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지난 수천년 동안 인간의 뇌가 어떻게 동작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해왔으며, 인간의 뇌를 기계로 재현하려 노력해왔다. 불을 피우는 부싯돌이나 무거운 돌을 들어올리는 도르래, 단순한 연산을 하는 계산기처럼 간단한 업무를 처리하는데 도움을 주는 기계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대신 우리는 사진을 유사한 것끼리 분류하거나, 건강한 세포 사이에서 병든 세포를 구분을 하거나, 심지어 체스를 두는 등의 복잡하고 어려운 업무를 자동화하기를 원했다. 이러한 업무에는 계산기와 같은 단순한 기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보다 신비하고 깊이 있는 인간의 지능이 필요하다.
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지닌다는 것은 워낙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아이디어이기 때문에 수많은 영화에서 인공지능을 그 소재로 삼아왔다. 영화에서 인공지능은 환상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대상이었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HAL 9000은 지능을 가진 컴퓨터로서 전지전능하지만 매우 위협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우리는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나온 무서운 터미네이터 로봇도 알고 있다. 이렇게 AI, 인공지능에 대하여 관심은 많았으나, 제작하는 것이 그 당시 기술로는 상당히 어려워 연구 활동이 정체되기 시작하면서 인공지는 관련 연구 자금이 삭감되고 사람들이 이에 대한 흥미를 잃으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도전은 심각한 침체기로 접어들게 되며, 사람들은 이제 1과 0으로 구성된 차갑고 딱딱한 논리 기반의 기계가 미묘하고 모호한 생물학적 두뇌의 사고 체계를 달성하는 것은 감히 불가은한 일이라고 믿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2016년 3월, 우리는 놀라운 역사의 현장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목격했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승리를 거둔 것이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바둑에서 기계가 사람을 이기려면 앞으로도 족하 몇 년을 걸릴 것으로 예상했기에 그 충격은 대단했다. 우리는 인공지능으로 촉발될 미래에 대한 희망과 불안함이 공존하는 복잡한 감정을 경험한 바 있다.
그로부터 지난 4년동안, 이제 누구나 인공지능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신문에서도 인공지능 관련 기사가 상당 지면을 차지하고는 한다. 전자 제품에도 인공지능이라는 용어가 들어가야 잘 팔리고, 사업계획서에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우스개 이야기까지 있다. 이쯤 되면 거품 논란이 나올 법도 하다만, 인공지능은 하루가 다르게 놀라운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그 실체에 대해 스스로 증명해가고 있다.
인공지능. 그 원리가 무엇일까…? 과학자들은 꿀벌이나 비둘기가 매우 단순한 뇌 구조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1그랩도 안 되는 무계의 노로 하늘을 날고, 바람에 반응하고, 먹을 것을 발견하고, 포식자를 만났을 때 이에 맞서 싸울지 아니면 도망칠지를 즉시 결정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우리는 컴퓨터를 이용해 이들의 뇌를 흉내 내고 발전시킬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꿀벌은 약 950,000개의 뉴런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기가바이트나 테라 바이트 이상의 자원을 가지는 최첨단 컴퓨터를 활용하면 꿀벌보다 좋은 성능을 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컴퓨터가 아무리 방대한 저장 능력과 빠른 CPU를 가진다고 해도 전통적인 접근 방식으로는 꿀벌이나 비둘기의 작은 뇌가 수행하는 수준의 성능을 달성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생물학으로부터 받은 영감을 기반으로 신경망(neural network)이 등장하게 된다. 이 신경망은 얼마 안 지나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강력하고 유용한 방법론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구글의 자회사인 딥마인드는 비디오게임을 하는 방법을 스스로 학습하는 기계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상 최초로 바둑의 최고수에 승리하는 기계를 만들어 전 세계의 사람들을 놀라게 한 바 있는데, 이 기계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는 기술이 바로 신경망이다.
인공지능이 ‘박사’들만의 전유물이던 시대가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인공지능 관련 책을 펼치자 마자 수식에 압도되어 바로 책을 덮게 된다. 수학적 기반 없이는 인공지능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이라는 지식은 빠른 속도로 민주화되고 대중화되고 있다. 인공지능의 선구자인 유명 학자들, 업체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커뮤니티의 노력으로 인공지능 관련 모델이 공개되고, 무료 개발 도구가 출시되고, 코드가 공유되고 있다.
이제 인공지능은 컴퓨터 과학 박사들만의 것이 아니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공산품처럼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인공지능에 대한 전문지식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누구나 자신의 영역에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리고 있다. 따라서 지금 이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은 우리들의 가까운 미래에 훌륭한 자산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딥러닝을 위한 신경망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원하고, 직접 신경망을 만들고 이를 자신의 분야에 적용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 책이다. 즉, 수학이나 컴퓨터 과학 전문가를 위해 쓴 책이 아니니 중고등학교 수준의 수학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이 책의 내용을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이 책의 2부에서는 직접 Python을 통해서 신경망 구조를 설계하는데, 프로그래밍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없어도 이 책을 천천히 보다 보면 충분히 따라갈 만 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많은 EXA분들의 인공지능이라는 새롭고 도전적인 분야에 더 많이 도전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