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적으로 카페 프릳츠(Fritz)의 커피를 좋아한다.
잡맛이 거의 없고 은은한 단맛이 올라오는 커피. 원두의 개성이 살아있고 표현하려는 맛이 확실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갈 때마다 맛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 일정한 맛의 커피를 추출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생두의 선택, 가공, 추출하는 스킬, 그리고 그 과정이 이루어지는 모든 날들의 습도나 온도까지… 자연적인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의 커피가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또 프릳츠는 브랜딩을 정말 잘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매력적인 브랜드를 만들고 그 브랜드의 이야기를 풀 줄 안다. 오래 장사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을 알고 있는 느낌이다.
프릳츠의 토크 행사 '날 보러 와요'
무엇이 프릳츠를 이렇게 특별하게 만들까?
프릳츠가 특별한 이유
이 책은 프릳츠가 특별한 이유를 알려주는 책이다. 그들이 파는 상품들, 즉 커피와 빵과 서비스를 어떤 태도로 만드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그런 태도가 브랜딩에서 어떻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지를 보여준다.
흡사 이 브랜드의 홍보물같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좋은 브랜드를 어떻게 만드는지의 관점에서 배울 점이 꽤 있다.
챕터별로 브랜딩의 요소들을 설명하고, 그 요소들을 만들어내기위한 질문지를 두어 고민을 하게 만들어 준다.
아래는 몇 가지 질문지의 모음. 질문에 답하며 좋은 브랜딩에 대해 한 번 고민해보자.
* 브랜드가 창조한 멋진 세상, 브랜드 비전
1. 일에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하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2. 그것을 통해 사회와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긍정적인 영향력은 무엇입니까?
3. 긍정적인 영향력으로 인해 변화된 사회와 사람들은 어떤 모습입니까?
4. 그 사람들은 당신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습니까?
5. 당신은 어떤 모습입니까?
6. 당신의 브랜드가 창조해 낸 세상을 한 문장으로 써 보세요.
* 기대가 아니라 구체적인 브랜드 약속
1. 당신은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2. 아래 6가지 요소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당신만의 브랜드 약속을 써 보세요. 이것은 ‘나’라는 개인의 브랜드일 수도 있고 기업의 브랜드일 수도 있습니다.
단순함 / 현실적 / 차별화 / 관찰 가능함 / 감성과 연결 / 기억하기 쉬움
* 팬덤을 만드는 브랜드 개성
1. 브랜드를 의인화해 생각해보세요.
- 이 브랜드는 어떤 사람입니까?
- 이 브랜드가 먹고 마시고 노는 스타일은 어떻습니까?
2. 의인화한 브랜드가 좋아하는 취향을 최대한 더 많이 찾아보세요
- 이 브랜드와 친해지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 어떤 장르의 영화와 음악을 좋아할 것 같습니까?
3. 브랜드와 잘 어울리는 다른 브랜드를 찾아보세요.
- 이 브랜드의 물건 옆에는 어떤 브랜드의 물건이 어울립니까?
수준 높은 브랜딩을 한다는 것.
우리나라에 예쁜 카페 정말 많다.
노출 콘크리트 인테리어, 신인류처럼 구부정하게 앉아 마셔야 하는 테이블과 의자, 잎이 큰 초록색 식물이 있는 공간. 골목을 들어서면 하나쯤 있을 것 같지 않나?
하지만 프릳츠는 단순히 공간을 예쁘게 꾸미고 커피와 달달한 것들을 팔아서 유명해진 것이 아니다. 이 사람들은 어떤 상품을 내놓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들이고, 그 상품을 고객들에게 설득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책 내용이 아주 새로운 시각이나 깊은 사고의 결과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프릳츠를 만든 사람들을 인터뷰한 것을 중심으로 내용이 엮여 있기에 한계가 있는 듯하다.
그래도 그들이 어떤 태도로 그들의 일을 대하는지를 엿보기에는 충분하다.
지속 가능한 브랜딩에 대한 생각을 하고 싶은 사람들, 사업을 하고 있거나 할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프릳츠의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