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통 자기계발서를 잘 읽지 않는다. 보통 습관과 관련된 책은 자제력이 상위 1%인 사람들을 모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나는 저 1%에 속하지 않는다.
이 책도 비슷할 것이라 생각하고 그냥 넘기려 했는데, 리뷰들 중 내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습관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네요!’ 베스트셀러 2위라는 것에 혹한 나는 장바구니에 이 책을 담았고, 번갯불에 콩 볶듯 결제까지 끝냈다. 페이지를 넘기니 익숙한 단어들이 눈에 들어왔다. 스키너의 조작적 조건 형성. 행동 강화와 소거에 효과적인 고전 이론을 사람들에게 맞춰 다시 신호, 열망, 반응, 보상의 네 단계로 나눴다는 게 흥미로웠다.
1%의 성장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하루에 1%씩 성장한다. 보기에는 별 것 아닌 숫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저 1%가 1년이 된다면 우리는 37배 성장한 것이다. 그러나 1%씩 퇴보한다면? 1년 후에는 거의 0이 되어 있다. 변화는 느리게 일어난다. 그래서 우리는 낙담의 골짜기에 빠진다. 처음 며칠, 몇 주, 몇 달은 변화가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책 한 장을 읽는다고, 런닝 1km를 뛴다고 내일 당장 똑똑해지거나 체력이 좋아지는 게 아니다. 우리는 잠재력 잠복기를 돌파해야 한다. 목표, 즉 결과보다는 시스템, 과정에 집중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결과가 변화가 되면 과정이 변화가 되고, 그 후에는 정체성이 변화된다. 누가 나에게 담배를 권유했을 때, ‘괜찮아요. 담배 끊었어요.’와 ‘괜찮습니다. 저는 흡연자가 아니거든요.’라는 대답은 확실하게 다르다. 전자는 내가 아직 흡연자이나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고, 두 번째는 비흡연자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다. EXA하면서의 목표는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독서가가 되는 것이고, 마라톤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되는 것으로 본인 정체성을 규정하는 게 중요하다. Identitiy의 어원은 라틴어의 ‘실재하다’ 라는 뜻의 essentitas와 ‘반복적으로’ 라는 의미의 identidem이 결합된 것이라 한다. 즉 반복된 실재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결정한 후, 작은 성공들로 스스로에게 증명해야 한다. 항상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생각하자. 습관은 어떤 사람이 되는 일이다. 내가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본인에게 끝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건강한 사람은 이럴 때 엘리베이터를 이용할까, 아니면 계단으로 갈까?’ ‘건강한 사람은 초콜릿 쿠키를 먹을까, 샐러드를 먹을까?’ 정체성 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습관 과정 Habit loop
신호(cue) 뇌가 행동을 시작하게 자극한다. 보상이 예상되는 정보이다.
열망(craving) 모든 습관 뒤에 있는 동기적 힘. 습관이 가져올 변화이다.
반응(response) 수행한 실제 습관이다.
보상(reward) 습관의 최종 목표이다. 보상에 만족하거나, 보상을 통해 배운다.
습관 만드는 법
1. 분명하게 만들어라.
- 내가 하는 행동들을 쪼개 습관 점수표를 만든다. 일어나서 알람을 끄고, 휴대 전화를 보고, 스트레칭을 하고 밥을 먹는다. 좋은 습관에는 +를, 나쁜 습관에는 -를, 그냥 습관에는 =를 체크한다. 내가 원하는 정체성을 강화시키는 습관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 실행 의도를 준다. 나는 [언제] [어디서] [어떤 행동]을 하겠다라고 정해 놓는다. 왜라는 의문이 들지 않도록 시간과 장소를 부여한다. 낯설지 않도록 [현재 습관]과 [새로운 습관]을 결합시킨다.
예) 밥을 먹으면서 신문을 본다.
- 시각적 신호는 중요하다. 신호를 자주 인지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라. 자기 전에 책을 읽고 싶다면, 침대 옆에 책을 가져다 둔다. 나쁜 습관은 그 자체로 촉매이다. 나쁜 습관은 보이지 않게, 좋은 습관은 보이게 만든다.
2. 매력적으로 만들어라.
- 도파민은 즐거운 경험뿐 아니라 즐거운 경험이 예상될 때도 분비된다. 보상에 대한 예측으로 행동 동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
- 유혹 묶기 기술을 사용한다. 하고 싶은 행동과 해야 하는 행동들 사이의 연결 고리를 만든다. 프리맥 원리를 이용한다. 할 가능성이 높은 행동은 하지 않을 행동을 하게 만든다.
예) 좋아하는 연예인 영상은 헬스장 트레드밀 위에서 본다.
- 자신이 원하는 행동이 일반화된 집단에 들어간다. 정체성 공유 시 정체성이 강화된다.
예) 독서를 하고 싶으면 EXA에 가입하여, 비슷한 사람들과 북리뷰를 공유한다.
- 긍정적 느낌을 만들어야 한다. 북리뷰를 써야 해, 가 아니라 북리뷰를 완성시킨다, 해낸다는 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하기 전에 같은 음악을 듣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등 동기 부여 의식을 줄 수도 있다.
3. 쉽게 만든다.
- 동작과 실행은 완전 다른 것이다. 동작은 계획을 세우고 전략을 확립하는 것이다. 오직 ‘했다는 느낌’만 준다. 실행은 행위로서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다. 오직 실행만이 결과이다.
- 1만 시간의 법칙은 틀렸다. 무조건 반복한다. 얼마나 오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얼마나 자주 반복하는지가 중요하다. 운동을 하고 싶으면 운동복을 미리 준비하고, 샤워하기 전 책을 침대에 가져다 두는 식으로 쉽게 만들어야 한다.
- ‘2분 규칙’을 기억해라. 새로운 습관을 시작할 때 그 일을 2분 이하로 하라. 달리기를 2분 하고 멈추거나, 매일 밤 자기 전에 책을 한 페이지씩 읽거나, 요가 매트를 까는 식으로 해야 한다. 무척 쉬운 것에서부터 무척 어려운 것으로 행동을 옮긴다.
- 작은 접시를 구매하거나, 시간을 쏟는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하거나, 게임 CD를 숨기는 등 행동이 변화할 수 있게 한다.
4. 만족스러워야 한다.
- 우리는 즉각적 보상을 추구하지만, 지연된 보상 환경 속 살고 있다. 좋은 습관의 비용은 현재에 치르고, 나쁜 습관의 비용은 미래에 치른다. 그래서 습관과 즉시적 신호를 묶는 게 중요하다. 술을 안 마시기로 결심했으면, 참을 때마다 그 비용을 아껴서 저축할 수 있다. 성공했다는 느낌을 준다.
- ‘클립 전략’ 을 사용해라. 눈에 보이게 하는 게 중요하다. 자신만의 습관 추적(Habit tracker) 방법을 만든다. 예를 들어, 클립이 가득찬 통과 빈통을 둔다. 책을 한 페이지씩 읽을 때마다 클립을 빈 통으로 옮긴다. 흐름을 끊지 않고 시각적 신호를 준다
- 절대로 두 번은 거르지 않는다. 한 번 거르는 것은 사고지만, 두 번 거르는 것은 새로운 습관의 시작이다. 무조건 한 번이라도 해야 한다. 읽기 귀찮아도 책 한 문장이라도 읽고, 헬스장에 5분이라도 가야 한다. 전부가 아니면 소용없다! 라는 태도는 위험하다. 나 포함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라고 생각한다.
- 나쁜 습관을 고통스럽게 만들어라.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강력한 동기이다.
마치며
처음 내가 말했던 것처럼, 자제력이 상위 1%인 사람들은 물론 존재한다. 우리는 그 사람들을 우러러볼 뿐, 그 사람들이 어떻게 피나는 노력을 했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단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만큼 열심히 일해보기 전까지는 판단하지 않기로 한다.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저번에 리뷰했던 책보다 이 책이 조금 더 쉽게 습관을 형성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A4용지 4장에 메모를 하며 읽은 책은 정말 오랜만이라 새롭고 뿌듯하다.
