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에서 감정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경우 우리가 얼마나 불리한 상황으로 치우칠 수 있는지를 자주 경험했다. 이 책은 우리가 감정의 본질에 대해 물리적 또는 신체적으로 생각해보도록 기회를 준다. 나 조차도 어린시절부터 감정과 모든 뇌의 작용은 특정 위치에서 작용한다고 배워온 것 같다. 그런데 저자는 ‘고전적 견해’라고 프레임을 지어버리며, 분명한 경계의 선을 긋고 있다.
1. 나는 지금 무엇을 느끼는가?
‘눈을 크게 뜬 얼굴표정’이 공포를 보편적으로 표현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 문화 안에서 잘 알려진 공포라는 주제에 어울리는 고정 관념 또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노려보는 사람은 화난 사람이고, 입을 삐죽 내민 사람은 슬픈 사람이다”라는 고정 관념을 우리는 유치원에서부터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각종 만화, 광고, 인형의 얼굴, 이모티콘 등 무수히 많은 이미지와 도형에서도 우리는 이런 고정관념들을 보게 된다. 고전적 견해는 이런 고정 관념이 ‘감정의 진정한 지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못 박아왔다. 물론 얼굴은 사회적 소통의 수단이 된다. 특히 몇몇 안면 움직임은 분명 의미를 갖고 있다.
감정은 우리가 만들어낸다
특정 부위를 다친 경우 어떤 감정에 반응이 없다면 그 감정은 해당 뉴런에 의존한다는 증거로 간주 될 수 있다. 감정은 뉴런들의 점화를 통해 발생한다. 하지만 오로지 감정에만 관여하는 뉴런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까지 연구 결과는 어느 뇌 영역에도 감정에 대한 지문이 없음을 보여줄 뿐이다. 우리는 감정을 인식 또는 확인하지 않는다. 이것은 도대체 무슨 말일까. 우리는 여러 체계의 복잡한 상호 작용을 통해 필요할 때마다 즉석에서 우리 자신의 감정 경험을 그리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한 인식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 우리는 자신의 경험을 실질적으로 설계하는 사람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견해가 우리의 일상 경험에 부합하지 않는것처럼 보인다. 일상 속에서 감정은 폭탄처럼 갑자기 폭발해 우리의 생각 또는 행위를 교란한다. 이처럼 감정의 인식과 구성에 대한 견해는 너무나도 다양하다.
개념이란 어떤 사람이 특정 감정 상태에 있다고 경험할 때마다 의존하는 것이다. 슬픔이라는 개념에 관한 지식이 있어야 삐죽 내민 입을 슬픔으로 지각할 수 있고, 공포라는 개념이 있어야 삐죽 내민 입을 슬픔으로 지각할 수 있고, 공포라는 개념에 관한 지식이 있어야 크게 뜬 눈을 공포에 휩싸인 것으로 지각할 수 있다. 고전적 견해로는 우리가 감정을 지각하는 데는 개념이 필요치 않았다. 그들은 감정에는 보편적 지문이 있으며, 이것은 전 세계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작용한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견해가 사실이 아니라고 일관되게 말하고 있다.
2. 감정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우리의 뇌는 언제나 예측하고 있다.
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신체의 에너지 수요를 예측해 우리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즉, 우리의 뇌는 언제나 예측을 실시하고 있다. 다음의 문장을 보자. 옛날옛적에 아주 멀리 떨어진 산 너머 마법의 왕국에 아름다운 공주가 살았는데 피를 흘리며 죽었다. 마지막 세 단어가 뜻밖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는가. 이것이 바로 예측 오류이다. 즉 우리의 뇌가 저장 된 지식을 바탕으로 예측하기 때문에 세 단어가 이질적이고 의외라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는 뇌가 믿는대로 느낀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보고 듣는 것이 우리의 느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느낌에 따라 보고 듣는 것을 다르게 인식한다. 뇌는 계속 변화하는 모든 감각 정보의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 우리가 보는 물체, 듣는 소리, 맡는 냄새, 느끼는 감촉과 맛, 아픔, 통증으로 경험하는 감각 등은 모두 매우 가변적이고 애매모호하며 연속적인 감각 신호로서 뇌에 도달한다. 뇌는 이것들이 도달하기도 전에 예측하고, 빠진 부분을 채우며, 최대한 규칙성을 찾아내 결과적으로 물체, 사람, 음악, 사건 등으로 가득한 세계를 우리안에 채워나간다.
이 대단한 위업을 달성하기 위해 뇌는 개념을 동원해 감각 신호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이 어디서 왔으며, 세계에 있는 무엇을 가리키는지 그리고 그것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관한 설명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너무나 생생하고 직접적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실제 세계 자체를 경험한다고 믿지만, 실제로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우리가 구성한 세계다. 우리가 외부 세계에서 경험하는 많은 부분이 우리 머리 안에서 시작된다. 예를 들어 우리가 무지개를 볼 때 색간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에도 줄무늬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범주화 덕분이다. 즉 색깔 개념으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뇌는 자동적으로 이런 개념을 사용해 특정 범위안에 있는 것들을 묶어 범주화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지각, 사고, 기억 등 정신상태가 범주화를 통해 구성되며, 감정도 당연히 동일한 방식으로 구성된다.
우리가 감정 지문 없이도 힘들이지 않고 감정을 경험하고 지각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아기 때 매우 다양한 상황에서 어떤 감정 단어(예를 들어 짜증 나는)를 되풀이해서 들을 감정의 씨앗은 우리 안에 자리 잡는다. 그리고 ‘짜증 나는’이라는 단어를 바탕으로 이 다양한 사례들의 개체군이 함께 묶여 ‘짜증’이라는 개념이 형성된다. 이 단어는 우리가 하여금 이 사례들에 공통된 특징을 찾도록 유도한다. 이런 개념이 우리 안에 자리가 확립되면 우리는 매우 다양한 감각 입력에 대해 ‘짜증’의 사례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 다른 운전자가 갑자기 끼어들 때 짜증이 나거나, 누군가가 이상하게 눈을 크게 뜬 채 우리를 쳐다보는 모습을 보며 짜증이 났다고 생각이 든다면 이 모든 것이 범주화의 작용이다.
감정은 의미들로 구성되어 있다. 뇌는 예측을 통해 가설을 만들고 감각 입력 데이터를 통해 검증한다. 그리고 반대 증거가 나오면 과학자가 가설을 조정하는 것처럼 뇌는 예측 오류를 통해 예측을 수정한다. 뇌의 예측이 감각 입력과 일치할 경우 이것은 확립 된 모형으로 자리 잡는다.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와 신체라는 개념을 사용해 구성되는 과정이다. 당신이 깨어 있는 매순간 뇌는 개념으로 조직된 과거 경험을 사용해 우리의 행동을 인도하고 우리의 감각에 의미를 부여한다. 이것은 경험, 지각, 개념화, 패턴 완성, 지각적 추론, 기억, 시뮬레이션, 주의, 도덕성, 심리 추론 등 수많은 이름으로 불린다.
숲에서 나무 한 그루가 쓰러졌는데 그 소리를 들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소리가 난 것인가? 이 수수께끼에 대한 답변은 “예”다. 나무가 쓰러지면 소리가 당연히 난다. 그러나 이 수수께끼에 대한 과학적 답변은 “아니오”다. 나무가 쓰러진다고 해서 그 자체로 소리가 나는 것은 아니다. 나무가 쓰러지면 공기와 지면에 진동이 일어날 뿐이다. 이 진동이 소리가 되려면 이것을 받아들여 변환하는 뭔가 특별한 것이, 즉 뇌에 연결된 귀가 있어야 한다. 뇌가 이런 전기 신호를 받아들인 후에도 뇌의 임무는 끝나지 않았다. 이 파동을 나무 쓰러지는 소리로 해석하는 일이 남았다. 이를 위해서는 뇌에 ‘나무’가 무엇이며 나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개념(숲에서 쓰러지기)이 있어야 한다. 이런 개념이 없으면 경험맹 상태의 무의미한 잡음이 있을 뿐이다.
3. 감정이 세상을 움직인다
우리가 상사에게 화가 나서 상사의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치고 그를 멍청이라고 부르면서 맹비난을 퍼부었다고 가정해보자. 고전적 견해에서는 가설상의 분노 회로가 행동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를 통해 책임이 일부 면제될지 모르지만, 구성의 관점에서보면 우리는 가해의 순간 너머까지 책임을 지게 된다. 이 때 우리의 뇌는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을 한다. 뇌의 핵심체계에서는 바로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끊임없이 추측하며, 이런 예측을 하기 때문에 우리는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었다.
우리의 행동과 이런 행동의 출발점이 된 예측은 바로 이 순간까지 이어진 우리의 모든 과거 경험에 기초한다. 우리가 상사의 책상을 내려친 까닭은 뇌에서 우리의 ‘분노’ 개념을 바탕으로 그리고 비슷한 상황에서 책상을 내려친 행동이 직접적으로든 영화나 책 등을 통해서든 우리안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예측’과 ‘예측 오류’를 통해 특정 행동이 선택되도록 통제 신경망을 갖고 있다. 이 신경망은 우리가 획득한 개념들에 기초해서 작동한다.
불안과 우울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불안은 만성 통증 및 우울과는 크게 다른 것처럼 보이는 조건이다. 불안할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거나 일반적으로 비참할 때처럼 걱정을 하고 속상해한다. 이것은 우울과 엄연히 대조된다. 우울할 때는 살고 싶은 마음이 없거나 일반적으로 비참하거나 고통스러운 만성 통증을 느낄 때처럼 심신이 무겁게 느껴진다. 우울한 상태에서는 예측이 중대하고 예측 오류에 대해서는 둔감해져서 우리는 과거에 갇히게 된다. 반대로 불안한 상태에서는 세계에서 들어오는 예측 오류를 너무 많이 그대로 허용하여 결국 너무 많은 예측이 실패하게 된다. 이렇게 예측이 불충분하면 다음 모퉁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조차 모르게 된다.
4. 감정과 마음의 관계
뇌가 창조한 마음, 뇌를 오해한 마음
인간의 뇌는 속임수의 거장이다. 인간의 뇌는 능숙한 마술사처럼 경험을 만들어내고 행동을 이끌면서도 어떻게 그렇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신에 마치 뇌의 산물이(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것들) 뇌의 내부 작동 방식을 그대로 반영한 것 같은 확실한 착각을 우리에게 심어준다. 기쁨, 슬픔, 놀라움, 공포 등의 감정은 서로 별개인 것처럼 보이고 우리 안에 내장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것들의 원인이 우리 안에 따로따로 존재할 것이라고 가정하게 된다. 수천년 동안 이 속임수는 대체로 성공했다.
인간의 뇌는 복잡도가 높은 체계다. 하나의 물리적 구조 안에서 수십억 개의 뉴런을 재연결하여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경험과 지각과 행동을 구성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주요 ‘허브’를 중심으로 매우 효율적인 소통방식을 구현함으로써 이러한 높은 복잡도를 달성한다. 이런 조직 덕분에 뇌는 다양한 원천에서 온 수많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통합하여 의식의 토대를 형성할 수 있다. 복잡도가 높은 뇌는 더 많은 정보를 창조하고, 운반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감정은 분명 협상에 있어서 특정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 요소임은 분명하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감정이 어떻게 인식되고, 발현되며, 관리될 수 있는 지를 조금 더 알 수 있다면 우리는 협상에 있어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의 감정과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것들이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인지 본질적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