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라면 누구나 알만한 '쭈니형'이 등장하는 <와썹맨>
2019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성장한 채널 세계 2위를 기록한 <워크맨>
이 두 가지 유튜브 채널이 바로 김학준이라는 한 사람의 총괄 프로듀서(CP)에 의해 만들어진 콘텐츠라고 한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놀랍다. 두 채널 모두 단순한 재미를 위해 과장하거나 쥐어 짜내는 듯한 인위성이 있거나 자극적인 설정이 있는 유튜브 콘텐츠가 아니기 때문이다.
<와썹맨>은 본인을 반백살로 소개하며 친근감이 느껴지는 '쭈니형'이라는 실존 캐릭터를 활용하고, <워크맨> 역시도 '선을 넘는' 장성규라는 캐릭터가 가진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건전하면서도 신선한 콘텐츠다. 특히 이 두 명의 캐릭터가 인기를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최근 변화하는 인식과 트렌드가 한몫을 했다.
먼저, <와썹맨>의 경우 거의 임원급 연령대인 GOD의 박준형이 스스로 권위를 무너뜨리고 핫플레이스를 다니며 체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로 방문하는 핫플레이스는 20대들이 선호하는 장소인데 인스타그래머블한 맛집이면 무조건 좋다고 말하는 여느 유튜버들과는 달리 박준형은 무조건적으로 좋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솔직한 본인 의견(맛없으면 맛없다, 왜 이런 곳을 오는지 모르겠다...등)을 말한다는 점에서 20대를 열광하게 했다.
<워크맨>은 재미있어서 종종 볼 때가 있는데 누구보다 '일'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20대의 일하는 공간과 그 공간 속의 삶을 보여주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이것은 일 자체보다 일이 주는 가치에 민감한 최근 90년대생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김학준 CP가 추구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세대 간의 이해와 통합이다. 90년대 생이 보며 웃다 우는 것, 은퇴세대가 보며 웃다 우는 것. 모두 함께 보며 웃고 울 수 있는 것. 그런 콘텐츠를 만드는 것. 종교를 뛰어넘고 정치를 뛰어넘어 함께 울고 웃고 끌어안는 사회를 만드는 것.
EBS에는 사장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펭수가 있고, 30대 임영웅씨가 트로트를 부르기도 한다. 세대 간의 오해와 불신이 이제는 통합으로 나아가는 시대이고, 그것을 기존 미디어 뿐만 아니라 모든 언론에서 부추기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는 세대 간의 소통이 단절된 사회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본래 계, 두레, 향약, 품앗이와 같이 힘들 때 서로 거들어 주는 이웃 간의 사랑과 정이 있던 사회로부터 발전해왔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시대는 그 흔적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지게 되었다. 세대 간 공유할 것이 없고 대화가 단절되는 사회는 사람 간의 신뢰를 상실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세대 간의 분열과 갈등은 많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 이웃집에서 사람이 죽어도 알 수가 없는 사회, 상사는 존경할 사람이 아닌 꼰대로 치부되고, 20대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골칫덩어리로 치부되는 사회는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사회를 만든다. 나라가 하나 되는 역사, 참된 자유민주주의의 실현은 사람 간의 신뢰로부터 실현된다. 자기에게 돌아올 것이 무엇인지에만 관심을 가지는 이기주의를 뛰어넘고, 서로 간의 갈등을 끌어안고 차이를 뛰어넘으려는 노력이 없다면 더 이상 나라에 미래는 없다.
링컨이 미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 노예제도 존속을 주장해왔던 남부의 7개 주는 새로운 헌법을 만들고 임시 대통령을 선출하고 미국을 분열시키려는 시도를 했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하지만 결국 미국이 분열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링컨이 구성한 내각에는 모든 지역과 모든 종파 이념을 대표하는 서로가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자신을 무시하고 자신을 끌어내리려고 했던 사람들을 내각의 구성원에 포함시켰다. 내각은 링컨을 비판하고 공격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보통의 지도자들은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만 내각을 구성한다. 하지만 링컨의 생각은 달랐다. 국가가 쪼개질 위험 앞에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지도자들의 마음을 통합시키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게 가능했기에 결국 미국은 분열되지 않았던 것이다. 남북전쟁의 한복판에서 노예를 해방시킬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그것이다. 서로 자신만의 이익만을 주장해왔던 사람들을 설득하고 하나로 만드는 링컨의 위대한 리더십이 힘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분열 시도를 했던 남부의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미합중국의 대통령 나 에이브러햄 링컨은 남부의 모든 사람들에게 모든 재산권의 회복을 포함한 전면적인 사면을 선포합니다." "우리 모두는 남부의 주들이 탈퇴하였다 돌아온 것을 형제들이 집을 나갔다가 돌아온 것으로 생각하고 그들을 도와주며 절대 죄를 물어서는 안됩니다." 이렇게 용서의 역사를 써내려갔다.
<워크맨>이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재미있는 B급 콘텐츠이기 때문이 아니다. <워크맨>이 가진 콘텐츠의 힘은 실제 20대는 현실에서 너무나 열심히 살아간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콘텐츠였기 때문이다. 그들을 이해하려는 누군가의 노력과 시도는 오해를 받는 그들의 분함과 억울함을 해소시켜준다. 어쩌면 누군가의 오해는 누군가의 이기심으로 인해서 발생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콘텐츠는 분함도 억울함도 전혀 내비치지 않는다. 눈물로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혹은 누군가를 비판하고 정죄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모습은 인간적으로 다가가기 때문에 마음이 열릴 수 있는 것이다.
이 시대의 회복의 열쇠는 억지로 서로를 이해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서로가 가진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주고 마주 보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가족을 회복시키고, 세대를 통합시키고 나아가 나라를 바꾸고 시대를 변화시킨다.
개인적으로 마케터들도 김학준 CP와 같은 이러한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대를 바꾸어가는 일. 내가 생각하는 마케터의 방향성이다. 마케팅 그리고 광고는 자본주의의 꽃이다. 우리가 쥔 칼날이 누군가를 찌르는 칼날이 아니라 사과를 썰어 나눠먹게 하는 데 이용된다면 어떨까? 그것이 진정한 마케터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