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과 마케팅 공대 출신인 내게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채 5년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영역, 사람의 심리를 적극 반영하는 분야라는 것이 나의 모든 에너지를 앗아가기에는 충분했다. 퍼스널 브랜딩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나 자신에 대해 정의해보았다. 하준식이란 사람을 떠올리면 떠오르는 한 단어가 무엇이어야 할까. ‘열정’ 붉은 열정이 아니라 파란 열정이다. 우리가 우주를 바라볼 때 붉은 행성보다 파란 행성이 온도가 훨씬 더 높다. 지속적인 자기 계발 그리고 한결 같음을 무기로 사람들에게 열정을 불어 넣고, 많은 사람들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삶이 바로 내가 살아갈 업의 정의이다. 시작해보자!!
브랜드 전략이 곧 사업전략이다
제품과 서비스가 먼저일까. 아니면 브랜드가 먼저일까.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제품과 서비스가 주는 기능적 부문에 중점을 두고 있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는 성공적인 사업과 비전을 이루기 위해 당연히 갖추어야 할 기본조건이지, 성과를 안겨줄 차별화 포인트는 될 수 없다.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오는 감성적인 느낌이 고객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에어비앤비가 사업 초기 오랫동안 자금난을 겪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생존력이 대단해 바퀴벌레도 에어비앤비는 피해간다는 말이 돌았다. 에어비앤비가 투자를 받은 것은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후보의 얼굴이 들어간 시리얼을 개당 2달러에 판매한 덕분이었다. 3일 만에 매진된 오바마 시리얼을 통해 창업자는 시장으로부터 끈기와 생존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한다고 해보자. 업무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제품/서비스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차별화 요소를 고민한고, 이것이 개발 가능한지 가늠한다. 개발에 들어가면 이름을 짓고 로고 등 디자인 작업이 뒤따른다. 그 후 제품/서비스의 시장성이 있는지 검증하고 실제로 누가 살지 확인한다. 시장 테스트를 거쳐 단점을 보완하고, 타깃에게 알리고, 시장의 반응을 살피고, 다시 개선하는 작업이 반복된다. 과정 내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이 일을 해야 하는 목적과 실행, 그에 따라 고객이 얻게 될 가치와 감정이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확실한 것은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자기다움이 핵심이다
자신의 비즈니스를 만들고, 측정하고,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사업은 만들어지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도 찾을 수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자기다움과 정체성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시장 내의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에 비해 우리만이 갖는 차별화 요인이자 모든 사업 및 브랜드 활동의 근간이 되는 브랜드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이 브랜드를 왜 만들었으며, 이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 껏을 만든 우리는 누구인지를 구체적으로 표현한 개념이다. 브랜드가 고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이미지이기도 하고, 고객들이 그 브랜드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기도 하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한마디로 ‘Why Me?’다. 이미 유사한 플레이어들이 시장에 있는데 왜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는가? 기존과 똑같은 제품, 똑같은 서비스라면 굳이 내가 퇴직금 털어서 이 일을 시작할 이유가 있는가? 그들과 다른 나만의 개성과 경쟁력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던지다 보면 자신이 펼치고 싶은 사업의 모습, 자신이 원하는 우리 회사의 모습이 조금씩 구체화 된다. 스타트업의 경우는 모든 자원이 부족하다. 따라서 린 스타트업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최소요건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만들어 시장에서 테스트하고, 반응을 측정하고, 측정된 결과로부터 학습해 또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해간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개발된다.
스토리와 콘텐츠로 공감을 얻어라
사람은 이성만으로 설득되지 않으며, 오히려 감성으로 설득되기 쉽다. 스토리 텔링이 중요한 역량으로 부각되는 이유다. 스토리 접근 방식은 우리의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터치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야기를 좋아한다. 어렵고 힘든 상황을 극복해거나, 우연처럼 다가온 어떤 기회로 성공에 이르는 일련의 드라마가 녹아 있기에 매력을 느낀다. 대중은 무언가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브랜드나 제품에 끌리게 마련이다. 테슬러 자동차는 창업자인 엘런 머스크로 인해 우리에게 더욱 친숙한 브랜드이다. 더불어 그가 아이언맨의 모델이라는 사실 까지 더해 우리에게 강력한 브랜드를 선보인다. 그렇다면 매력적인 스토리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대부분 스타트업의 창업자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남기기 시작한다.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소개한다.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해왔는지 설명한다. 어떤 비전을 갖고 창업하려고 하는지 밝힌다.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고 인사이트를 전달한다.
패스트트랙 아시아는 컴퍼니 빌더, 회사 만드는 회사다. 특히 의식주와 관련된 사업 아이템을 찾아 자회사를 집중 설립한다. 성인 대상 직무교육을 하는 패스트 캠퍼스, 맞춤화된 여성 속옷을 만드는 소울부스터, 남성 패션 브랜드인 스트라입스, 음식배달 대행업체인 플라이앤컴퍼니, 프리미엄 푸드마켓 헬로네이처 등 자회사 브랜드가 더 친숙하다. 박지웅 대표는 스톤브릿지캐피털의 심사역으로 무수한 반대를 물리치고 티몬 투자를 결정해 1년여 만에 티몬 3천억 빅딜 성공신화를 일군 것으로 유명하다. 그때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티몬과 같은 케이스가 더 많아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여 만든 회사가 패스트트랙아시아다.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은 두가지라고 박지웅 대표는 말한다. 시간과 지갑의 점유율이다. 전자는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순수 인터넷 사업자들이 사용자의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사업이고, 반면 많은 커머스 회사들은 소비자의 지출을 직접 타기팅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사업라고 말한다. 패스트 트랙아시아가 의식주 관련 사업에만 집중하는 이유이다. 역시 사업에는 스토리와 콘텐츠가 필수적이다.
사람이 먼저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스타트업은 완벽한 제품이나 서비스로 시작하기보다는 열정이나 가능성으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변화와 시행착오가 일상인 스타트업은 업무의 대부분을 사람에 의존한다. 그래서 스타트업 소개는 대부분 창업가들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를 테면 ‘얼마 전 구글에 회사를 매각한 사람이 시작한 회사야’, ‘억대 연봉을 뿌리치고’,란 식으로 회사를 소개하는 기사가 전형적인 예다. 스타트업 투자의 주요 요인은 창업가가 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핵심 구성원들은 어떤 경력이 있는지가 투자를 결정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대기업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회사를 다니며 개인 브랜드를 내세우거나 회사 일 외에 추가적인 활동을 하는 것에 부정적인 시선이 있었다. 예전에는 외부 활동이 업무에 방해된다고 생각하고, 자기 활동을 하는 직원을 다른 생각이 있는 것 아니냐며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반 기업에서도 직원들의 외부 활동에 대해 자율권을 많이 주고 있다. 왜 회사들이 직원들의 외부 활동을 인정하고 나아가 권장하게 되었을까? 구성원들이 외부 활동을 하면서 회사를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고, 새롭게 형성된 네트워크에서 신규사업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퍼스널 브랜딩 역시 일반적인 브랜딩과 마찬가지로 진정성을 기반으로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전문성에 꾸준함이 더해지면 개인은 확실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작게 시작하고 디테일을 챙겨라
우리나라에서 브랜딩을 가장 잘 하는 회사로 현대카드를 꼽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기존 시장을 뒤흔든 카드 네이밍이나 플레이트 디자인은 물론 파격적인 광고와 이벤트, 다양한 주제의 라이브러리와 디지털 혁신 등을 통해 브랜딩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 말고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압구정동에 위치한 현대카드의 ‘하우스 오브 더 퍼플’에 방문한 저자의 경험을 들어보자. 프리미엄 카드인 퍼플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이 공간에는 엄격한 내부 가이드가 있다. 일례로 슬리퍼를 신거나 맨발로는 출입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어느 여름날 아무 생각 없이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방문 했다고 한다. 다른 회사였다면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고 출입을 제한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 카드는 예비용으로 준비해둔 양말과 로퍼를 제공하며 복장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고객을 배려하고 있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디테일에서 갈린다. 1%의 차이가 100%의 가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브랜드를 점검하기 위해 체크리스트를 제안한다. 우리도 한번 직접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가? 내 브랜드가 누구에게 가장 사랑받기를 원하는가? 타깃의 입장에서 그들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가? 내 브랜드가 시장에 전달할 기능적 혜택이 명확하고, 고객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쉽고 구체적으로 표현 가능한가? 자신의 브랜드를 시각적, 언어적으로 꾸준히 고객에게 커뮤니케이션 하려고 노력하는가? 꿈은 크게 가지되 실행은 최대한 현실적으로 구체화하고 있는가? 전략이란 무엇일까? 브랜드란 무엇일까? 브랜드 전략이란 무엇일까? 설명하기 참으로 어렵다. 브랜드 없는 사업은 정체성 없는 사람과 같다. 세상에 무수히 많은 상품과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존재감 없는 구별되지 않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객들은 인식할 수조차 없다. 설사 인식되더라도 두 번 찾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브랜드에 집중해야 하는 명확한 이유이자 증거다.
브랜드의는 과거 자기가 키우던 소를 식별하기 위해 찍는 인장에서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