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HBR(Harvard Business Review)을 선택했는가?]
이 책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의 아티클을 소개하면서, 기업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책을 읽기로 결정한 이유는 단순히 ‘하버드’라는 이름 때문이 아니었다. 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도 기업경영을 탄탄히 유지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Framework)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 이 책을 선정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실제 사례 및 연구를 토대로 경영상 과제의 구체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이에 끊임없는 환경변화에도 경영전략의 방향성을 잃지 않을 수 있다.
필자처럼 영어 독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번역판을 제공하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코리아 웹사이트(www.hbrkorea.com)를 방문해보자
[기술은 옳았지만 타이밍이 틀렸다]
1장, ‘기술은 옳았지만 타이밍이 틀렸다’에서는 기업이 신기술 도입 타이밍을 판단할 수 있는 틀을 제시한다. 신기술을 뒷받침하는 생태계가 구성되지 않았다면 신기술이 기존 기술을 앞지르기 어려워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신기술의 유용성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신기술 도입 타이밍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는 관련 기술, 서비스, 기준, 규정 등이 소개되었다.
신기술과 기존 기술은 생태계 안에서 치열하게 공방을 펼치고 있다.
이에 책에서 소개되지 않았지만,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주사용하는 고객층이 지닌 이미지’를 변수로 추가하고 싶었다.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더라도 주사용 고객이 전달하는 이미지로 인해 신기술이 기존 기술을 대체하는 속도가 느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LG전자의 제품에서 이를 확인해보도록 하자.
[LG가 AZ(아재)했다]
2013년도에 출시된 LG전자의 코드리스 블루투스 이어폰(HBS-800)
2010년 LG전자에서는 세계 최초의 넥밴드형 블루투스 이어폰 브랜드인 ‘톤플러스(TONE+)’ 시리즈를 출시했다. 유선 이어폰의 불편함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음향품질까지 우수하다는 평을 받았다. 이에 반해 유선 이어폰은 꼬임 현상과 단선 현상이 빈번히 발생했다. 만원 전철에서 다른 사람의 가방에 걸려 유선 이어폰이 망가진 경험을 해본 사람에게 톤플러스는 구매를 고려해볼만한 브랜드였다. 과거에 필자는 무선 이어폰 기술이 기존 유선 이어폰을 빠른 속도로 대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꼬인 이어폰을 정리하는 것만큼 짜증나는 일이 있을까?
그러나 신기술의 보급 속도는 상당히 느려보였다. 길거리에서 넥밴드형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용하는 사람을 마주치기 드물었다. 2013년도 당시 대학생이었던 필자 주변에서도 넥밴드형 이어폰 사용자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어째서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무선 이어폰이 유선 이어폰을 대체하기 어려웠던 것일까?
분명 LG전자의 톤플러스는 실용적인 아이템이었다.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어서 장시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통화품질이 우수하다는 장점으로 특정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빠르게 확산되었다. 쉴 틈 없이 두 손을 움직여야 하는 배달기사, 상시 핸들을 붙잡고 있어야 하는 운전기사, 통화가 빈번한 영업사원이 톤플러스의 주요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장시간 동안 두 손이 자유롭지 못한 운전기사와 배달기사의 모습
배달기사, 운전기사, 휴대폰을 달고 살아야 하는 사무직원을 머릿속에 그려보자. 대다수의 사람들은 4050대의 남성을 떠올릴 것이다. 이번에는 배달기사, 운전기사 뒤에 ‘아저씨’란 단어를 붙여보자. 어색함 없이 단어 결합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LG 톤플러스를 두 팔 벌려 적극적으로 맞이한 소비층은 바로 아저씨였다. 결과적으로 넥백드형 블루투스 이어폰은 아재패션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서 넥밴드형 블루투스 이어폰이 아재패션의 대명사가 되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아저씨’가 주는 투박하고, 다소 올드(Old)한 느낌으로 인해, LG 톤플러스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보급률을 높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용자의 이미지가 기술력을 지닌 브랜드에 투영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따라서 신기술을 도입하려는 소비자의 특성 또한 생태계 조성과 마찬가지로 기술 대체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최근 애플 ‘에어팟’의 성공가도를 보면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
에어팟은 2017년 상반기 한국 시장에 출시된 이후 무선이어폰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다.
[출처 - 이젠 무선이어폰 대세..시장점유율 60% 돌파, 한국경제신문]
에어팟이 힙(Hip)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배경에는 20대의 높은 애플 아이폰 사용률에 있다고 생각한다. 여론조사 전문 회사인 ‘한국갤럽’이 2018년에 현재 사용중인 스마트폰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아이폰 사용비율이 높은 연령층은 20대이다. 직업별로는 학생의 아이폰 사용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 20대 그리고 학생이 주는 영(Young)한 이미지는 에어팟의 트랜디함을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20대와 학생에서의 아이폰 이용 비율이 두드러진다.
[출처 – ‘2012-2018 스마트폰 사용률, 현재 사용 & 향후 구입 예정 브랜드’, 한국갤럽 리포트]
[마무리]
혁신기술이 성공을 보장한다는 법은 없다. 정부의 규제나 정책으로 기술의 확산이 무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을 안고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업들은 다양한 환경변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에 더해 신기술이 파급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초반에 어떤 사용자를 사로잡을 것인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 사람들은 신기술을 낯설어한다. 그렇기에 제품과 함께 연상되는 사용자의 이미지가 더욱 중요하다. LG 톤플러스는 ‘아저씨’와 함께 연상되지만, 에어팟은 ‘젊은 학생’과 함께 연상된다. 이 한 끗 차이가 결국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