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가 왕인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큐레이션의 시대이다."
사사키 도나오의 '큐레이션의 시대'는 강렬한 소개 문구에 사로잡혀 집어든 책입니다.
앞서 북리뷰를 쓴 '관점을 디자인하다' 라는 책에서도 스티브 잡스의 "Creative란,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연결하는 힘이다." 라는 말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 좀 더 구체적인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이번 북리뷰 도서로 선택했습니다. 성공으로 이끌어진 여러가지 실제 사례를 통해 큐레이션과 적절한 광고/마케팅의 중요성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다사다난한 삶의 주인공, 조지프 요아컴이 압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예술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조지프 요아컴은 시카고에 거주하는 평범한 70대 노인이었습니다. 그는 방 두개짜리 아파트에 머물면서 추억 속 풍경을 그림으로 남기는 것이 취미였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을 볼 수 있도록 창가에 빨래집게로 걸어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인류학적 소양이 있던 존 호프굿이 그의 작품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고 그의 그림에서 예술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를 발판으로 삼아 요아컴은 시카고 주류 예술계에 데뷔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2000점이나 되는 작품을 남긴 예술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요아컴이 자신의 작품을 창가에 내걸지 않고, 존 호프굿이 작품을 발견하고도 그냥 지나쳤다면 어땠을까요?
이 사례는 요아컴의 작품이 호프굿과의 공동 제작의 결과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큐레이터의 역할이 꼭 필요한 것입니다.
1장, 매스 미디어의 쇠퇴, 이제 정보는 비오톱으로 흐른다.
과거에 정보는 매스미디어라는 커다란 강물 위를 흘러가는 것과 같아서 정보가 어디서 발생하여 어디로 흘러가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에는 정보가 흐르는 곳이 세분화되어 매스미디어가 아닌 블로그, SNS, 커뮤니티 사이트 등 다양한 방법으로도 정보를 모을 수 있습니다.
발신자는 자신들이 보낸 정보가 도대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고, 수신자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매스미디어의 필요성을 잊어갔습니다.
오늘 날에는 특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의 영향력이 커서 이러한 소셜미디어를 타겟으로 하는 바이럴 마케팅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브라질의 음악가 에그베르토 지스몬티는 이미 오래 전 일본의 음악 팬들에게 잊혀져간 존재였으나, 음악 프로모터 다무라 나오코는 그의 음악이 가진 희소성을 극대화한 마케팅과 함께 비오톱을 통해 관심이 있을만한 특정 소비자를 공략한 정보를 배포함으로써 소비자를 잡아내는 전략을 세웁니다.
21세기의 소비 행동은 이처럼 작은 권역인 비오톱으로 정보가 흐르고, 비오톱들의 활동이 모여 형성됩니다. 과거에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무작위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그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타겟의 정확성이 올라가게 되고, 그에 따라 마케팅의 타겟 설정도 더 세분화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2장, 과시적 기호 소비의 종언
일본의 영화 산업은 1980년대 가정용 비디오 플레이어의 등장으로 커다란 버블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90년대 말 DVD플레이어의 보급으로 배급회사들은 제 2의 버블을 꿈꾸게 되었으나, 비슷한 시기에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확산된데다, 소비자들은 단지 비디오가 DVD로 바뀐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큰 감흥을 얻지 못했습니다. 기술의 진화에 따른 플랫폼의 변화가 새로운 콘텐츠를 요구했고, 결국 대량생산과 소비가 뒤따랐습니다.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으로 콘텐츠 유통이 개방형으로 변하게 된 것, 이 흐름을 앰비언트라고 합니다.
이제는 대량 소비처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핀 포인트로 관심이 있을 사람들의 비오톱을 찾아내 그곳에 정보를 전달하는 정밀한 전략을 구축해야 합니다.

정보가 획일적으로 흐르는 과정에서는 과시적 기호 소비가 대량 소비로 이어졌지만, 저자는 이제는 이런 추세가 줄어들고 기호 소비 자체가 소멸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모든 소비가 기능 소비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호 소비에서 다시 기능 소비로 돌아가는 추세인 것입니다.
전후 사회에서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소비 관련 정보를 얻고 자신을 패키지화했으나, 이제는 정보가 세분화된 비오톱으로 흐르게됨으로써 소비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기 위한 공간과 권역을 만드는 그런 콘텐츠를 형성해야 합니다.
일본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물건을 만드는 장인과 구매자가 1:1로 연락을 주고 받고,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아이디어스라는 플랫폼이 대표적으로 존재하는데요. 소비자들은 이처럼 대기업의 브랜드가 아닌, 나만을 위해 만들어지는 상품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장, 관점에 체크인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포스퀘어는 위치 기반 모바일 서비스로, 이 플랫폼에 가게나 소비자, 가이드 북이 참여하여 에코 시스템이 형성됩니다. 이 같이 공간과 시간과 웹과 인간관계를 동시에 엮어주는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으로 오프라인의 현실 공간에 온라인이 진출하면서, 인터넷은 사람들이 밖에서 활동하기 위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매스미디어 광고의 세계에서의 일방적이었던 관계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기업과 소비자가 양측 모두 자유로운 계약의 관계이자 수평적이면서도 상호 존중하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수평적으로 이루어지는 인터넷 세계에서 가치관이나 흥미를 공유하며, 이러한 콘텐츠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연결되면서 그 안에서 인게이지먼트가 형성됩니다. 즉, 주객일체로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관계성을 구축해야 하는 것입니다.

4장, 큐레이션의 시대
큐레이터란, 정보의 관점을 제공하는 사람이며, 큐레이션이란 큐레이터가 관점을 제공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또, 무분별한 정보의 바다에서 특정 콘텐츠를 기준으로 정보를 건져 올리고, 소셜 미디어에 유통시키는 행위와 비슷한 맥락이기 때문에 정보를 다루는 존재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콘텐츠에 기존의 관점을 벗기고 새로운 콘텍스트를 부여하는 것이 바로 큐레이션의 힘이지만, 콘텐츠는 특별한 콘텍스트가 없어도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과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콘텍스트를 통해 콘텐츠를 더 깊고 풍부하게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앞서 얘기한 조지프 요아컴의 사례가 바로 이러한 경우 입니다. 광활한 정보의 바다에 콘텍스트를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정보 사회의 큐레이션이라고 이 책은 정의하고 있습니다.

5장, 우리는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매스미디어의 쇠퇴 이후 SNS를 통해 양질의 콘텐츠가 생겨났습니다. 같은 국가에 살고 있다고 해서 같은 문화권역과 가치관을 공유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세분화된 미들 미디어는 지역을 벗어나 세계 속에서 수평적으로 바뀌었고, 실제로 우리나라 아이돌 가수의 뮤직 비디오가 유튜브에서 해외 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땐 "어떻게 이 사람들이 우리나라 가수를 알고 찾아오는 것일까" 신기해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큐레이터의 관점에 체크인하여 그들의 관점으로 무수한 정보를 얻고, 이러한 변화는 이렇듯 얼터너티브 콘텐츠 또한 소비할 수 있게 합니다. 문화는 또 다른 문화와 융합하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요.
아직 보이지 않는 문화 또한 큐레이션에 의해 재발견 될 것이고, 이러한 다양성을 허용하는 플랫폼이 더욱 확립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래의 미디어 환경은 또 어떤 수단을 통해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