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살인 유시민이 말하는 글쓰기

작성자 성장디렉터 GD
출간일 2015-04-09

1 논증의 미학

말이나 글로 타인과 소통하려면 사실과 주장을 구별해야 한다. 사실은 그저 기술하면 된다. 그러나 어떤 주장을 할 때는 반드시 근거를 제시함으로서 옳은 주장이라는 것을 논증해야 한다.

(원래 글) 유시민 전 공동대표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습니다. (중략) 그런데 문제는 아메리카노 커피를 비서실장이나 비서가 항상 회의 중 밖에 커피숍에서 나가 종이 포장해 사온다는 것입니다. 아메리카노커피를 먹어야 회의를 할 수 있는 이분들을 보면서 노동자 민중과 무슨 인연이 있는지 의아할 뿐입니다.

윗 문장은 글쓴이가 공동대표의 권위주의적 생활태도를 비판하면서 자신의 아메리카노 커피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덧붙인 명백한 오류다. 이 글로 인해 글쓴이는 많은 이들의 비판을 받았다. 다음과 같이 작성해야만 한다.

(바꾼 글) 스스로 사먹거나 타먹지 않고 아랫사람한테 매번 커피 심부름을 시키는 권위주의적 생활 방식을 가진 사람이 과연 노동자 민중의 권익을 위해 제대로 일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2 글쓰기의 철칙

첫째,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어도 글을 잘 쓰지 못할 수는 있다. 그러나 많이 읽지 않고도 잘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둘째,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축구나 수영이 많은 훈련을 통해 발전하는 것처럼 글쓰기 근육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많이 쓰는 것이다. 여기에 예외는 없다. 그래서철칙이다.

어떤 글을 잘 썼다고 할까? 시와 소설 같은 문학작품은 객관적인 기준을 세우기 어렵다. 그러나 논리 글은 다르다. 쉽게 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동의할 근거가 있는 글이어야 한다. 훌륭한 글은 뜻을 잘 전달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다. 이렇게 쓰려면 다음 네 가지에 유념해야 한다.

첫째,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주제가 분명해야 한다.

둘째, 그 주제를 다루는 데 꼭 필요한 사실과 중요한 정보를 담아야 한다.

셋째, 그 사실과 정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명하게 나타내야 한다.

넷째, 주제와 정보와 논리를 적절한 어휘와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글을 잘 쓰려면 첫째는 테스트 독해, 둘째는 텍스트 요약, 셋째는 사유와 토론이다. 논리 글쓰기의 첫걸음은 텍스트 요약이다. 이 첫걸음을 똑바로 내딛으려면 텍스트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독해할 수 있어야 한다. 글을 쓰고 싶으면 먼저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많이 읽지 않으면 잘 쓸 수 없다. 많이 읽을수록 더 잘 쓸 수 있다.

 

4 전략적 독서

(원래 글) 원자력은 탄산가스에 의한 온실효과를 줄일 수 있는 깨끗한 에너지이며, 또한 발전단가도 석유나 액화가스에 비하면 거의 반값에 해당하는 저렴한 에너지이다.

(고친 글) 원자력은 탄산가스에 의한 온실효과를 줄일 수 있는 깨끗한 에너지이다. 또한 발전단가도 석유나 액화가스에 비하면 거의 반값에 해당하는 저렴한 에너지이다.

잘 쓴 문장이 아니다. ‘탄산가스에 의한이나 액화가스에 비하면 거의 반값에 해당하는 저렴한 에너지는 우리말다운 표현이 아니다. 운율이 어색한 데다 두 문장 다 에너지이다로 끝나서 지루하다. 다음과 같이 고쳐보자.

(잘쓴 글) 원자력은 탄산가스를 내뿜지 않는 깨끗한 에너지여서 온실효과를 줄일 수 있다. 발전단가도 저렴해서 석유나 액화가스의 반밖에 들지 않는다.

독해는 텍스트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문제점과 한계까지 탐색하면서 읽어야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면 그 문제점과 한계가 어디서 왔는지도 추론해볼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책을 읽을 때 저자가 어떤 사람이며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보는 게 도움이 된다.

어린이는 흥미를 느끼는 책을 마음 가는 대로 읽으면 된다. 특별한 도서 목록이 필요 없다. 하지만 뇌가 거의 다 성장해 지적 능력이 성인 수준으로 올라선 고등학생부터는 적절한 도서 목록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고르는 기준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인간, 사회, 문화, 역사, 생명, 자연, 우주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개념과 지식을 담은 책이다. 이런 책을 읽어야 글을 쓰는 데 꼭 필요한 지식과 어휘를 배울 수 있으면 독해력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

둘째는 정확하고 바른 문장을 구사한 책이다. 이런 책을 읽어야 자기의 생각을 효과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문자 구사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셋째는 지적 긴장과 흥미를 일으키는 책이다. 이런 책이라야 즐겁게 읽을 수 있고 논리의 힘과 멋을 느낄 수 있다.

 

5 못난 글을 피하는 법

(못난 글) 그동안 육상에서의 사회 재난과 자연 재난을 관장하는 부서가 각각 본부조직과 외청으로 이원화되어 있고, 해상에서의 재난은 해수부와 해경으로 분산되어 있어 재난 안전을 통합적으로 기획하고 관리하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육상과 해상의 재난, 사회 재난과 자연 재난을 모두 통합하여 국가안전처로 일원화하여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철저히 책임 행정으로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안전처가 하루라도 빨리 출범해야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를 휘한 획기적 변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읽기가 힘들고, 듣기에 어색하고, 뜻이 분명하지 않은 곳에 밑줄을 그었다. 어려운 중국 글자말, 일본말, 서양말이 즐비하다. 적과 화가 붙은 한자말을 다섯 번이나 썼다.‘본부조직외청은 시민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관청말이다.‘각각은 없어도 되고,‘책임행정으로 할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표현이다. 정부의 혁신 의지를 밝히는 담화문인데도할 것있을 것이라는 마치 강건너에서 구경하는 듯한 표현을 썼다. 세 문장 모두 주어와 술어가 둘 이상 들어 있는 복문인데, 문장 전체를 아우르는 주어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 특히, 마지막 문장은 기본 중의 기본인 주술 관계가 맞지 않는다. 앞부분 주어는국가안전처이고 뒷부분 주어는획기적 변화인데, 앞 뒤 모두 영어처럼 추상명사나 무생물주어를 쓰다 보니 문장이 엉겨버린 것이다.

(고친 글) 그동안 육지의 사회 재난과 자연 재난을 책임지는 부서가 안전행정부와 소방방재청으로 나뉘어 있고 바다의 재난 대처는 해수부와 해경으로 갈라져 있어서 정부가 재난 안전을 제대로 기획 관리하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책임과 권한을 모두 국가안전처 한 곳에 모아 육지와 바다의 재난, 사회 재난과 자연 재난 모두에 더 잘 대처하고 철저하게 책임지는 행정을 하겠습니다. 국가안전처를 하루라도 빨리 출범시켜 획기적 변화를 시작함으로써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더 확실하게 보호하겠습니다.

글을 쓸 때는 주제를 뚜렷이 하고 꼭 필요한 사실과 정보를 담는다. 사실과 정보를 논리적 관계로 묶어줄 때는 정확한 어휘를 선택해서 말하듯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표현한다. 단어의 어울림, 단어의 궁합을 알고 쓰는 것도 중요하다. 단문으로 써야 생동감이 있다. 중복을 피하고 군더더기를 덜어냄으로써 글을 최대한 압축한다. 접속사, 형용사, 부사, 형용사나 부사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문장 요소는 군더더기로서 없애야만 하는 것이다

유시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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