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하는 딸에게
8주의 연수가 마무리 되가는 가운데, 모든 연수일정을 주관하고 진행하시는 차장님께서 연수생들 전부에게 이 책을 선물하셨다. 첫 출근이 아닌 연수생도 분명 있겠지만 대부분의 연수생이 첫 직장이라는 점에서 차장님의 진심어린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영업점으로 우리를 보낼 날이 다가올 수록 걱정을 더 많이 하시는 듯 하다.
이책의 저자 허두영씨는 책을 이렇게 소개한다.
ㅡ이 책은 앞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할 딸들의 행복한 출근길을 응원하기 위해 미리 쓴 편지이다. 아빠로서 두 딸이 시행착오를 줄이며 조직에 잘 적응하도록 돕고싶었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 직장생활 노하우를 녹여냈다.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길 바라지만, 아이가 아빠없이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책 한 줄 한줄이 아빠의 유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글자 하나 허투루 쓸 수 없었다. 이 책이 떨리는 마음으로 첫 출근길에 오른 딸에게 아빠와 엄마를 대신할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다.
아빠 없이 직장생활 한다는 말이 곧 연수를 끝내고 교수님들이나 차장님 없이 홀로 영업점으로 나가는 우리들의 상황과 매우 흡사해보였다. 연수 중이라 정신없이 바쁘지만 틈틈히 읽었고 가장 공감갔던 조언들을 끄적여보고자 한다.
1. 흔들릴지언정 부러지지 않는 대나무처럼
- 가장 먼저 공감이 되었던 조언이다. 대나무를 키우려고 씨를 뿌리면 4년 동안 아무 변화가 없다가 5년째가 되어야 싹이 나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렇게 대나무가 커가면서 거센 비바람에 흔들려도 부러지지 않는 것은 '마디'덕분이라고 한다. 대나무는 날씨가 나쁘거나 수분이 부족하면 성장을 멈추는데 이 때 '마디'가 생긴다. 악천후일 때에는 힘을 모으고 날씨가 좋으면 몸을 키워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대나무는 굽지않고 곧게 자랄 수 있다. '힘들어야 진짜 힘이 생긴다'라는 저자의 말이 공감이 많이 됐다. 공자님은 '홀로 있게 되더라도 두려워 말며, 세상에서 떨어져 있어도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을 전해주신다.
첫 출근, 지금까지 대학에서 팀플을 하거나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취직을 한 기쁨은 사실 하루도 채 가지 않았던 것 같다. 사회생활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직장생활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이 책의 내용을 꼭 기억하고 싶다. 대나무가 좋을때와 안좋을 때에 맞춰서 완급조절하며 성장하 듯, 필자 역시도 안 좋을 때에는 버티고 좋을 때에는 활개하며 곧게 성장해 나가고 싶다.
2. 셰르파 같은 멘토 그룹 만들기
- 어려움이 있거나 고민이 있을 때마다, 지금까지는 부모님과 친구에게 상담을 요청해왔던 것 같다. 그러나 직장생활에서의 스트레스는 기존처럼 온전히 부모님과 친구에게 의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들은 감정적인 판단을 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댄 설리번은 '당신의 과거보다는 당신의 미래를 일깨워주는 사람을 가까이하라'라고 말했다. 저자는 직장 내에서 나를 도와줄 멘토 그룹 만들기를 추천한다.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산악인들이 '셰르파'라는 등산 안내자의 도움을 받듯 신입사원도 멘토를 구하라고 한다. 가족이나 친구처럼 항상 필자에게 좋은쪽으로만 조언을 얻기 어려울 수 있지만, 먼저 멘토에게 진심을 열고 다가간다면 멘토 역시 진심어린 가르침을 제공해줄 것이다.
연수원 밖으로 나가면, 현재 대학 동기들과 살고 있는 집에서 나가 직원합숙소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직원 합숙소는 2인 1실로, 필자같은 신입사원은 무조건 10년 이상의 선배와 한 방을 쓴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만류했고, 이 때문에 필자 역시 합숙소 들어가는 것에 주저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다시금 마음을 고쳐본다. 룸메이트인 선배님에게 먼저 진심으로 다가가고, 배우기를 자처한다면 필자의 든든한 멘토님이 되어주실 수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합숙소 생활이 기대가 된다.
3. 내 마음에 깨끗한 화장실 하나 두기
- 주변에 먼저 입사한 친구들을 보면, 직장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울음을 터뜨리는 친구들도 간혹 있었다. 시간이 꽤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힘들어 하는 친구도 있었다. 모든 회사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도 과거나 권위에 갇힌 수직적인 조직 문화와 선배가 가장 큰 원인일거라 생각한다. 신입사원에게 회사는 정말 불리하다. 답답해도 표현할 수 없다. 후배를 배려할 줄 모르는 선배님을 만났을 때는 답답함이 배가 된다.
저자는 화장실에 빗대어 조언을 한다. 우리 마음에도 지나가는 나그네가 편히 볼일을 보고 갈 수 있도록 공중화장실을 하나 둔다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볼일이 급한데 근처 건물에 화장실이 모두 잠겨서 당황한 경험이 있지 않은가? 반대로 급하게 화장실을 찾는데 마침 가까운 건물에 문이 열려 있는 때도 있다. 그런데 들어간 화장실이 비데까지 설치된 데다 향기 나는 화장지까지 걸려있다면 정말 고맙지 않을까?
직장생활을 하다가 선후배 직원이 내게 감정을 상하게 해도 이를 적용하면 개의치않을 수 있다. 마음의 화장실이 하나쯤 있으면 직장생할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상사가 뭐라고 한다면, '화장실에서 편하게 일 보고 가세요'라는 마음으로 그러려니 할 수 있다. 직장 생활의 큰 스트레스는 선후배간의 관계에서 나올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상처를 입는다고 바로 회사를 때려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 근육만큼이나 마음 근육이 꼭 필요한 것 같다. 슬기롭게 감정을 관리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터득할 필요가 있다. 품격 없는 무례한 언어에도 필자의 영혼이 상처받거나 물들지 않도록 지킬 수 있다.
시간이 많지 않아 더 많은 내용을 소개하지 못했다. 그러나 가장 필자의 상황에서 공감되는 조언들을 소개해보았다. 시간이 된다면 더 많은 조언들과 함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