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쓰기가 두려운 당신을 위한 책 ]
글쓰기만큼 어려운 게 또 있을까? ‘작가들의 작가’라고 불리는 글쓰기 교수법의 대가 윌리엄 진서가 그랬다. “글쓰기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는 실제로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어려운 만큼, 그 어려운 것을 남들보다 잘하고 싶은 욕심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본서가 베스트셀러인 것이,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것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저자 강원국 씨는 이 책이 독자들에게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고 시도해볼까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면 뿌듯할 것 같다고 했다. 글쓰기가 두려운 내가 꼭 읽었어야만 하는 책. 그래서 읽었고 저자를 뿌듯하게 하는데 일조한 것 같아 묘하게 뿌듯해지는 책.
[ 글쓰기는 자신감이 절반 ]
일부러라도 자신감을 북돋워줄 필요가 있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내 안에 있는 쓸거리를 끄집어내기 위해서다. 자신감이 없는 사람은 집토끼가 아니라 산토끼를 찾아 헤맨다. 자기 안에 파랑새를 두고 구천을 헤매는 격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찾는 게 먼저다. 무의식에 저장돼 있는 것을 길어 올려 쓰려면 스스로를 믿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내 안에 쓸거리가 있다고 믿어야 한다. 쓸거리는 살아온 시간만큼 축적돼 있다.
두 번째 이유는 과도하게 다른 사람 눈치를 보면 글이 안 써지기 때문이다. 우리 뇌는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는 순간 일을 그르친다. 자신이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불안을 일으키고, 이러한 불안이 뇌를 긴장시켜 적절한 행동을 방해한다.
세 번째 이유는 언제든 내가 쓴 글을 남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이 보여줄수록, 다양한 피드백을 받을수록 글은 좋아진다. 자신감이 없는 사람은 보여주는 것을 망설인다. 벌거벗은 생각과 감정을 내보이는 게 부끄럽고, 남의 평가가 두렵다. 눈치를 보면 절반은 진 것이고, 주눅이 들면 완패다. 이에 반해 스스로를 믿는 사람은 자기 글을 남에게 자신 있게 보여준다. 호평이나 혹평에 흔들리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잘 보여주는 사람은 더 잘 쓰고, 안 보여주는 사람은 갈수록 못 쓴다. 보여주지 않는 글은 의미가 없다.
* 글쓰기 자신감을 높이는 방법 *
- 내 글에 호의적인 사람을 곁에 둔다, 매일 글을 쓴다, 글로써 목표를 이루겠다고 마음먹는다.
[ 글쓰기 동기부여 방법 ]
내게 블로그는 매일 글을 쓰게 하는 동력이기도 했다. 계기, 동기, 환경이란 세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블로그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 매일 글을 쓰게 된 계기였다. 블로그 이웃에게 내 글을 보여주고, 그들이 내 글을 기다리는 상황이 다시 글을 쓸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작용했다.
인지심리학에서 말하는 접근 동기와 회피 동기라는 개념이 있다. 접근 동기는 좋은 상황을 상상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고, 회피 동기는 나쁜 상황을 예상하고 이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나는 접근 동기로 글을 써야 한다고 믿는다. 못 쓰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잘 쓰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써야 한다. 그러자면 다섯 가지 접근 동기가 필요하다. 먼저 자신을 위해 쓰는 것이다. 내가 재밌고, 나에게 유용하고, 스스로 감동해야 남에게 줄 게 생긴다. 두 번째는 보상이다. 세 번째는 모방이다. 글 잘 쓰는 사람을 닮고 싶다는 간절한 욕구가 필요하다.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필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네 번째는 성장이다. 글을 쓰지 않고는 나의 성장을 확인할 길이 없다. 글을 써야 내 생각, 내 감정이 얼마나 성장하고 성숙해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마지막 동기는 글을 잘 쓰면 멋있다는 점이다. 글쓰기에 몰두해 있는 사람은 어느 누구보다 아름답다. 글 쓸 때 가슴이 뛴다는 사람도 멋있다. 글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사람은 아름다움을 넘어 위대하다.
[ 습관이 의지를 이긴다 ]
무의식이 습관을 만든다. 우리의 무의식에 글 쓰고 싶은 마음을 장착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하기 쉬운 일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나에게는 메모가 그렇다. 수시로 메모한다. 쉬운 일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무엇이건 상관없다. 글쓰기와 관련된, 자신에게 맞는 쉬운 일을 먼저 찾는다. 그리고 되풀이한다. 쉬운 일과 반복이 만나면 습관이 만들어진다. 습관은 글쓰기를 대하는 자세도 바꾼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습관에서 나뉜다. 프로는 아리송한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아보고, 새로운 생각이 나거나 좋은 문장을 만나면 메모하고, 사람이나 사물을 볼 때는 유심히 관찰한다. 반면, 아마추어에게는 이런 습관이 없다. 프로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글을 쓰는 습관이 있고, 아마추어는 없다.
글 잘 쓰는 비결을 말하라면 나는 ‘3습’을 꼽는다. 학습, 연습, 습관이다.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코 습관이다. 단순 무식하게 반복하고 지속하는 것이다. 글쓰기 트랙 위에 자신을 올려놓고 글쓰기를 일상의 일부로,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밑 빠진 독에서도 콩나물은 자란다.
[ 창의가 만들어지는 길목 ]
창의는 ‘양’에서 나오기도 한다. 양질전화의 법칙이 적용된다. 양의 증가가 질의 변화를 가져온다. 다이어트 해본 사람은 안다. 꾸준히 하면 어느 순간 한꺼번에 체중이 준다. 세상일이 대부분 이런 궤적을 밟는다. 완만하게 우상향하면 좋으련만 인내심을 시험한다. 반응이 없다가 계단식으로 상승한다. 조급증과 답답함을 이겨낸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다. 마치 대나무가 ‘퀀텀리프’하듯.
창의란 곧 자기 생각을 표현할 줄 아는 것이다. 내 생각과 남의 생각을 섞을 줄 아는 것이다. 남의 생각에 자기 의견을 붙일 줄 아는 것이다. 창의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겨자씨에서 살이 붙는 게 창의성이다. 우리는 누구나 작은 겨자씨 하나씩은 갖고 있다. 창의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말하기와 글쓰기다. 발표하기, 질문하기, 일기 쓰기처럼 거창하지 않고 평범하다.
[ 아는 게 없으면 보는 것으로 쓴다 ]
글쓰기를 공부하며 읽은 책 중 두 권이 인상 깊다. <생각의 탄생>과 <인지니어스>다. 각각 생각도구와 생각법을 소개한다. 그런데 두 책 모두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관찰’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대학을 졸업하고 ‘유공’이란 회사에 원서를 냈다. 당시 주유소를 가장 많이 가진 정유회사였다. 원서를 내기 전까지는 그 회사가 있다는 정도만 알았다. 그러나 원서를 접수하고 나니 새로운 세상이 내 앞에 펼쳐졌다. 면접을 보고 그 회사 문을 나서는 순간 온 세상이 유공 천지였다. ‘컬러 배스 효과’다. 한가지 색깔에 집중하면 그 색 물건만 눈에 띄는 현상이다. 무언가를 의식하면 그것만 눈에 보이게 마련이다. 관심이 생기니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들여다본 지점까지만 내 세상이다. 그 밖은 없는 세상이다. 없는 세상에 관한 내 생각은 존재하지 않는다. 보는 것만 실재하는 세계이고, 글쓰기 대상이 된다. 관찰한 만큼 보이고, 보인 만큼 쓸 수 있다.
관찰에도 단계가 있다. 1단계는 눈에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고, 글로 옮겨보는 것이다. 이른바 묘사다. 2단계는 느낌을 말하는 단계다. 감상을 쓰는 것이다. 3단계는 분석적으로 관찰하는 단계다. 나름의 시각과 관점, 그리고 해법을 쓴다. 회사에서 쓰는 보고서, 각종 칼럼이 여기에 해당한다. 4단계는 내 주관과 기준으로 시시비비를 가리고 비판하는 단계다. 삐딱하게 관찰하고 통념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5단계는 나를 보는 것이다. 양심과 정의감은 여기서 나온다.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은 양심이 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세상을 사랑한다.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은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고 이를 위해 행동한다.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글을 쓴다. 마지막은 없던 세계를 창조하는 단계다. 보이는 것, 그 너머를 보는 것이다. 시나 소설 같은 문학에 필요한 눈이다.
[ 평소 쓰기 위한 네 가지 도구 : 독서, 토론, 학습, 메모 ]
글 쓰는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써야 할 때 쓰는 사람과 평소 써두는 사람이다. 쓰기 전에 쓸거리가 있는 사람은 여유가 있다. 가진 것 중에 무엇을 쓸까 즐긴다. 흥분하기까지 한다. 이에 반해 써야 할 때 찾기 시작하는 사람은 초조하다. 평소 잘 나던 생각도 나지 않는다. 즐거움이 아니라 고역이고, 흥분이 아니라 패닉이다. 당연히 결과도 좋지 않다.
평소 쓴다는 것은 단지 글을 조금씩 쓴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평소에 자신의 생각을 생성, 채집, 축적해두어야 한다. 써놓은 글을 평소에 조금씩 고치는 것도 포함한다. 나아가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의 흐름 안에서 살라는 뜻이다. 어차피 써야 할 글이라면 미리 써두는 게 여러모로 좋다. 써둔 글에는 이자도 붙는다. 써둔 글이 늘어나면 그 안에서 자기들끼리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서로 관련이 없는 것이 부딪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평소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기 생각을 만들어내는 ‘도구’가 필요하다. 첫째가 독서다. 책을 한 권 읽었는데 자기 생각이 새롭게 만들어진 게 없으면 헛일이다. 남의 생각을 알기 위해 하는 독서는 부질없다. 둘째, 토론 역시 생각을 만드는 필수 도구다. 말을 하면 생각이 정리된다. 실타래처럼 엉켜 있던 생각이 일목요연해진다. 또한 생각이 발전한다. 셋째, 학습이다. 배우는 것만이 학습은 아니다.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학습이다. 끝으로, 메모다. 독서, 토론, 학습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메모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메모하지 않은 것은 모두 잊히게 마련이다. 메모는 그 자체가 글쓰기이고 생각하는 과정이며, 훌륭한 글감이다. 무엇보다 메모를 해야 뇌가 자꾸 새로운 생각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