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합니다. ‘이과생이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이다. 사실은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다. 문과 출신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현상을 비유한 말이다. 이과는 글을 쓸 일이 많지 않다. 단문, 장문 포함해서 별로 쓸 일이 없다. 그런데 당장 취업 준비 때부터 글쓰기 능력이 인생을 좌우한다. 회사에서는 매일매일 보고서를 쓰고, 구두 보고를 한다. 심지어 협상의 연속이다. 카피책, 당신이 쓰는 모든 글이 카피라고 말한다. 공감이 되고, 가슴이 쿵쾅쿵쾅 한다. 탁월한 글쟁이가 되고 싶다. 한 단어로 한 문장으로 읽는 이의 마음과 머리를 모두 사로잡고 싶다. 멀고먼 당신, 그 길은 멀고도 외롭다.
이렇게 연필을 씁니다
저자는 카피를 쓸 때는 구체적으로 쓰라고 말한다. 읽는 사람이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 카피를 쓸 땐 연필로 쓰지 말고 송곳으로 쓰라. 두루뭉술하게 쓰지 말고 송곳으로 콕콕 찔러 써라. 무딘 카피는 허파를 건드려 하품이 나오게 하지만 뾰족한 카피는 심장을 찔러 탄성이 나오게 한다. 심장을 깊숙이 찌르려면 송곳을 쥐고 카피를 써라. ‘담배꽁초나 가래침을 바닥에 뱉지 마세요’에 한마디를 더 붙이는 게 카피다. ‘청소 아주머니 관절이 너무 힘들어요’ ‘서울보다 훨씬 저렴한 파격 분양가’와 ‘용인에 집 사고 남는 돈으로 아내 차 뽑아 줬다’를 비교해보자. 차이가 확연히 느껴지는가.
광고 본문에 해당하는 바디카피를 쓸 때 중요한 다섯 가지 요소가 있다.
흥미
통일
단순
강조
설득
글에 집중이 되지 않는 것은 문장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중문, 복문 막 섞여 있다. 모든 글은 가능하면 잘게 썰어 쓰는게 좋다. 물론 글이 너무 자주 끊겨 감정 몰입에 약간 손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잘게 썰라고 말하는 것은 글은 읽혀야 하기 때문이다.
카피라이터에겐 공감을 찾아내는 통찰력과 그 공감의 끝을 잡고 소비자를 설득하는 능력이 꼭 필요합니다. 그것이 카피라이터의 첫 번째 능력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목소리가 필요할 땐 카피라이터 스스로 결론을 내려 소비자 손에 그것을 쥐여 줄 줄도 알아야 한다. ‘라면은 농심이 맛있습니다.’ 분명한 목소리이다. 분명한 태도로 딱 잘라 말하는 것, 바로 단정이다. 다른 라면이 더 맛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일축해 버린다. 반론 여지를 주지 않는다. 머뭇거리거나 주저하거나 빙빙 돌려 말하는게 아니라, ‘너희가 몰랐던 그것 내가 알려 주마’하면서 강하게 밀어붙이는 카피가 필요하다.
단어 하나를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집착은 부정적인 단어이다. 사람 관계에서 이 집착이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사람은 환영받지 못한다. 하지만 마케팅에선 집착이라는 단어가 꽤 기특한 단어로 대접받기 쉽다. 선점이라는 결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한때 SK는 고객이라는 단어에 집착했다. 고객 만족, 고객 행복, 고객 감동, 고객이 OK할 때까지. 아마 수백억원을 이 단어 하나에 쏟아 부었을 것이다. TV만 켜면 고객 소리가 귀를 때렸다. 집착의 효과는 어떠했을까. 이미 우리의 사고를 지배했다. 힘 있는 단어를 선점하려면 그 단어에 집착해야 한다. 경쟁사가 그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만큼 내 것으로 만들어 버려야 한다.
이렇게 머리를 씁니다
휴머니티는 영원한 크리에이티브 테마이다. 저자가 실제로 경험했던 일이다. 아파트 단지 앞에 초고층 스포츠 센터가 들어서게 되자 주민들은 결사 반대를 외쳤다.
초고층 스포츠 센터 건립 결사반대 → 아이들이 햇볕을 받고 자랄 수 있게 한 뼘만 비켜 지어주세요
여론은 나쁘지 않았고, TV뉴스까지 소개되었다고 한다. 고발이나 대결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우리 아이들 이야기를 했기에, 사람 이야기를 했기에 울림을 줄 수 있었고 또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 수 있었다. 광고제에서도 휴머니티가 상을 휩쓴다.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불멸의 크리에이티브 테마이다.
살찔 염려 없는 라면이 나왔습니다 → 라면을 즐기며 미스코리아 되는 방법
1은 상품이야기이고, 2는 사람이야기이다. 사람은 사람 이야기를 가장 듣고 싶어 한다. 사람들이 가장 흥미로워하는 뒷담화도 늘 사람 이야기이다. 상품을 보지 말고 그 상품을 사용할 사람을 보아야 한다. 죽은 상품에서 끄집어낸 죽은 이야기를 하지 말고 살아 있는 사람에서 끄집어낸 살아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가장 큰 울림은 사람에서 나온다.
술맛의 10%는 술을 빚은 사람입니다. 나머지 90%는 마주 앉은 사람입니다.
때로는 겁을 주는 카피를 생각해야 한다. 제품 장점이나 효과만 나열하지 말고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 찾아올 무서운 결과를 알리면 된다. 소비자의 절반은 겁쟁이다. 겁쟁이는 겁을 줘야 반응한다. 광고에서는 이를 위협소구라고 한다. 제약 광고에서 자주 사용하는 법이다. 복통으로 아픈 배를 움켜쥔 모습이나 치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보여주는 광고가 흔히 볼 수 있는 위협소구이다.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방법 47가지, 베스트셀러의 제목이다.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접한 의료사고가 떠오른다.
가장 어려운 것은 쉬운 것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가장 좋은 광고는 가장 쉬운 광고라고 저자는 말한다. 아무리 기막힌 크리에이티브일지라도 소비자가 광고를 2~3분 뚫어지게 봐야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런 후에 ‘아니 이렇게 깊은 뜻이’하며 감탄하고 감격한다 해도 그건 좋은 광고이기 어렵다. 한눈에 척 뜻이 전달되어야 한다.
저자는 글에 두 가지 중 하나가 담겨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두 가지는 바로 의미와 재미이다. 의미와 재미를 다 갖춘 글이면 더 좋겠지만 그게 어려울 땐 하나라도 붙들려고 애 써야 한다. 의미도 재미도 없는 글을 누가 읽겠는가. 이 책에 있는 많은 TIP 모두를 요약에 담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을 한번쯤 읽어보라고 꼭 권하고 싶다.
함께 근무했던 선배님 중에 글을 정말 잘 쓰는 분이 계셨다. 여기에서 잘 쓴다는 것은 짧은 시간에, 간결하면서도, 효과적인 글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이다. 책을 많이 읽으셨고, 감수성과 공감능력이 풍부하셨다. 정말 글을 잘 쓰고 싶다. 하이파이브를 시작하기 전에는 글을 많이 작성하지 않았다. 총량을 무작정 투입하면 실력이 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대통령의 글쓰기를 읽었을 때 실용적이면서도, 쉬운 TiP들이 많다고 느꼈었다. 역시 카피책도 동일한 의미에서 굉장히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타인들과 나누고 공유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