주는 책 내용이나 에피소드 비중이 조금 많았다는 것이다. 현대카드가 정태영 부회장의 인사이트를 중심으로 굴러가기도 하고 그 중심축을 옮기려 노력하고 있는 과도기에 있기에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배울 점은 많았다. 특히 좋았던 점은 내부자들과 작가의 대화, 그리고 작가 본인의 의견에서 ‘우리나라 기업과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다시한번 해볼 수 있었다는 것. 국내 회사를 목표로 하는 취준생, 그리고 현대카드의 브랜딩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