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메이킹, 이것은 빅데이터가 알려주지 않는 전략이다》는 레드 어소시에이츠의 핵심 전략인 ‘센스메이킹’을 집대성한 책으로 피상적인 데이터가 아닌 느낌, 사실, 경험, 관찰을 종합해 패턴을 발견하고 현실과 연결하는 능력의 중요성을 논한다. 방대한 데이터들의 혼합물을 해석하고 결론을 도출해내는 비범한 능력인 ‘센스 메이킹’은 압도적 기술의 시대에 비즈니스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과 데이터가 놓치고 있는 숨겨진 기회까지도 포착할 수 있는 승부수이다.
저자는 우리가 스템(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 네 가지 기반지식과 빅데이터의 추상적 개념에만 과도하게 집중한 나머지 현실을 설명하는 대안적 기틀을 거의 쓸모없게 여긴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는 인간적 추론과 판단의 가치를 무시해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스템에 대한 집착은 모든 인간적 행동에서 일어나는 비선형 변화에 대한 감수성을 둔하게 하고, 정성적 정보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능력을 약화한다. 물론, 자연과학은 우리의 세계에 대해 상당히 많은 것을 설명하는 좋은 수단임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과학에서 인간의 행동이 방정식에 포함되면 상황이 비선형으로 변한다. 물리학은 쉽지만, 사회학이 어려운 이유가 거기에 있다.” - 물리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
센스메이킹, 데이터로부터 의미를 추출하다
센스메이킹은 인문학에 기초해 실용적 지혜를 얻는 방식이다. 센스메이킹에는 다섯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개인이 아니라 문화를 살핀다. 둘째, 피상적 데이터가 아니라 심층적 데이터가 필요하다. 셋째, 동물원이 아니라 초원으로 나간다. 넷째, 제조가 아니라 창조한다. 다섯째, GPS가 아니라 북극성을 따라간다.
뛰어난 예술은 시대를 가로질러 우리를 이어준다. 또한 상상력의 경계에 있는 세계와 공감하도록 우리를 초대한다. 어떤 문화는 모임에서 효율성과 질서를 우선시하지만, 다른 문화에서는 참가자가 연대를 확보하고 영향력을 구축하는 계기로써 모임을 활용한다. 어떤 문화에서 점심은 2시간짜리 만찬이고, 다른 곳에서는 10분 동안 간단히 먹는 샌드위치다. 특정한 분야에서는 야심이 존중받고 축복받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폄하되고 조롱받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 그 이면에 존재하는 관행에 대한 개념은 분명 획기적인 의미가 있다.
피상적 데이터는 브라우저의 쿠키, 전화기 GPS 등을 통해 수집된다. 심층적 데이터는 사실 뿐 아니라 그 사실의 맥락까지 포착한다. 우리는 한 잔의 커피가 조금 차가워지는 때가 언제인지 안다. 애인의 눈을 보고 뭔가 잘못되었음을 안다. 심층적 데이터는 피상적 데이터처럼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없으므로 불충분하거나 엄격함이 부족하다고 무시당할 때가 많다. 그러나 사실 우리의 삶은 심층적 데이터에 지배당한다. 비즈니스는 인간의 행동에 대한 베팅이다. 결국 사람을 더 잘 이해하는 것에서 성공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건조된 사실과 수치, 모든 유기적 생명력이 제거된 피상적 데이터는 안정된 기간에는 우리에게 충분하다. 그러나 시장이 변하면 잘못된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환경이 변하는 시기에는 인간성의 감정적, 심지어 본능적 맥락과 재접속하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
2012년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 된 질문은 사랑은 무엇인가였다. 생물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기능성자기공명영상을 통해 낭만적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동기부여체계, 즉 비자발적 화학반응이라고 결론지었다. 연구실이나 동물원에서는 사랑이 그렇게 보인다. 진정으로 문화를 이해하는 비결은 그 영혼 즉, 예술적 유산과 역사, 관습을 살피는 것이다. 인간의 경험을 연구하는 것보다 더 나은 훈련은 없다.
1800년대 말 미국의 철학자이자 논리학자인 찰스 샌더스 퍼스는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세 가지 추론으로서 연역, 귀납, 가추를 정의해 명성을 얻었다. 이 방법들은 각각 다른 수준의 정확성에 적합하다. 연역은 일반적 법칙이나 이론, 즉 가설에서 출발해 구체적 사례에 이르기 때문에 종종 하향식 추론이라 불린다. 가령 “모든 여성은 죽는다. 샐리는 여성이다. 따라서 샐리는 죽는다”라고 연역할 수 있다. 연역적 추론은 경계가 정해진 제한적 문제에 유용하지만, 새로운 정보를 통합할 수 없다. 귀납적 추론은 연역적 추론의 반대다. 그래서 구체적 사실에서 출발해 이론에 이르기 때문에 상향식이다. 알려진 사실과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명확한 문제에는 적합하지만, 문화나 행동과 관련된 문제에는 유용하지 않다. 퍼스는 가추적 추론 또는 비선형적 문제 해결만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어느 집의 유리창이 깨져 있고, 보석함이 사라졌다. 우리는 가추적 추론을 통해 가장 타당한 결론, 즉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결론으로 요약할 수 있다. 가추적 추론은 확정적이거나 논리적인 설명 없이 현상을 관찰한 후에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일종의 근거 있는 추축으로 정의될 수 있다.
오늘날의 세계가 엄청 복잡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세계를 사실의 조합으로 구성하는 데 집착하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는 우리가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알 수 있고, 알아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이는 바보 같은 짓이며, 관계된 모든 사람이 탈진하고 길을 잃게 만든다. 우리는 GPS의 신탁을 바라보는 데에만 너무나 집착하다가 바로 우리 머리 위에서 반짝이는 별들에 대한 감수성을 깡그리 잃었다. 길을 찾는 수단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지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책임은 우리 각자에게 있다. 우리가 빅데이터를 활용하더라도 어떤 데이터를, 무엇을 위해, 어떻게 수집할지 생각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진정한 의미를 찾지 못할 것이다.
완벽한 데이터가 놓치고 있는 것
빅데이터는 인과관계가 아니라 상관관계를 중시한다. 그래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계를 구축할 수는 있지만, 왜 그런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빅데이터는 아무런 설명 없이 정보를 제공한다. 영란은행을 파산시킨 남자 조지 소로스는 런던 정경대학교 철학과 학생이었다. 어린 시절 내내 전쟁이 미치는 파괴적인 힘을 목격한 소로스는 역사의 비선형적 변화에 민감했다. 그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사건이 사소해 보이는 개인적 모욕, 즉 영역, 다툼, 분쟁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조지 소로스와 동료들은 심층적 데이터, 즉 경험, 신문기사, 사람들의 반응에 대한 이야기, 대화내용 같은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통계에 관한 글을 다수 읽으면서 수치신봉자가 되었는데, 역시 난 팔랑귀였던 것이다. 머니볼이란 영화를 보면서, 오랫동안 한 업무를 담당하면서 축적된 경험을 통해 통찰력을 발휘하는 것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았었다. 사실 머니볼에서 하고 싶던 말은 자신의 경험만 중시하고 시대적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것이었는데, 난 과거의 것들을 배척한 것이 아닌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책에서는 세계적인 투자가 조지 소로스의 원자재 투자 팀을 예로 들면서 세상이 단순히 수치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준다. 원자재 팀은 명문대 출신도 아니고, 평균 연령도 3세 이상 많은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딜러의 세계에서 젊은 사람들이 순발력이나 집중력이 좋을 수도 있지만, 실제 원자재 팀은 꾸준히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었다. 이들은 수십 년간 관련 분야에서 일하면서 체득한 판단력과 통찰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단순히 데이터로만 판단의 근거를 내려야 했다면 이들의 수익률을 완전히 설명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저자는 기존의 일반적인 데이터가 아닌 인문학적 통찰을 기반으로 인간고유의 심성을 이해함으로서 문제들을 해결한다. 센스메이킹을 활용한 컨설팅은 기업이 갖고 있는 문제의 근원적 원인을 찾아내고, 실질적인 대책을 제시하는데 의미가 있다. 센스메이킹을 활용한 컨설팅의 다양한 사례를 책에서는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연금보험을 판매하는 보험회사가 실질적으로 은퇴나 노후가 와 닿지 않는 20대 젊은 고객들에게 영업자원의 70%를 할당한다는 것을 정작 보험회사는 모르고 있었다. 왜냐면 그들은 20대 젊은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센스메이킹이 감정, 지성, 정신을 비롯한 모든 것을 필요로 하는 참여활동이라고 강조한다. 공감은 감정과 지성의 측면에서 다른 사람의 세계관이나 문화적 관점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데이터의 흐름을 꿰뚫는 관점
탁월한 감수성, 정교함, 용기에서 나오는 지성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때가 많다. 이런 능력은 어떤 정량적 평가로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는 이런 것들이 진정한 전문성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회적 직감, 정치적 혁신, 적극적 경청, 문화적 해석, 분석적 공감, 예술적 진정성이야말로 대가들이 일상적으로 행하는 센스메이킹일 것이다.
인문학은 모든 문화나 조직이 직면한 핵심적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용하고 실용적인 전략적 도구라고 저자는 말한다. 다른 세계, 관습, 의미, 경쟁 시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그 방법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이런 능력은 결코 아웃소싱으로는 확보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능력은 관점을 요구하면 기계 학습으로는 그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데이터는 완벽하다. 하지만 인간을 설명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수치와 모형만이 유일한 진실이 된 시대라면 충동적이고 본능적인 인간 행동에 대한 인문학적 통찰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통계 또는 데이터에만 전적으로 의존해 의사결정을 했다면 우리는 본질을 놓칠 확률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저자는 이런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상호 보완적인 데이터와 심층적 정보들을 통해 의사결정을 한다면, 우리는 보다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