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또 어떤 책을 읽어볼까 하고 회사 도서관을 둘러보는데 대출예약이 6명이나 걸려있는 책이 있어 눈길이 갔다. 제목도 특이하다. 두번째 산. 대체 어떤 책이길래 이렇게들 줄을 서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며 내용을 쭉 살펴보았다. 그리고 나도 7번째로 줄을 섰다. 그렇게 줄을 선 지 약 3주 만에 두번째 산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총 5개의 Part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 저자는 두개의 산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뒤이어 소개되는 4개의 장에서 각각 직업, 결혼, 철학과 신앙,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저자는 인생이란 두 개의 산을 오르는 일과 같다고 말한다.
첫 번째 산에서 우리 모두는 특정한 인생 과업을 수행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부모에게서 독립하고, 재능을 연마하고, 자신의 족적을 세상에 남기려고 노력하는 일 등이다. 첫 번째 산에서 우리는 세상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자신을 자기의 참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 대목이 정말 공감이 갔다. 나는 저자가 묘사하는 '첫 번째 산을 오르는 사람' 과 100% 일치했다.)
그러다가 문득 무슨 일이 벌어진다. 어떤 사람은 첫 번째 산에서 정상에 올라 성공을 맛보지만 만족하지 못한다. 어떤 사람은 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호된 시련을 만나 나가 떨어진다. 또 어떤 사람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을 만나 예기치 않게 옆길로 빠진다. 이들은 모두 당혹스러움과 고통스러움의 계곡에서 헤맨다.
두 번째 산에 오른다는 것은 이 계곡을 자기발견과 성장의 계기로 삼는 것이라고 저자는 소개하고 있다. 계곡은 고통의 장소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낡은 자아를 버리고 새로운 자기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고통이 자기에게 가르치는 내용을 똑똑이 바라볼 때, 그렇게 자기 인생에 귀를 기울일 때 우리는 비로소 성공이 아닌 성장을, 물질적 행복이 아닌 정신적 기쁨을 얻을 수 있다. 고뇌의 계곡에서 사막의 정화를 거쳐 통찰의 산봉우리에 이르는 것이다.
첫 번째 산이 '나'를 위함이었다면 두 번째 산은 '우리'를 위함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두 번째 산에 있는 사람들은 예전의 모습에서 완전히 달라진 사람들이며, 이들은 깊이 헌신하는 삶을 살아간다고 한다.
아직 첫 번째 산을 오르고 있는 나에게 저자가 경고를 하는듯한 느낌이 드는 구절이 있어 두 번을 정독하였다.
"당신이 일하는 환경이 당신의 존재 자체를 서서히 바꾸어 놓는 힘을 절대로 과소평가하지 말라. 어떤 회사에서 일하겠다고 선택했을 때 이미 당신은 자기 자신을 그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같은 부류의 인간으로 바꾸어놓기 시작하는 셈이다. (중략) 게다가 실용적이고 실리적으로 살아가는 인생은 당신을 실리적 실용주의로 변모시킨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하면 성공할까?'라는 질문이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재빨리 삼켜버린다."
이 책을 다 일고 나니 나는 어쩐지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첫 번째 산은 두 번째 산으로 가기 위한 일종의 시행착오이며, 결국 인생의 최종 목표는 두 번째 산'인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내가 아직 첫 번째 산에 있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완전히 동의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내가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의 삶의 과정상 자연스럽게 학교를 졸업하면서 누구나 첫번째 산을 먼저 오르게끔 되어있다. 그렇게 내가 오르는 산이 첫번째인지 두번째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열심히 살다보면 내가 놓치고 있는 것들을 깨닫는 시점이 자연스럽게 오고, 그렇게 하나 둘 두번째 산을 오르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어찌보면 첫번째 등반을 마치고 두번째 등반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자연스러운 인생의 과정인 것 같다. 혹은 두번째 산을 먼저 오른 사람은 자신의 삶에서 성공의 결핍을 느끼고 첫번째 산을 찾기도 할 것이다.
나는 일단 지금 오르고 있는 첫번째 산을 열심히 등반하되, 이것이 내 인생에 있는 유일한 산이 아님을 염두에 두고 언젠가 계곡에 도달하더라도 의연히 헤쳐나갈 수 있도록 단단한 멘탈과 체력을 길러보아야겠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10년후 쯤 이 책을 다시 읽어보면, 이번에 읽지 못한 행간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