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도가 은행에서 살아남기 위해 붙잡을 것은 책뿐이었다. 재무회계 적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관련 수업을 듣더라도 와 닿지 않았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최종학 교수님의 숫자로 경영하라. 경영사례들은 재무회계적 관점에서 설명해주시는 것이 쉽고 흥미로웠다. 진정한 고수는 난제를 쉽게 설명하고 풀어내는 사람이라고 했다. 4번째 숫자로 경영하라. 이제 시작이다.
경영의사결정에서 회계정보의 중요성
기업 경영성과가 부진한 경우 최고경영자가 경영실패의 책임을 지고 교체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몇몇 기업에서는 최고경영자가 교체 된 직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신임 최고 경영자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회계처리 방법을 사용해 경영성과를 실제보다 더 나쁘게 보이도록 회계처리를 수행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현상을 빅배스(Big Bath)라고 한다. 회계처리 방법이나 미래에 대한 회계 추정을 변경해 이익을 하향조정하는 회계처리를 대규모로 수행하는 것이다. 특정 연도에 이익을 크게 줄이는 방식으로 회계처리를 하면 다음 연도에는 이익이 늘어나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온다. 따라서 이익이 마치 U자 형태로 변하므로 U자 형태로 생긴 큰 목욕탕의 모습에 빗대 표현한 용어다. 빅배스는 명확한 대주주가 존재하지 않는 기업들에서, 그리고 신임 최고 경영자가 외부에서 영입되었을 때 더욱 빈번하게 발생한다.
빅배스 회계처리가 분식회계를 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회계처리 방법을 변경하거나 미래에 대한 회계추정을 변경해서 보수적으로 회계처리를 하는 경우 모두 빅배스가 발생할 수 있다. 수익을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인위적으로 줄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용을 크게 늘려 기록함으로써 빅배스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미래에 대한 추정을 보수적으로 변경해서 비용을 많이 기록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회계의 기본 원칙 중에 보수주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현재 상황이나 어떤 행동의 결과로 미래에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된다면 그 손실을 즉시 현재 시점에서 손실로 회계장부에 반영하지만, 그 반대로 현재 상황이나 어떤 행동의 결과로 미래에 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된다고 해도 그 이익을 현재 시점의 이익으로 기록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익은 실제 발생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회계장부에 기록한다.
회계와 법, 가깝고도 먼 당신
2015년 말 한미약품의 신약개발 정보를 사전에 누출되어 한미약품 및 계열사 직원들과 가족 그리고 평소 알고 있던 애널리스트들이 사전에 주식을 대거 매입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CJ E&M은 공시 및 투자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담당 애널리스트들에게 의도적으로 실적 관련 정보를 알려준 사건이다. IR 담당 직원의 임무는 회사의 중요한 소식을 외부에 제때 알려서, 회사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주주나 채권자들이 그 정보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행위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저지른 불법 행위였다. CJ E&M은 3분기 예상 실적이 150~200억원 수준으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예측했다. 그런데 실제 사내집계 중 85억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것을 IR담당자들이 인지한 것이다. 이 소식이 나중에 자본시장을 통해 알려지면 IR 담당 직워들은 실적과 관련된 중요한 소식을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다며너 애널리스트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수 있었다.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에 따라 주가가 바뀌기 때문에 IR담당 직원들은 애널리스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IR담당 직원 2명이 3명의 애널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 애널들은 다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소속 펀드매니저에게 알렸다. CJ E&M 주식이 대량으로 처분되기 시작하면서 주가는 폭락했다. 이 사실을 모르는 개인 투자자들은 기관들이 갑자기 싼 가격으로 판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펀드매니저가 갑이고 애널리스트는 을인 현실이다. 애널리스트를 평가하는 것이 펀드매니저들이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들이 매년 누표를 통해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선정하는데 연봉이나 평판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은 펀드매니저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불법적으로 수집한 정보라도 제공하려고 하는 강력한 유인이 있다. 애널리스트와 기업의 IR 부서의 직원들의 관계에선느 애널리스트가 갑이고 IR부서의 직원들이 을이다. 애널리스트들이 회사에 대해 부정적인 보고서를 발표한다면 그 회사의 주가가 하락한다. 회사에 대해 좋지 않은 보고서가 계속 나오면 IR 담당 직원은 사내에서 좋은 인사고과를 받을 수 없다. 그러므로 IR 부서의 직원들이 애널리스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특별히 친밀한 몇몇 애널리스트들에게만 중요한 정보를 살짝 제공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애널리스트는 자신이 담당하는 기업의 글로벌 수요나 공급의 변화, 매출이나 원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재무제표를 분석해 정확한 기업보고서를 작성하고, 그 보고서의 정확성에 의해서 평가받아야 한다.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이익을 예측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애널의 보고서가 대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재무제표 속에 숨겨진 비밀을 읽자
저자는 회계인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 그동안 국내에 도입되었던 여러 제도들 중 감사인 지정제도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회계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을 골라 감사인을 강제로 지정함으로써, 해당 기업이 입맛에 맞는 감사인을 선임한 후 분식회계를 저지를 가능성을 사전에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정 감사인은 금융감독원에서 선임한다. 과거의 분식회계 적발 및 미적발 결과 등을 평가해서 감사인의 성적을 매기고, 감사품질이 우수한 회계법인을 더 자주 지정감사인으로 선정하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회계법인이 더 자주 지정감사인으로 선임되기 때문에, 회계법인들이 열심히 일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롯데가 하이마트를 인수한 과정을 보면 어부지리로 손에 넣었다고 볼 수 있다. 2011녀 말부터 유진그룹은 하이마트 회장과 경영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분쟁을 벌였다. 최대주주인 유진그룹이 회장 교체를 위해 이사회를 소집했기 때문이다. 겉보기에는 32% 지분을 보유한 유진그룹이 18%의 선종구 회장보다 지분이 월등이 많지만 우호지분과 차명으로 보유한 지분까지 더해지면서 뚜렷한 승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주가가 폭락하자 결국 지분을 매각하기로 한 것이고 롯데쇼핑이 하이마트를 인수하게 되었다. 하이마트는 원래 대우전자의 국내 유통망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다.
하이마트는 2008년과 2009년 계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유는 막대한 영업권 상각비 때문이다. 영업권이란 M&A시 피인수회사를 공정가치보다 비싼 가격, 즉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인수했을 때 발생한다. 회계처리시 이 프리미엄을 영업권이라고 정의해 무형자산으로 분류한다. 영업권은 당시 최장 20년을 넘지 않는 경제적 내용연수 기간 동안 균등한 금액으로 나누어 매 기간 동안 비용으로 처리했다. 하이마트 인수 당시 인수 금액 1조 9,479억원 중 영업권 분류 금액은 1조 7,348억원이었다. 자산과 부채의 공정가액 차액이 2,131억원밖에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매년 약 880억원이 영업권 상각비로 기록되었다. 영업권 상각비는 영업비용에 포함되는 항목이기 때문에 하이마트의 영업이익은 크게 감소했다.
당시 IFRS가 도입되면서 영업권 회계처리 방식이 바뀐다. 매년 상각할 필요가 없고, 영업권의 공정가치를 평가해 공정가치가 장부가치보다 하락한 경우에만 하락한 부분만큼 장부가치를 상각한다. IFRS 하에서는 영업권의 공정한 가치가 얼마인지를 평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된다. 평가된 영업권의 가치에 따라 기록되는 영업권 상각비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업권에 대한 회계처리 문제는 M&A가 있었던 모든 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다. 영업권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재무제표가 큰 영향을 받게 된다. M&A 지불 프리미엄이 상당히 큰 상황에서 영업권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된다면 한번에 큰 금액을 상각할 수도 있다. 영업권의 가치에 대한 판단이 자의적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 영업권에 대한 상각이 이루어지는지 주의해야 한다.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에서 그룹 CEO의 자격조건으로 첫째, 혼자 힘으로 명문대를 졸업할 것, 둘째, 해군 사관학교를 졸업해 강인한 정신력을 기를 것, 셋째, 세계적 금융 중심지에 진출해서 실무경험을 쌓고 국제금융의 흐름을 익힐 것으로 명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미국 로스차일드 가문은 첫째, 대학을 졸업할 것, 둘째, 회계와 재무를 포함한 경영을 공부할 것, 셋째, 관련 업종에서 최소한 5년 이상의 경력을 쌓을 것 등의 조건을 만족해야 가문이 지배하는 회사에 입사할 수 있게 된다. 두 가문의 조건을 보면 경영 그것도 재무회계적 지식과 경험을 갖출 것을 요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CFO가 CEO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결국 기업경영은 재무회계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이 얼마나 핵심역량인지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