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 손글씨로 쓴 발췌록, 수석 합격의 비결, “뽑히는 글과 뽑히지 않는 글의 차이는 ‘글감’이더라고요. 일반 글쓰기는 문장력 좋은 사람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시험으로의 글쓰기는 달라요. 통제된 환경 안에서 누가 땔감을 많이 가져가냐가 성패를 좌우하죠. ‘좋은 글감’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좋은 점수를 받은 비결인 것 같아요.” 저자는 좋은 글감을 찾기 위한 최고의 비결은 독서고, 책을 읽은 후에는 반드시 발췌록을 쓸 것을 추천했다. 책에서 필요하고, 중요한 부분의 내용을 5줄 정도로 간추려 나의 언어로 다시 정리하는 것이다. 노트북 대신 손글씨로 발췌록을 적으며 한 번 더 정리하고 암기하는 연습을 반복하는 것이 원하는 언론사에 최종 합격할 수 있던 노하우라 말했다. 역시!!
시험용 글쓰기 이해하기
채점자가 글의 주제를 짐작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는 명확하게 주제를 전달해야 한다. 가장 좋은 수단은 ‘반복’이다. 여러 번 큰 소리로 말해주니 못 알아차리기도 힘들다. 다만 똑같은 말을 고장 난 레코드처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조금씩 바꾸면서 반복해야 한다. 즉 반복은 감점, 변주는 가점이다. 실제 보고서 작성에서도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똑같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말로 바꾸어 표현하는 패러프레이징(Paraphrasing)을 해야 한다.
(단순반복) 좋아해! 좋아해! 좋아한다고!!
(패러프레이징) 너와 함께 있는 시간이 행복해, 네가 웃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내 기분이 좋아, 데이트 시간이 너무 기다려져
명확한 글을 쓰려면 주제를 좁혀야 한다. 주제를 좁히는 것은 구체화시킨다는 의미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라는 주제보다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현행 육아휴직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가 더 구체적이다. 다양한 정부정책 가운데 육아휴직을 콕 집어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보다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현행 1년인 육아휴직기간을 3년으로 늘려야 한다’가 더 좁은 주제다. 예산팀에 와서 가장 많이 느끼는 상황이 나의 생각이다. 무슨 말이냐면 하루에도 열건 이상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결재권자는 나의 생각을 묻게 된다. 그런데 종종 나의 생각 없이 보고 드리는 경우가 있다. 사실 말도 안 되는 것인데, 이런 상황이 왜 발생할까. 현황보고 개념으로 말씀드렸는데, 내 의견을 묻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매번 내 생각을 가지려고 하는데 업무를 스피드하게 처리하려다보니 놓치는 경우가 많다. 매사에 반성하고 있다.
저자는 언론고시에서 수차례 1등을 차지했다. 자신의 강점을 글감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타고난 글재주도 없고, 노련한 글쟁이가 아니기 때문에 글감이 역전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글감은 노력의 영역이라고 한다. 글맛을 좌우하는 글감은 재능이 있다고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 신문, 책, 영화 등 숱한 정보의 바다를 헤엄쳐 손에 쥐는 것이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글감의 힘을 더욱더 확인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치킨전쟁에 대한 기사를 쓰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입사 5년차 선배와 동시에 받은 것이다. 가진게 패기 뿐인 수습기자는 선배보다 몇배나 많은 치킨집에 들러 맥주와 치킨을 배터지게 먹고 나서야 저자는 신선한 글감을 건질 수 있었다. 치킨집 사장님들의 생존방법은 지역마다 달랐다. 오피스 빌딩에서는 정장 차림의 알바생을 고용해 전단지를 배부했다. 등산복 차림의 아주머니는 출입을 제지당하기 때문이다. 고시생이 많은 관악구 신림동은 반닭이 불티나게 팔렸다. 주머니가 가벼운 고시생들에게 한 마리를 부담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잘 몰랐던 이야기는 펄떡펄떡하는 신선한 재료였다. 서툰 글로 써 내려간 그 기사는 결국 데스크에 합격점을 받아 지면에 실렸다. 글력이 부족해도 글감을 통해 뒤집을 수 있다.
시험작문 대비하기
경험은 작문의 씨앗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고민이 시작된다. 대부분 지극히 평범히 살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특별한 경험이 없다. 하지만 특별한 경험은 없더라도, 특별한 관찰력은 있다. 평범에서 출발해 비범을 담아내면 된다. 한국인에게 유독 사랑받은 에세이스트 고 장영희 전 서강대 교수, 그녀의 글은 일상에 발을 딛고 서 있다. 출퇴근길 마주치는 이웃, 학교에서 만나는 대학생, 평범한 얼굴에서 그녀의 글은 출발한다. 갔던 길도 열 번은 헤매는 지독한 길치 탓에 고생한 일, 파지 줍는 굼뜬 할머니 때문에 지각할 뻔한 일처럼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음직한 경험이 주요 재료가 된다. 그러니 공감을 안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작문이란 무엇일까.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글을 짓는다는 뜻이다. 작문을 처음 쓰는 사람들은 제시어를 듣고 떠오르는 글감을 한 문단씩 나열하고, 마지막에 억지로 짜낸 교훈을 끼워 넣는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 글감은 누구나 알 만큼 뻔하고 교훈은 자신에게 하는 다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논술은 노력으로 되지만 작문은 재능이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언론고시 준비생들에게는 널리 퍼져 있다고 한다. 저자의 작문에 대한 정의는 ‘세계를 보는 자신만의 관점을 읽을 맛이 나게 쓴 글’이다. 좀 더 풀이해 경험과 성찰을 통해 구축한 글쓴이만의 독특한 관점을 재미있거나 감동적으로 표현한 글이다.
문장력은 금방 늘지 않는다. 문장력이 빼어나면 확실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같은 메시지를 다루더라도 리듬감 있는 단문으로 속도감 있게 전개한 글은 밋밋한 문장으로 써 내려간 글보다 흡인력 면에서 월등하다. 독자의 감수성을 깨우는 촉촉한 문장이 곳곳에 포지하고 있는 글은 딱딱하고 건조한 문장만 가득한 글보다 훨씬 진한 감동을 준다. 문장력을 기르는데 가장 중요한 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최대한 정확하게 글로 옮겨보려는 의지를 갖는 것,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훈련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 다음으로 도움이 되는 게 모방이다.
글쓰기의 조커, 기발한 형식을 활용하는 것이다. 글의 내용과 형식이 찰떡궁합이면 합격으로 가는 급행열차에 올라타는 것과 다름 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합격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기발한 형식이 빛나려면 글의 내용과 딱 맞아 떨어져야 한다. 많은 지원자가 독창성을 드러내기 위해 독특한 형식을 고안한다. 저자도 다양한 형식을 시도해보았다고 말한다. 비교적 많은 지원자가 쓰는 편지와 대담, 초단편 소설부터, 유서, 공문, 피의자 진술서, 조지 오엘이 한국 네티즌에게 보내는 메시지 등 남들이 안 쓸 것 같은 형식이라면 다 한번씩 써보았다는 것이다. 예전에 자기소개서를 인터뷰 형식으로 작성한 사람이 창의적으로 눈에 띄었던 일이 생각난다.
작문은 통찰에서 우러나온 독창성, 흡인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흡인력은 둘째 치더라도 통찰은 단시간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시험 당일 통찰이 보이면서도 술술 읽히는 글을 즉흥적으로 써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좋은 방법이 바로 콘텐츠 돌려막기이다. 시험 당일 제시어에 어울리게 조금만 손보면 되는 자신만의 킬러 콘텐츠를 평소에 만들어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저자가 조선일보 시험 당시 문제는 ‘대학 생활을 돌아보며 후배에게 당부하고픈 말 편지 쓰기’였다. 저자는 멘토를 주제어로 시험 6개월 전에 써두었던 작문을 활용했다. 결과는? 수석이었다.
예상치 못한 작문 문제에 대처하는 법을 훈련한다고 눈에 보이는 아무 물건을 작문 주제어로 잡고 글을 쓰는 지망생들이 많다고 한다. 첨삭하는 시간이 아까울 만큼 엉망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콘텐츠 없이 임기응변만 연습해봐야 합격에는 한 발자국도 다가갈 수 없다는 것이다. 킬러 콘텐츠로 삼을만한 주제는 베스트 셀러의 키워드이거나 신문의 기획기사, 화제가 되었던 다큐멘터리, 사회에 여운을 남긴 인물이나 사건 등에서 추출한 키워드가 좋다. 이런 키워드는 글의 독창성을 끌어올리는 데 자극이 된다.
이 책은 저자가 취준생들을 위해 쓴 글쓰기 가이드라고 볼 수 있다. 논술 시험에서 연이어 수석을 차지한 저자의 노하우는 취준생들 뿐 아니라 우리 같은 호모 콤파니쿠스(직장인)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매일매일 우리는 머릿 속 생각을 문자로 표현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쉬우면서도 두려운게 페이퍼 웍이다. 이번 달에 무수히 많은 글쓰기 책을 한꺼번에 읽는 이유도 글쓰기 역량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다시 한권의 책을 이렇게 마무리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